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결과 최대 70% 약물흡착 확인 … 하루빨리 규제법안 통과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01면

약물 성분이 달라붙는 수액줄은 환자안전을 위협하는 또 다른 복병이다. 최근 국내 연구진은 세 가지 재질의 수액줄을 대상으로 탁셀계 항암제와 니트로글리세린(혈관확장제), 클로메티아졸(진정제)이 환자에게 제대로 전달되는지 실험했다. 그 결과, 일부 재질의 수액줄이 제 기능을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를 진행한 성균관대 정동준 교수(고분자시스템공학과)와 삼성서울병원 방사익 교수(성형외과)에게 연구결과의 의미를 들었다.

이민영 기자

-어디에 쓰이는 약물이 어떤 수액재질에서 문제가 되나.

 정동준=“PVC와 폴리우레탄, 폴리올레핀 수액줄을 대상으로 탁셀계 항암제와 니트로글리세린(혈관확장제), 클로메티아졸(진정제)이 흡착되는지 여부를 실험했다. 수액이 들어가는 평균 시간인 2시간 동안 PVC수액줄에서는 니트로글리세린이 약 70%, 클로메티아졸은 약 30%의 약물이 흡착됐다. 환경호르몬 용출 걱정이 없는 폴리우레탄 수액줄에서도 두 약물이 50%씩 흡착됐다. 탁셀계 항암제는 PVC 재질에서 사용했을 때, 약효가 석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석출이라는 건 항암제 속 약효성분이 수액줄 성분과 결합해 고체처럼 분리되는 현상이다.”

-약물이 흡착되고 석출되는 이유는.

 정동준=“약물은 대부분 극성이 있다. 극성이라는 건 +와 -같은 전기적 성격을 띠는 것이다. 극성은 극성끼리 잘 결합한다. 니트로글리세린과 클로메티아졸, PVC와 폴리우레탄 모두 극성이 있다. 약물이 수액줄 내부에 달라붙는 이유다. 탁셀계 항암제가 석출되는 건 약물이 수액에 제대로 녹지못해서다. 탁셀계는 물에 잘 녹지않는 성분이다. 물에 녹이기 위해서 계면활성제를 첨가한다. 그런데 이 계면활성제가 PVC 수액줄의 DEHP(환경호르몬 물질)와 만나면 빠져나와 결합한다. 물에 녹여주는 성분이 수액줄에 붙어버리니 약효성분이 분리돼 나오는 거다.”

-환자안전이 우려되는 문제점은.

 방사익=“약효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는다. 의사가 100을 처방해 투여했는데 환자에게는 30만 전달되기 때문이다. 정량이 들어가야 체내에 약물 농도가 일정하게 유지된다. 특히 항암제는 문제가 크다. 항암제는 치료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두 가지 이상 섞어서 쓴다. 이를 칵테일 효과라 부른다. 그런데 어떤 약물은 수액줄에 흡착이 되고, 어떤 약물은 별 문제 없이 환자에게 잘 전달된다면 인체에 투여되는 비율이 달라진다. 약효의 정확성을 가늠하기 어렵다. 항생제 같은 경우는 약물에 대한 내성만 더 생길 수 있다.”

 정동준=“탁셀계 항암제가 석출되면 인체에 고체형태의 약물이 투여되는 것과 같다. 항암제가 고체상태로 몸에 들어가면 암이 있는 쪽으로 제대로 가기가 힘들다. 약효가 떨어지는 이유다.”

 
-의료현장에서는 수액줄 재질에 따른 위험성을 알고 있나.

 방사익=“탁솔계 항암제와 일부 약물에는 PVC 수액줄을 피하라거나 약물흡착 우려가 있다는 경고문이 있다. 큰 병원에서는 고가의 수액줄을 사용하고 있지만 일선 의료기관 의사 모두가 다 정확히 알지는 못할 것 같다. 여기에 대한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대안은.

 정동준=“일본 같은 선진국은 이미 약물흡착과 환경호르몬 용출이 걱정없는 ‘폴리올레핀’ 수액줄을 사용한다. 국내에서도 환경부 지원을 받은 벤처기업에서 제품이 개발돼 수입품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하다.”

 방사익=“약물흡착과 관련한 규제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법안이 하루빨리 통과돼 시행돼야한다. 의료의 최종 소비자인 환자입장에서 꼭 필요하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