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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슨 방소-「통킹」만 기뢰 「쇼크」 속 정상 대화의 행동 반경 (중)|쌍무 협정의 범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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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닉슨」 미국 대통령의 월맹 봉쇄 조치에 대한 「크렘린」의 유연한 반응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크렘린」의 성명은 「닉슨」조치를 비난하면서도 미·소 정상 회담에 관해서는 단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그것은 「크렘린」이 월남이나 중동의 열기에도 불구하고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밀고 나가겠다는 것, 즉 『중소국 문제가 두 초대국간의 이기적인 타협을 방해하지 못하게 하겠다』고 하는 실리적 타산에 보다 집착하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이다.
소련의 이 같은 타산은 그들이 당면한 심각한 경제적 문제점을 고려할 때 납득이 간다.
심각한 문제점이란 바로 ⓛ경제 성장율의 둔화 ②소비재 결핍 ③농산품 부족 ④「컴퓨터」「오토메이션」·석유 화학·기계 시설 면에서의 기술 격차 (테크놀러지·갭)를 뜻한다.
그러나 미국 역시 최근의 수출 시장의 협소와 과중한 군사 예산 및 「달러」의 약화 등 중첩된 부담으로 소련과의 관계 개선을 필요로 하는게 사실이다.
더구나 미·소는 다같이 세계의 경찰 역할에 피로해졌다. 그들은 「유럽」의 긴장이나 월남·중동의 부담을 덜고 「미사일」 경쟁을 둔화시킴으로써 자국의 안보와 경제를 무한한 대결이 아닌 「상호 세력권 인정」의 선에서 보장받으려 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닉슨」「브레즈네프」 정상 회담에서의 「실속 흥정」은 다음과 같은 사항에 모아 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전략 무기 제한 협정 (SALT)=작년 4월이래 「헬싱키」와 「빈」에서 교대로 열려 오던 SALT 협상은 이번에 2개의 합의 문서로 공식화 될 것으로 보인다.
즉 방위용 「미사일」 (ABM)의 제한에 관한 협정과 일부 공격용 「미사일」의 동결에 관한 「잠정적인 합의」가 그것이다.
이 두개의 합의점에 도달하기까지 양측은 서로 중요한 양보를 했다.
소련이 「유럽」에 주둔하는 미국의 전술 핵전력 (핵 폭탄을 실은 장거리 폭격기) 의 철수 주장을 철회하는 동시에 아직도 미국에 뒤져 있는 「미사일」 적재 잠수함 건조에 상한선을 둔다는데 동의했다. 한편 미국은 소련이 우세를 보이고 있는 지하호 발사용 공격 ICBM의 수효를 현 수준에서 동결시키는데 동의하는 양보를 했다.
ABM의 경우 양측은 약 2백기의 ABM만을 보유하기로 합의했다. 이 결과로 양측은 끊임없는 공격→방어→보다 큰 공격→보다 큰 방어로의 경쟁의 악순환에서 현저히 벗어나게 될 것이며 독립 목표 다탄두재 돌입 장치 (MIRV)라는 극한적인 공격용 무기 개발 경쟁도 상대적으로 둔화된다.
반면 ICBM의 경우는 앞으로의 공식 협정을 전제로 한 「잠정적인 합의」로만 만족해야 할 처지다.
그러나 이로써 「팬터건」은 소련 ICBM 특히 대형 SS9 「미사일」의 증강에 「브레이크」를 걸 수 있게 되었다.
현재 미·소는 각각 1천54기와 1천5백50기의 ICBM을 보유, 그것을 동결하면 미국이 2대3의 불리를 감수해야 하나 MIRV와 핵 잠수함 면에서 월등히 앞서 있으며 소련이 엄두도 못 내는 해저 장거리 「미사일」 (ULMS)을 설치 할 수 있는 강점을 갖고 있다.
소련도 현재 건조 중인 17척의 핵 잠수함을 계속 완성 할 수 있는 길이 이번의 합의에도 불구하고 열려져 있어 공격용「미사일」 경쟁은 여전히 계속 될 것이며 중공의 핵 개발이 고려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많은 문제가 그대로 남은 셈이다.
▲통상 증대=이 부문에 있어 미·소는 각각 미국 상사의 자유로운 소련 시장 진출과 미국의 대 소련 상품 관세 장벽의 철폐를 맞바꾸려 할 것이다.
미국은 아직도 「폴란드」와 「유고슬라비아」를 제외한 모든 공산국으로부터의 수입품에 대해 비 공산국에 대한 경우보다 5배나 높은 관세를 부과하고 있어 소련은 차제에 미국에 대해 이를 시정하고 최혜국 대우를 해달라고 요구할 것이다.
이에 대해 「닉슨」은 미국의 자본주의적 자유 기업이 소련의 통제 경제 체제에도 불구하고 국가 「레벨」과 실수요자 「레벨」에서 그리고 생산·소비면에서 자유롭게 시장 조사와 수출입 활동을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 할 것 같다.
양측의 요구는 결국 미국이 일본·서독·영국·프랑스 등과 맺은 형태의 통상 협정으로 집약될 가능성이 엿보인다.
이로써 소련은 미국의 밀가루와 우수한 전자 공업 기술 및 제품을 도입해 저들의 낙후된 전자 부문과 소비재 및 농업 생산력을 보충하려 할 것이며 「시베리아」 유전 개발을 위한 미국의 기술 도입도 아울러 꾀할 듯하다.
이것은 경제면에서의 냉전 종식이며 「스탠즈」 전미상무장관, 「버츠」농림장관 및 「코널리」 전 재무의 사전 교섭의 마무리이기도 하다.
▲과학·문화 교류=미국과 소련 사이에는 이미 예술단의 상호 방문과 같은 단기적인 문화 교류 협정이 체결되어 있으나 이번에 학술·문화 교류·인사 교류의 폭은 항구적인 틀 속에서 대폭 증가할 것이며 냉전적인 중상과 모략, 문화의 상호 모략의 길을 터놓기 시작 할 것이다.
그 중에서도 외계에 대한 공동 개발 작업이 본격적으로 착수되리란 전망이다.
미·소의 실무자들은 이미 1970년10월 「모스크바」에서 1975년6월14일을 「D데이」로 해서 미국의 「아폴로」 우주선과 소련의 「소유즈」 우주선 및 「살류트」 우주 정거장을 외계에서 「도킹」시키자는 계획을 논의했다.
이러한 공동 작업은 미·소가 각자의 특수 기술을 보완하고 경비를 분담함으로써 우주 개발의 실효를 거두자는 필요에서 나온 것이다
이러한 교섭 결과는 이번 정상 회담에서 「닉슨」「브레즈네프」 공동 성명에 의한 국제적인 「랑데부」와 「도킹」 협약으로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유근일 기자>

<차례>
(상)양대 독트린의 접점
(중)쌍무 협정의 범위
(하)흥정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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