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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아시아」노선을 독점할 것인가|불균형…한·미 항공협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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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지난 19일부터 25일까지 「워싱턴」에서 있었던 한·미 항공협정개정을 위한 협상은 미국측이 한국측에서 제시한 노선연장 요청을 거부함으로써 결렬됐다. 항공이 대중화하고 특히 한국의 항공사업이 최근 수년 내 급속히 성장함으로써 48년에 체결되었던 한·미 항공잠정협정에서 출발, 57년에 맺고 71년에 한번 개정한 한·미 항공협정은 사정이 달라져 개정이 불가피해지고 있다. 71년에 1차 손질이 가해지기는 했으나 한·미 항공협정은 극히 미국측에 유리하게 맺어졌다는 결론. 협상결렬을 계기로 한·미 항공협정의 내용과 경위, 그리고 각국과의 항공협정 내용을 비교해 보면.
우리 나라에 외국 여객항공기가 취항한 것은 49년 6월 미국의 「노드웨스트」(NWA)가 들어온 것이 처음
이 NWA는 이보다 1년 앞선 48년에 미 군정청을 배경으로 일방적으로 맺어진 「한·미 항공 잠정협정에 근거하여 「시애틀」∼서울 노선이 개설되었던 것이다.
이 상태는 8년 동안 계속되어 왔으며 57년에 비로소 한·미 항공협정이 체결되었었다.
이 협정은 전문17조 부칙으로 되어 있으며 전문17조는 일반적 사항을 규정하고 부칙에서 노선을 규정하고 있다.
57년의 협정에서나 지금의 협정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부칙에 정해진 노선표시이다.
57년 협정 때 부칙에서 항공노선을 협약할 당시 한국측에서 날으는 항공기는 『대한민국/일본 내 제 지점/「알래스카」/「시애틀」』로 되었으며 미국측에서 날으는 항공기는『미합중국/일본 내 제 지점/서울/이원』으로 되어 있었다.
당시는 우리 나라가 미국으로 비행할 항공기를 보유하지 못해 이 노선규정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으나 69년에 KAL이 동남아노선을 개설하고 71년에 미국까지 항공화물을 취급하게 되자 결함이 나타난 것.
즉 서울∼동경을 거쳐 「알래스카」로 경유하여「시애틀」로 가는 항공노선은 상업선으로 유지될 수 없는 것이 밝혀진 것이며 당연히 서울∼동경∼미국 상업지역으로 직결되는 노선이 필요해진 것이다.
이에 따라 69년부터 제1차 항공협정개정 협상을 벌여 한국은 미국의 양해로 『대한민국/일본 내 제 지점/「호놀를루」/「로스앤젤레스」』로 개정한 것이다.
이때 미 측은 이 양보대신 확보된 노선권에 명시되어 있는 「이원권」을 활용, 서울∼향항 항로를 개설하여 황금노선을 차지해 버렸던 것.
항공노선에서 이 이원권문제는 큰 뜻을 지닌다.
「항공노선」이란 뜻에는 이원권과 연장권이 포괄되어 있는데 이원권은 『협정당사국이 아닌 제3으로 항로를 연장해 나갈 수 있는 권리』를 말하는 것으로 한·미 항공협정에서 우리 나라는 이원권과 연장권을 하나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반면 미국에는 이원권을 주고 있어 미국은 필요할 때 서울에서 어디든 갈 수 있게 되어 있다.
따라서 이번 협상의 목적은 지난 4월부터 취항하는 KAL기의 노선이 서울∼동경∼「호놀룰루」∼「로스앤젤레스」로 끝나는 것을 「워싱턴」이나 「뉴요크」의 동부까지 연장해 달라는데 있다.
또 하나의 불균형은 48년에 미국과 영국사이에 맺어진 「버뮤다」협정이 관례가 되어 적용되는데 있다. 즉 이 협정의 골자는 ⓛ양국정부가 지정하는 항공회사의 사업은 공평하고 평등한 기회를 가져야 한다. ②어느 한쪽 나라의 항공사가 다른 나라 항공사의 이해에 영향을 끼쳐서는 안 된다. ③공급은 수요에 적합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그 골자.
이 협정이 관례로 각국에도 적용되고 있다.
그러나 이 협약의 관례에 따라 한·미 항공협정에서는 운행하는 비행편의 제한이 가해져 있지 않다는 점이다. 따라서 한국의 KAL이 미주노선 취항을 계기로 NWA는 「보잉747」「점보」기의 한국취항을 요구하고 있다.
항공사업이 발달도상에 있는 우리 나라로서는 「점보」기가 취항할 경우 수송량의 큰데서 오는 요금싸움에서 견딜 수 없는 고충이 있고 특히 김포공항의 활주로, 유도로가 좁은 데서 오는 위험이 있어 「점보」취항을 당장 허가하지 못하는 입장에 있으나 미 측은 이의 강행을 내세우고 있는 형편. 이 조항은 우리 나라가 많은 항공기를 가지면 마찬가지로 미국에 진출할 수 있다는 이론이지만 노선권이 제한된 점에서 그림의 떡이다. 이번 협상에서는 이 문제도 다뤄졌으나 미국측은 「버뮤다」협정에서 상대국 항공사의 기종을 제한할 수 없게 되어 있다고 내세워 강행기세다.
각국은 항공협정의 내용을 비밀에 붙이고 있어 그 세밀한 이해관계는 잘 알려지지 않는 것이 관례.
대체로 미·일 협정은 일본과 미국이 대등하게 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호·미의 경우는 편수 제한은 물론 좌석까지 제한하여 호주측은 인정한 좌석 이상의 대형여객기가 들어 올 경우는 나머지 좌석의 반수의 이익금을 요구하는 철저한 규제를 가하고 있다.
미·중(자유중국) 항공협정도 자유중국에 유리하게 되어 있다.
이것은 본토 실함전 체결한 것으로 조약은 유리하지만 현재의 입장 때문에 대북∼동경∼ 「샌프런시스코」 또는 「로스앤젤레스」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우리 나라는 한·미 협정 이외에 「아시아」 7개국 「유럽」 1개국 등 모두 9개국과 협정하고 있다.
이 협정 가운데서 우리 나라가 이원권을 갖는 나라는 일본·「홍콩」(영국)·월남·태국이며 향항·월남·태국은 우리 나라로부터 이원권을 얻지 않고 있다(지리적 조건 때문). 「필리핀」·「말레이지아」·「네덜란드」는 피차 항공기가 없어 취항하지 않고 있으나 취항한다면 호혜원칙이 적용된다.
한국은 일본·중국(자유중국) 보다 미국으로부터 격차있는 대접을 받고 있는 것이다.
미국이 「아시아」항공노선 독점만을 기도하는 것은 대국답지 않다는 항공계의 비판이며 한국정부로서는 계속 협정개정의 문을 두드려야 할 것이다. <김경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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