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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공동성명...앞으로의 과제|『대화 있는 대결』의 시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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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7·4남북공동성명」은 우리의 의표를 찌른 급「템포」의 것이었음이 틀림없다. 그러나 그 동안에 전개됐던 국내외정세를 조감하면 전 단계의 과정이 전연 없었던 것은 아닌 것 같고 앞으로도 숱한 과제를 주고 있다. 지난 70년에 있었던 박정희대통령의 「8.15선언」, 우리측의 제의로 시작된 남북적십자회담의 꾸준한 진행, 그 위에 올해 들어 「닉슨」미대통령의 중공 및 소련방문이 가져온 「데탕트」추세는 하나의 맥락. 그러나 이후락부장의 평양방문, 박성철의 래경-거기서 이루어진 공동성명은 「키신저」의 북경방문보다 훨씬 파격적이고 또 우리에게 현실적으로 닥치는 것들이 절실하다.

<철의 장막 뚫은 느낌 적대관계개선 현저>
「7·4성명」은 철의 장막보다도 더 두꺼운 남북간의 장벽을 뚫어 대화의 통로를 만들었다는데 이론이 없으며 이것이 통일로 가는 긴 여로의 시발점이란 견해들이다. 이를 계기로 적대관계가 『현저히 개선된 분단상태』로 변화했다는데서 큰 의의를 찾는 사람도 있다. 다만 「7·4성명」이 어려운 결단으로 이루어졌다는 견해와 『올 것이 왔다』는 당위론으로 귀착시키는 정도의 차잇점은 엿보인다.
김재순의원, 한배호·이만갑교수, 김종길변호사등이 용단을 높이 평가한데 대해 역사를 전공한 유홍열 홍이섭교수 등은 『당연히 있어야할 일』로 보고 있다. 홍교수는 특히 『이번 일에 대해서 놀라는 사람은 민족적 문제에 무관심한 것을 증명하는 것』이라고까지 지적했다. 「8·15」이후세대인 학생 양행용양(이대) 도 『언젠가는 와야할 것이 오지 않았느냐』 고 서슴지 않고 평가했다.
정치인의 경우에 여당사람들은 다 환영하는 견해를 말하고 있으나 일부 야당인사 중에서는 다소 비판이 따르고 있다.
신민당은 4일 이 문제에 대한 당론조정을 위해 의원총회를 열었는데 대체적인 분위기는 남북간의 합의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었다. 그러나 일부에서 절차와 방법론에 의의를 제기했으며 박병배의원 같은 이는 『사상과 이념, 제도를 초월한 민족적 단결도모』라는 공동성명의 대목이라든가 외세간섭 없는 자주통일을 선언한 것 등은 위헌적. 변혁적인 것이라고 까지 비판한다.
일부 학자들은「7·4성명」을 계기로 통일문제에 대한 한국민족의 「이니셔티브」를 과시한데에 역사적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한다.

<이부장의 평양행은 반공법위반 아니다>
남북간 정치회담자체의 합법성여부와 공동성명의 효력에 관해 이견이 있으나 남북요인의 상호방문에 관해서는 「통치권행사」로서 설명이 되는 것 같다. 국제법학자인 노명준교수는『요인들의 왕래는 통치행위로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했으며 야당의 한병채의원도 『이후락부장이 대통령특사자격으로 평양에 갔다왔기 때문에 반공법이나 국가보안법위반은 아니다』고 풀이했다.
공동성명의 준수의무에 대한 근거가 박약하다는 비판이 있지만 이것보다는 대외적으로 북한의 지위가 어떻게 되느냐는 것과 대내적으로 급격한 해빙이 만든 「갭」을 어떻게 메울 것 인가하는 문제가 더 절실하게 제기되는 것 같다.
북한의 지위문제는 우리의 외교정책과도 밀접한 관계에 놓여있다. 외무부실무자들의 비공식견해에 따르면 언젠가는 대외전략에도 큰 수정이 올 것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대내문제로서 크게 「클로즈업」되는 것은 반공법 등의 정비문제이다.
정부주도의 통일정책에 국민이 따라가지 못하는 실제의 단층을 메우기 위해서라도 법과 제도의 정비는 요청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반공법과국가보안법은 개폐해야 될 것이란 견해이며 개폐가 당장 어려울 때에는 그 운용만이라도 신축성 있게 해야할 것이란 주장도 있다.
다른 문젯점의 하나로 대내정치상황이나 국민의 자세를 지적하는 사람이 있다. 이후락정보부장도 기자회견에서 보수정당끼리의 반목은 생각할 문제라고 했지만 노명준교수는 「4·19」후의 중립통일론 같은 무모한 주장이 나와서는 곤란하다고 지적했으며 김종길변호사 같은이는 해방 후 남북대화를 시도한 김구선생의 실패를 교훈 삼아 단결된 힘을 과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한배호교수는 『학생과 교수들은 방향감각을 잃고있으며 심지어 여당의원들까지 단절감을 느끼는 것 같다. 무조건 국론을 통일 하려들지 말고 차라리 이견속에서 절충하는 풍토가 되어야겠다』 고 반론을 폈다.

<스포츠. 언론인교류|그시기에 이론 많아>
남북공동성명 3항은 다방면의 교류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후락정보부장은 회견을 통해 제반교류는 인적. 물적·통신적·사회적·정치적 교류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 이러한 교류는 언제 어떤 형태로 이루어져야 할 것인가.
유홍열교수 등 학자들은 모두 「스포츠」와 언론인. 문화인·학자 등의 순으로 교류해야된다는 견해이며 그 시기에 관해서는 신중론이 많다. 성급하게 교류를 추진하면 그르칠 염려가 많다(이만갑교수) 는 경계가 있는가 하면 쌍방의 필요에 의해 예상외로 경제교류가 빨라질지도 모른다(한배호교수) 는 의견도 나왔다. 유교수는 또 북의 백두산과 남의 한라산등반을 위한 산악인의 교류도 바람직하다는 특색 있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 교류문제는 우리의 통일접근방식에서 중간단계를 뛰어넘은 것이기 때문에 자칫하면 혼란이 야기될 수도 있다는 것이 신중론의 논거이다. 당초 우리의 통일접근방식은 ①인도적②비정치적 ③정치적 문제를 다루는 3단계로 추진한다는 것이었는데 이번 남북회담은 적십자회담을 1단계라 치더라도 한 단계를 뛰어넘은 것이다. 따라서 우선의 남북교류는 비정치적인 것이 되어야 할 것이란 견해가 지배적이다. 동서독이 일단계 과정에서 자그마치 3년이나 걸렸던 것에 비추어 교류는 경솔히 할 수 없다는 얘기들이다.

<통일염두 실현 위해 정신자세 확립해야>
북한에 대해 너무 어두운 실정이라는 것을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이것은 반공을 국시로 한 그 동안의 기본정책에서 생겨난 불가피한 일이었을까. 학자들은 북한관계자료를 정부가 제공해 줄 것을 요망한다. 이만갑교수는 『북한실정을 정확히 인식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면서 『모든 국민이 편견에 사로잡히지 않도록 연구와 교육의 자유가 보장되어야겠다』 고했다.
노교수도 지금까지 정부방침 때문에 북한에 대해 잘 알 수가 없었다는 점을 지적했으며 한교수는 감정적 내용의 선전물에 대한 검토가 요청된다고 했고 홍이섭교수는 북한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그러나 유홍열씨는 『대내적으로 공산주의 교육을 철저히 해서 국민정신의 통일을 선행시켜야한다』는데 「액센트」를 두었다.
북한의 호칭에 관해서는 「괴뢰」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 다수이며 상호간의 비방중상도 합의된 대로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조남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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