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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오한 숭교성이 결여|미 음악계 일부서 혹평 받는 「번스틴」작 오폐라 『미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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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워싱턴=김영희 특파원>미국의 음악계와 종교계, 특히 「가톨릭」신부들 사이에 요즘 「미사」시비가 한창이다. 「미사」시비란 미국의 세계적인 지휘자 「레너드·번스타인」이 작년 9월 「워싱턴」의 「케네디·센터」개관기념작품으로 작곡한 「오페라」 『미사』(mass)에 관한 논쟁이다.
이 작품은 「케네디·센터」에서 절찬을 받으면서 공연된 뒤 지난5월 「신시내티」의 5월 음악제에서 공연되어 성공했고, 6월5일 밤에는 「재클린」여사가 참석한가운데 「케네디·센터」무대에 다시 올려졌다.
앞으로 『미사』는 「뉴요크」·「필라델피아」·「피츠버그」같은 미국의 큰 도시를 거쳐 「비인」·「파리」·「로마」·「밀라노」·「런던」등 「유럽」무대에 「데뷔」한다.
이와 같이 『미사』의 흥행 성적은 의심할 바 없는데 「가톨릭」교회의 일부가 이 작품은 「가톨릭」의 종교의식을 몰취미하게 왜곡한 것이라고 비만하고, 일부 음악평론가들이 이 작품의 내적 모순을 지적하면서 심각한 논쟁이 시작되었다.
『미사』가 「신시내티」5월 음악제 작품으로 결정되자 「신시내티」교구의 「라이볼드」대주교가 「가톨릭」신도들에게 『미사』를 「보이코트」하도록 종용하는 서한을 발표했다. 「라이볼드」 대주교는 『미사』가 『우리의 가장 신성한 예배의 의식을 몰취미하게 다루었고 우리의 최고의 숭앙의 대상을 손상시켰다』고 주장했다.
이것은 61년전 「파리」교구의 「아메트」 대주교가 「가브리엘·다눈치오」의 대본에 「쿨로르·드붜시」가 작곡한 『성 「세바스찬」의 순교』를 공격하고 이 작품을 관람하는 신도는 파문하겠다고 경고한 것과 같다고 평론가 「폴·흄」은 지적했다.
그당시 「아메트」 대주교가 『뿌 「세바스찬」의 순교』를 듣지도 보지도 않고 공격한 것처럼 「신시내티」의 「라이블드」대주교도 『미사』의 대본만 읽고 이 작품을 반 「가톨릭」으로 단정한게 흥미 있는 일치를 이룬다. 「라이볼드」대 주교말고도 여러 사람의 신부들이 「번스틴」망 『미사』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했다고 비난했다.
그들은 특히 「번스틴」이 「가톨릭」 신자가 아니라서 『미사』를 잘못 표현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번스틴」지지자들도 반론의 자료가 적지 않다. 그들은 비록 「번스틴」이 「가톨릭」이 아니라도 그의 아내 「핀리치아」가 「칠레」의 수녀원 출신이고 「번스틴」은 『미사』작곡을 앞두고 「빈」시내 빈민촌에서 「쾨니히」추기경이 집전하는 『미사』에 일부러 참석했다는 사실을 지적하면서 「번스틴」이 「가톨릭」의식에 생소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들이 가장 강력히 지적하는 것은 「번스틴」이 「베토벤」의 『장엄 「미사」』를 비롯하여 「하이든」·「모차르트」의 『미사』곡 지휘를 통해서 「미사」의식의 본질을 충분히 파악했다고 하는 것이다.
이와같이 「번스틴」이 「카톨릭」의식의 본질을 정확히 파악했느냐를 둘러싼 시비는 양쪽의 균형이 잡힌 듯 하고 실사 「번스틴」이 열세라고 해도 「가톨릭」신자아닌 그에게 그다지 치명적인 것은 아니다.
문제는 『미사』의 음악성, 그 미학적인 위치에 관한 공격이다. 평론가 「앨런·크리그스먼」은 「워싱턴·포스트」에 실은 글의 첫머리에 『「번스틴」의 「미사」는 모든 시대를 통틀어서 가장 성공적인 실패로 역사책에 기록될 것이다』고 비꼬았다. 「크리그스먼」은 「바흐」·「베토멘」·「말팔레스트리나」의 전통적 종교음악에 견주면 「번스틴」의 『미사』는 「쉰베르크」의 표현대로 『값싸고 저속하다』는 편을 들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스트라빈스키」의 종교의식을 소재로 한 작품과 비교할 때 「스트라빈스키」의 『미사』는 철저히 비타협적인 심오한 종교성의 표현인 반면 「번스틴」의 『미사』는 핵심에서 얄팍한 타협을 노출시키고 만다고 말했다.
「크리그스먼」은 「번스틴」의 『미사』를 찬양하는 사람들에게 뼈아픈 일격을 가한다. 『그들은 「번스틴」의 「미사」를 평가할 때 이 작품을 거장들의 작품과 비교하지 않고 「번스틴」 자신의 지금까지의 작품들과 비교한다. 그들은 이 작품을 창작 예술가로서의 「번스틴」과 미국 현대음악의 발전단계의 한 과정으로서만 평가한다.』
결국 이 말은 『미사』가 「번스틴」의 작품가운데서는 우수하고 미국 음악으로서는 우수하지만 「유럽」수준으로는 높이 평가할 수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미사』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번스틴」이 기교나 성실성이 없는 것이 아니라 지적 깊이가 부족하여 창작도중 어려운 고비에 처할 때마다 「브로드웨이」식 「관객 유치 전술」을 쓴다고 혹평한다.
작품 속에서 「로크」·「재즈」·「블루스」·「폽」을 「클래식」과 혼합한 「번스틴」은 결국 예술가와 피상적인 「쇼맨」의 내적 모순을 지닌·사람이라는 모욕에 가까운 비판을 받고 있다. 한가지 다행인 것은 이런 잇단 혹평에도 불구하고 매표구의 인파는 줄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앞으로 크게 주목되는 것은 「유럽」관객들의 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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