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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회담으로의 난코스 돌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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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가족 찾기 남북적십자회담의 본 회담 전망이 밝아졌다. 본 회담 의제를 둘러싸고 제자리걸음을 하던 예비회담이 쌍방실무회담으로 바뀐 뒤 13차례의 비공개회의 끝에 쌍방은 본 회담 길목의 가장 험준한 「공구」를 돌파, 의제문안작성에 합의한 것이다. 한적의 정주년 대변인은 5일에 열렸던 제13차 실무회의를 마치고 『쌍방은 본 회담 의제문안의 형태와 표현을 합리적이고도 타당하게 정리하는 작업을 원만히 끝냈다』고 발표했다.
판문점 중립국 감독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렸던 실무회담이 이날로써 끝난 것이다.
13차례 약1백30일 동안의 우여곡절을 거쳐 다듬어진 본 회담의제가 어떻게 조정되었는지 아직 선을 보이지 않았다. 『쌍방 실무회의 대표들이 13차 회의에서 의견일치를 본 본 회담의 제문안을 예비회담 전체회의에 넘겨 최종적인 합의를 거쳐 본 회담의제로 확정짓겠다』고 한적당국은 발표했다. 따라서 지난 2월 17일 제19차를 마지막으로 중단됐던 예비회담이 20차부터 속개하게됐다. 19차례의 예비회담은 쌍방수석대표를 비롯한 각각 5명씩의 대표와 10여명의 수행원이 참석한 가운데 공개적으로 열렸던데 반해 의제문안정리를 위한 실무회의는 각기 대변인을 포함해서 2명의 대표가 비공개 리에 접촉, 회의가 끝날 때마다 회의진행결과에 대한 짤막한 발표로써 보도진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정도였다.
한적 측이 흩어진 남북 가족 찾기 적십자회담을 제의한 이래 남북회담 대표들이 만나 서울과 평양에서 본 회담을 번갈아 열기로 합의하고 판문점에 상설 연락사무소를 두기로 하는 등 큰 진척을 보였던 예비회담은 6차 회담 때부터 의제를 둘러싸고 첫 시련에 부딪쳤었다. 8차 회담 때부턴 가족친척의 범위문제로 암초에 걸려 18차 회담 땐 좌초의 위기에 빠지는가 싶다가 19차 회담에서 간신히 위기를 넘겨 「미니」예비회담 형식으로 회담의 명맥을 이어 1백30일간의 진통 끝에 의제문안 합의라는 열매를 거뒀다.
북적 측은 18차 때부터 순수한 인도적 적십자회담에 반미선전 등 정치회담의 본색을 드러내려는 기미까지 보여 비공개 리에 진행되는 실무회의에 의혹의 안개가 비껴있었다. 각가지 「루머」가 퍼지기 시작한 것은 이 무렵이었다. 그러나 한 한적당국자는 오히려 「관객」(?)이 없는 비공개 실무회의에서 북적 측은 정치선전을 하여야 맥이 빠져 회의 진행에 퍽 효과적이었다고 말했다.
김용우 부총재가 북적 관계자들과 「빈」의 「조우」를 하고 난 뒤의 일본신문들의 부푼 논조나 비공개실무회담을 비밀접촉으로 관찰해 보려는 측에서 「루머」는 번졌다.
한 회담전문가는 국제회의 관례상 「비공개회의」(Closed Session)는 「비밀회의」(Secret Session)와 구분, 회담장소·일시·참석자·토의 내용이 드러난 이번 실무회담은 바로 비공개 회의 형태였으며 장소·일시·참석자와 토의 내용이 밝혀지지 않은 비밀회담과는 성격이 다르다고 말하고 있다. 13차례의 실무회의를 끝내면서 정주년 대표는 짧았던 회의는 단 25분에 끝나기도 했고 11차땐 1시간 45분이나 말씨름을 끌기도 했지만 평균 회담시간은 50분 정도였고 분위기는 퍽 부드러워 마지막 회담에선 축하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즉석 자유토론으로 임하는 우리대표에게 딱딱한 원고낭독으로 맞섰던 북적 대표들이 다음회담 땐 원고 없이 하다가 밑천 때문인지 다시 「낭독」으로 되돌아가더라는 후문-.
아무튼 남북회담의 장소와 의제가 결정되어 1천만 이산가족과 겨레의 염원이 설레는 본 회담의 길목에 한 발짝 성큼 다가섰다.
그러나 서울이 먼저냐 평양이 먼저냐의 문제와 본 회담 의제의 예비회담 통과 등 풍운을 몰고 올 난제들이 깡그리 풀린 것은 아니다. 「의제문안정리」라는 예비회담의 위임사항이 타결되었지만 다시 예비회담전체회의에서 채택, 합의사항 공표로써 매듭지어지기 때문이다. 의제가 어떻게 타결됐는지는 예비회담결과를 지켜볼 일이지만 한 적의 제의는 ①이산가족의 친척의 생사와 소재확인 ②서신교환 ③재회알선 ④상호방문을 위한 자유왕래알선 ⑤재결합을 위한 자유로운 거주지 선택알선 ⑥기타 인도적 문제 등 6개항이었다.
상설 회담연락사무소를 통해 결정될 20차 예비회담의 결과가 주목되는 것은 20차 회담의 진전에 따라 본 회담의 전망이 점쳐질 것이기 때문이다. 20차 회담에서 의제가 확정되면 본 회담개최일자는 예비회담 종료1개월 이내로 결정될 것이며 예비회담의 남은 과제는 대표단구성과 기타절차 사항뿐인데 이 문제는 쉽게 매듭질 전망이다. 회담이 서울과 평양에서 번갈아 열릴 경우 주최자가 초청자를 맞이할 때에 대비, 초청자의 식탁에 오를 식기에서부터 서울 「쇼핑」에 이르기까지의 자질구레한 문제와 대표단 및 보도진의 신변보장, 편의제공, 표식, 장비 및 소지품, 교통통신, 회담장 시설, 체재기간 및 회담일정, 회담장 이외에서의 활동문제 등이 기타 절차사항으로 예비회담에 올려질 것이다. <최규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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