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고흐」자화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고흐」는 자화상과 인물상을 많이 그렸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여기에는 일정한 유형이 있다.
초기의 작품들에서는 얼굴은 대개 비스듬히 옆으로 그려져 있다. 그게 후기에 이르면 정면에서 그린 얼굴이 많아진다.
이것을 정신분석학자는 정신분열증의 증세 때문이라고 한다. 정신병환자는 남의 마음의 깊이를 알 길이 없다. 또 모든 게 언제나 정면에서 몰려 올 듯이 느껴진다.
그래서 집도 정면으로만 그린다. 유아도 마찬가지다. 정신병질환자의 마음이 유아의 그것과도 같기 때문이랄까. 정상인은 누구나 옆얼굴을 그린다.
그러나 최근에 이르러서는 정면으로 얼굴을 그리는 사람들이 늘어났다고 한다. 그만큼 정신적인 질환자가 늘어났다는 얘기가 된다.
미국에서도 전인구중 10명에 한명 꼴로 정신적인 질환을 일으키고 있다 한다. 근로자의 휴무 원인의 절반도 여기 있다.
우리 나라에서도 마찬가지다. 작년의 대학신입생중의 절반이 「노이로제」환자였다. 당국의 추산에 의하면 치료가 필요한 정신질환자수가 전인구중의 1%밖에 안 된다고 한다.
매우 모호한 추산이기는 하다. 그렇다해도 한 세대 전보다는 월등하게 많은 숫자이다.
정신병은 도시문명에서 나온다고들 한다. 그러니 문명의 고도성장은 정신병환자수의 증가율과 맞먹는 가고까지 할 수 있다.
『단지 건강한 동물로서가 아니라 아름다운 인간으로서 살고싶다.』「이탈리아」의 건축가「파올로·소레리」의 말이다.
그저 잘 살기만 하면 되는 것은 아니다. 심리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풍요한 생활을 갖기를 누구나 원한다. 그러나 현대인의 생활환경은 그렇지 못하다.
우리는 여러 가지 공해를 때로는 심각하게 다룬다. 물이나 대기오염이 논의되지 않는 날이 없다. 그러나 정신공해가 문제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가령 도심에 서 본다. 인간의 안정된 정서를 교란시키는 「디자인」과「네온사인」이 있고, 소음이 있고, 숨막히는 차의「러쉬」가 있다.
이런 게 인간성의 균형을 얼마나 해쳐놓을지가 심각하게 논의된 적이 없다. 고층건물의「스카이라인」이 한옥에서 살던 사람에게 어떤 심리적 위축감을 주는지를 따져본 적도 없다. 현대의 다원적인 가치관의 사회가 근면한 사람을 얼마나 결딴 내주는 지도 모르는 체들하고 있다. 이리하여 날로 정신질환자는 늘어만 간다. 그러나 이들을 받아들일 수 있는 병상은 전국에 1천개 밖에 없다. 예산이 없어서라고 한다. 그러나 사실은 정신병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모자랄 뿐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