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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팍」총회의 폐막성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아스팍」 제7차 각료회의는 3일간의 회의를 끝내고 16일 19개항의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폐막했다.
이 폐막성명은 ①「아스팍」이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평화와 발전을 지향하는 지역협력 기구이며, 타국에 대항하는 정치적·군사적 기구가 아님을 밝히고 ②앞으로 경제·기술·사회·문화 등 분야에서 협력관계를 증진할 것이며 ③「아스팍」의 목표와 목적에 건설적으로 기여코자하는 역내 비회원국에 널리 문호를 개방할 것이며 ④「아세안」(ASEAN=동남아 국가연합)과 상호간 긴밀한 협조관계의 조성을 통해 경제·사회·문화 등 분야에서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세계경세의 전환기에 열린 「아스팍」회의는 공동성명이 지적하고 있는 것처럼 「닉슨」미 대통령의 북경 및 「모스크바」방문 등 일련의 조치가 세계의 긴장완화를 촉구,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인식아래 「아스팍」의 성격을 비군사·비정치적인 지역협력기구로 명확히 규정하고, 문호개방을 선언한 점 주목을 요한다. 원내 「아스팍」은 그 발족당시부터 성격이 모호했던 것인데 최근 미·중공간 화해접근 경향과 미·소간 평화공존의 심화 등 일련의 사태는 「아스팍」으로 하여금 타국에 대항하는 정치적·군사적기구가 아니며, 『평화와 발전』을 지향하는 지역 협력기구임을 분명히 하게 했다.
「아스팍」의 성격이 이처럼 뚜렷해진 이상,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비회원국에 문호를 개방하고 또 「아스팍」과 유사한 성격을 지닌 역내국제기구인 「아세안」과 협력을 모색하겠다는 것은 당연지사라 하겠다. 「아스팍」의 문호문방원칙은 중공 등 「아시아」의 공산구가에 대해서도 적용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처럼 문호를 개방하여 「아시아」태평양 지역 안 모든 국가가 참가하는 지역 협력 기구로 발전시키자는 것은 대단히 좋은 구상이다.
그러나 상대적 안정으로 평화가 성숙한 「유럽」에 있어서도 동·서구가 「이데올로기」상 또는 사회 체제상 대립을 넘어 하나의 통일된 지역 협력 기구도 발족치 못하고 있는 실정을 고려한다면, 아직도 긴장이 가시지 않고 안정과 안전을 이룩하기에는 전도 요원한 느낌이 있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탈 「이데올로기」적인 지역협력기구』가 가까운 시일 안에 조직되리라고는 도저히 생각되지 않는다. 따라서 「아스팍」의 문호개방정책은 불원한 장래에 결실할 가망이 대단히 희박한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차의 문호개방 선언이 획기적 의의를 지니는 것은 「아스팍」의 회원국들이 3대 핵국의 하나인 중공과 평화 공존할 의사가 있음을 공동으로 확인했다는데 있다. 이러한 「아스팍」의 의사표시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안의 긴장을 줄고 평화를 공고히 하는데 적지 않은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아세안」과의 제휴 협조 문제에 관해서 말한다면, 「아스팍」은 작년부터 이 과제들 숙제로 안고 있었으므로 이번 함의는 가부간에 결단을 내리지 않을 수 없는 형편에 놓여 있었다. 서울회의는 이 문제에 대해서 긍정적인 대답을 주었는데 이것은 「아스팍」의 성격을 분명히 한 것과 아울러 평화·중립을 지향하는 「아세안」과의 제휴, 협력을 촉구하는데 전진적인 계기를 이룰 것이다.
공동성명에 따른다면 「아스팍」은 월남소태에 대해서 심각한 우려를 표시, 조속히 전쟁이 종결되기를 희망하고 「다리」부화협상의 진전을 촉구했는데 이는 비단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살고 있는 국민뿐만 아니라 세계 모든 나라의 희망을 나타낸 것이다. 「아스팍」 회의는 19개 항에 달하는 장문의 성명을 발의했음에도 불구하고 지역협력의 구체적인 실천사항에 관해서는 합의된 사항이 너무도 근소하다. 이것이 「아스팍」의 기본적 약점이라 하겠는데 앞으로 「아스팍」은 회원국간의 개별접촉을 중대함으로써 지역협력을 증진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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