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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검찰에 원세훈 공소장 변경 보완 명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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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범죄의 행위자가 누구인지 알 수 없어 피고인의 방어권이 침해되고 공소권이 남용되고 있다.”(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측 이동명 변호사)

 2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부장 이범균) 심리로 열린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 공판. 검찰의 2차 공소장 변경 신청 여부를 두고 원 전 원장 측은 맹렬히 반발했다. 피고인 방어권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부분을 집중적으로 지적했다. 김승식 변호사는 “새로 추가한 증거가 121만여 건의 트위터 글인데 이게 모두 닉네임과 아이디로만 구성돼 있다”며 “어떤 사람이 무슨 행위를 했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어떻게 이들과 공모 관계로 기소된 피고인들을 방어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언론 보도를 보면 1차 공소장 변경 당시에 추가됐던 트위터 글 2만7000여 건은 이번에 철회한다고 하는데 어떤 게 빠지고 어떤 게 들어온 건지 알려주지도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동명 변호사도 “5만6000여 건의 트위터 글이 추가된 것까지는 그나마 감내할 만한 수준이었는데 이제는 121만여 건으로 늘어났다”며 “이 많은 트위터 글을 제대로 검토하기 위해선 형사소송법 298조 4항에 따라 공판 절차를 1년 정도 정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정회) 이복현 검사는 이미 구체적 증거를 충분히 제시해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이 검사는 “범행에 관여한 국정원 심리전단 소속 직원들의 명단을 이미 제출했고 직원들의 사용 계정도 구체적으로 알려줬다”고 말했다. 이어 “수십 명에 이르는 국정원 직원 명단을 각 개별 범죄별로 일일이 기재하면 공개재판에서 지나치게 많은 국정원 직원의 실명이 공개돼 부적절하다”고 덧붙였다.

 원 전 원장 측은 현재 추가 수사가 진행 중인 점에 대해서도 부적절하다고 맞섰다. 김승식 변호사는 “현재 피의자 신분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 국정원 직원들이 재판에 증인으로 나오게 되면 적절할지 의문”이라 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복현 검사는 “기소 여부와는 별개로 본인의 권리로서 진술하느냐 마느냐 하는 부분은 자유이기 때문에 증인신청에 문제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이범균 부장판사는 “추가된 진술조서를 보니 기존 4명에서 10명이 더 늘어난 것 같은데 이번 변경 신청대로 하면 입증계획이 제대로 진행될지 의문이 있다”며 “앞으로 신문해야 될 증인이 추가 수사에 따라 더 늘어나게 되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이에 이 검사는 “지금 증거가 최종 증거이고 추가 공소장 변경신청은 없다”고 답했다.

 30여 분간 진행된 양측의 공방이 모두 끝난 후 재판부는 10여 분간의 합의를 거쳐 검찰에 공소장 변경신청서의 보완을 명했다. 허가 여부를 유보한 채 일단 방어권 보장이 필요하다는 변호인 측 의견을 수용한 것이다. 재판부는 “방어권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변호인 측 주장은 충분히 인정된다”며 “25일까지 공소장 변경신청서를 구체적으로 보완해 달라”고 요구했다. 보완해야 될 부분은 ▶각각의 트위터 글을 누가 올렸는지 ▶기존 공소사실 중 무엇을 철회했는지 ▶자동 복사된 트위터 글 121만여 건을 종류별로 묶어서 원래 글 2만6000여 건 기준으로 분류해 정리하는 등 세 가지다. 재판부는 오는 28일 오후 4시에 공판을 다시 열어 공소장 변경신청 허가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재판부는 “가능한 한 내년 2월 전에 판결을 선고토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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