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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심사 지성안배|경찰간부 승진의 주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총경79명과 경정1백92명 경감1백84명등 모두 4백55명의 경찰간부를 무더기로 승진시킨 이번 경찰인사는 지역안배에 상당히 신경을 쓴 것 같다. 특히 이번 심사에서 불과 3일만에 뚜껑을 열어 최단기 심사기록을 세운 것과 가벼운 징계 자에게 상벌상계원칙을 적용한 것은 파격적인 조처였다.
이처럼 짧은 기일에 마친 전격심사는 위로부터의 청탁과 밑으로부터의 엽관운동의 기회를 줄여 경찰인사에 새 기풍을 심자는 데 그 목적이 있었다. 그래서 정석모 치안국장은 지난 5월31일 심사에 착수 할 때부터 『소문 없이 조용히 심사 할 수 있도록 보도를 보류해 달라』고 부탁까지 하며 보안을 철저히 했다.
총경 심사진은 위원장에 최석원 치안감이 맡았고 위원은 이순구(보안과장) 염진현(수사과장) 김상희(보좌관) 권오경(전북국장) 이규섭(충남국장) 박병동(강원국장)씨 등 6명의 경무관이었다. 경정심사위원장은 이규이 경북국장, 경감심사위원장은 손달용 경기국장이 각각 맡았다.
이렇게 3개「파트」의 심사위원 21명이 뽑혀 서울교외 G「호텔」에서 심사작업을 하는 동안 여느 때처럼 외부와의 통신수단이 봉쇄됐고 감찰 계를 동원하여 심사대상자의 동태를 살피기도 했다.
이번 인사의 심사대상은 총경이 2백4명으로 2.6대1의 경쟁밖에 안되어 매년5배수 추천을 해오던 관례를 깼다. 경정은 2백96명으로 1.6대1, 경감은 7백96명으로 4.5대1의 경쟁률을 보였다.
이 가운데 총경과 경정의 경합이 낮은 것은 69년의 무더기 승진여파가 아직도 남아있었기 때문. 왜냐하면 경찰관 승진임용규정에서 동일계급에 3년 이상 있은 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경찰 공무원법이 지난 4월4일 경과조처를 넘겨 발효했기 때문에 경정계급신설 때 첫해 승진자 이외에는 대상자가 없었다. 경감 급에도 역시 이런 사정은 비슷했다.
승진 자를 지역별로 보면 서울시경이 17명으로 으뜸을 차지했고 그 다음은 치안국 16명, 전남 7명, 부산·경북 각 6명, 강원·경남·전북이 각각 5명의 순으로 나타나 대체로 골고루 안배됐다. 지난번에 열세했던 전남·북은 대거 진출로 만회했다. 이로써 전국「티오」는 총경 2백95명, 경정 3백74명, 경감 8백63명으로 늘었다.
지금까지 승진심사 때마다 도시경찰과 지방경찰의 격차가 문제시되어 왔었다.
물론 서울이나 부산·대구·전주·광주·대전등 대도시 경찰은 그 만큼 업무량이 많고 또한 능력을 인정받아 발탁된 인물들이 많았지만 지금까지의 인사는 특히 편중된 것이어서 지방경찰의 상대적인 저조를 면치 못 했었다. 그러나 이번 지역안배로 지방경찰에서도 일만 잘하면 승진할 수 있다는 자신을 심어주었다고 하겠다.
이번 심사기준에서는 각각 10개항의 우대기준과 배제기준을 설정했다.
특히 이번 심사규정에서는 심사대상에서 제외됐던 징계 자에게 상벌상계를 적용, 승진의 기회를 줬다. 이 새로운 관례는 경찰의 그 동안 고루했던 심사원칙을 파격적으로 깬 것으로 크게 환영을 받고 있다. 정 치안국장에 따르면 상벌상계원칙을 세운 것은 징계가 무서워 과감히 일을 못하고 무사안일주의로 흐르는 경찰 근무태도를 바꾸기 위한 조처라고 밝혔다.
아무튼 이번과 지난 69년의 승진으로 경찰인사제도는 다소 확립됐다고 볼 수가 있다. 또한 인사의 숨구멍도 어느 정도 뚫렸다고 하겠다.
그러나 이제 제2단계는 신중을 기해야할 보직문제가 남아 있다. 김현옥 내무부장관은 39개 2급서의 총경서장경찰서 승격과 계급정년퇴직 등으로 자리가 빌 56개 서에 우선 승진예정자에게 보직을 주고 나머지는 자리가 나는 대로 보직하겠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또 1급서의 서장이동도 곧 단행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작년의 대규모 인사이동에서 빚었던 부작용을 거울삼아 이번에는 단계적으로 서서히 인사 할 것으로 보인다. <안기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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