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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행정 부재 속 「위법 고층」 난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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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불법 건축물이 된서리를 맞게 됐다. 검찰은 감사원의 고발에 따라 무허가로 고층 건물을 지었거나 건축법을 위반하여 멋대로 증축, 또는 용도 변경한 건축주들에 대한 일제 수사에 나서고 있다. 건축 경쟁이 요 몇해 사이 도시 계획 자체를 망쳐놓을 만큼 난맥을 이뤘기 때문-. 가위 건축 관계 법규가 있는지조차 의심스러울 정도로 건축 행정은 부정의 표본을 이루었다.
이는 감사원이 지난 4월 서울시 민원 부서에 대한 일제 감사 끝에 서울시 건축직 공무원 1백80명 중 그 절반이 넘는 1백5명의 부정을 적발, 사표를 받도록 종용하고 있는 것만 보아도 부정이 얼마나 뿌리깊었나를 보여주고 있다.
이번 검찰 수사 결과 위법 건물에는 대부분 건축직의 관계 공무원들이 직접 개입되어 있거나, 또는 묵인해 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위법 건물을 크게 형태별로 나누어보면 ①무허가 ②높이 위반 ③면적비 위반 ④타인 소유거나 국유지 침범, 또는 도시 계획선 위반 ⑤용도 변경 등 다섯가지.
건축물의 면적과 높이는 건축법 5장 (39조∼41조)에서 일정한 기준으로 제한을 두고 있다.
즉 면적비 (대지에 대한 건축 면적의 비율)는 주거지역, 공업지역에서 60%까지, 상업지역에서 70%까지 이미 방화지구 안의 상업지구에서는 대지의 80%까지 건축할 수가 있다 (39조). 또 건물의 높이는 주거지역에서 용적율 (대지에 대한 연건평 비율) 4백% 이내, 상업지구안에서는 용적율 8백%∼1천7백%까지 지을 수 있고 (40조), 도시 계획 18조에 의한 고도지구에서는 1천7백%에서 2천2백%까지 지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위법 건물 중 대표적인 경우는 무허가와 허가 받은 층수보다 높게 지은 높이 위반-.
이번 적발된 무허가로는 동부이촌동 모 건설 공장과 북아현 상가「아파트」·삼화「필터」 공장·동대문 영업소 등 모두 애당초 허가 없이 건물을 지어 사용하고 있는 중이다.
높이 위반 건물은 이번 경우에는 위법 증축으로 표현된다.
예를 들어 7층 허가만으로 13층을 올렸거나 10층 허가로 17층을, 19층 허가로 22층을 올려짓는 등 멋대로 설계 변경한 것이다. 어느 병원은 69년11월 7층 허가로 11층을 지어 그동안 네차례나 고발된 예가 있었다.
검찰에 의해 구속된 태평로 「아시아·호텔」 주인 손일승씨 (61)의 경우는 면적 비율을 위반, 이를 은폐하기 위해 인근 국회 제2별관의 대지 사용 승낙서를 위조해서 69년9월 건축 허가를 받았다.
건축 허가 당시 건축과 직원 2명이 이를 묵인한 것으로 알려져 조사 결과 한명은 이민, 또 한명은 허가 직후 사표를 낸 것으로 밝혀졌다.
국공 유지 침범 또는 도시 계획선 위반으로는 승의학원과 삼문 재단 「빌딩」이 대표적인 예로 적발됐다.
숭의학원은 남산 일대의 국유자 침범 및 도시 계획 선까지 위반했다고 시 관계자는 말했다.
삼문 재단은 수표동 27의 l 공원 용지 안에 서울시 문화 사업의 하나로 『학술 문화에 종사하는 인사들의 연구 활동과 청소년 독서심을 장려』하기 위해 도서관을 지어 서울시에 기부 체납한다고 핑계 대고 68년9월30일 건축 허가를 얻어, 71년3월22일 준공 검사를 끝냈으나 시에 기부 체납하기는커녕 은행·노동청·「살롱」·다방·이발소·사무실 등으로 임대 사용, 5천5백30여만원의 보증금과 매월 1백만원 상당의 임대료를 받고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
또 당초의 설립 계획을 시청각교육실·연구실·직업훈련「센터」·「세미나·룸」·우수 국산품 전시장 등을 설치한다고 해놓고 70년8월 공원 용지를 해제, 결과적으로는 6백47평의 땅을 편취 했다.
용도 변경의 경우 주로 주차장을 다방 또는 사무실 등으로 구조를 바꾸어 사용하고 있다. 「이스턴·호텔」과 남가좌 시장이 이 때문에 지난해 11월 단수 조치되었고 금마「빌딩」은 주차장에 주점을 만들었다가 걸렸다.
이같은 유형의 위법 건물이 늘어난 원인은 모두가 건축 행정이 바로 잡혀 있지 않기 때문에 생겨난 것.
특히 서울시는 65년이래 민자유치란 핑계로 상가 아파트 건축 허가를 남발, 스스로 건축 행정의 난맥을 자초했었다. 아무데고 복개천에 건축 허가를 해주었고 공원 용지나 풍치 지구를 마구 해제, 건축물을 짓게 했다. 서울시 도시 계획 담당자들은 지금까지의 위법 건축물에 대해 건 축 관계 법규가 복잡한 점과 과거의 처벌 규정이 약했기 때문에 행정 명령을 내려도 실효성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70년1월1일 건축법이 개정되기까지는 건축법 위반 대상 중 가장 많은 무허가 건축이나 용도 변경 등의 위법 행위를 고작 6월 이하의 징역이나 3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밖에 없어 건축주가 위법임을 알면서도 처벌을 두려워하지 않았다는게 현실정이다. 이 때문에 개정된 신 건축법에서는 처벌 규정을 강화, 「6월 이하의 징역」을 「3년 이하의 징역」으로, 벌금의 경우 과거의 3백 배가 넘는 1천만원까지를 물게 한데다 법인까지 처벌할 수 있게 했다.
이번 단속에 걸린 어느 건물주는 고발되는 당일 1천만원의 벌금 예납해 개정된 건축법의 첫 적용자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관계법의 처벌 규정이 아무리 강화되더라도 이에 따른 관계자들의 도덕심·준법정신 등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법의 완벽한 실효를 거둘 수 없다는게 공통된 의견이다.
실지로 고층 건물의 주인이면 상당한 금력과 배경이 있는 인사들이기 마련이어서 그들이 이것을 배경으로 스스로 위법을 저지르고 단속 업무를 맡은 말단 직원은 그 서술에 눌려 손을 쓰지 못해온 것이 사실이었다고 관계자들은 말했다.
예를 들어 최근 공화당은 그들 자신의 중앙 당사를 서울시 조례를 위반하면서까지 남산 관광 도로변에 신축했다가 박 대통령에게 들켜 철거 명령을 받았을 정도였다.
이밖에 무허가 건축이 급격히 늘어나는 것은 단속 기관의 인원이 현저히 부족한데도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서울시 집계에 따르면 크고 작은 건축 허가 건수는 매년 4만여건.
서울시의 경우 1백80여명의 건축직 공무원들 한사람이 평균 2백건의 건축 허가와 준공 과정을 처리한다. 과중한 업무량은 결과적으로 관계 직원들을 위법 건축주들과 야합 할 수 있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량·정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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