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리스 피격, 맥거번-험프리 대결로|미 민주당 대통령 후보 지명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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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뚜렷한 선두 주자의 출현 없이 「맥거버」「험프리」「월리스」간의 3자전으로 혼미를 거듭하던 미 민주당 대통령 후보 지명 예비 선거는 중반전 「피크」에 접어들어 강력한 교란 잠재력을 가진 「월리스」 후보가 저격을 받아 중태에 빠짐으로써 나머지 두 후보가 지명에 필요한 대의원 다수의 지지표를 얻어 지명 대회에 임할 가능성이 커졌다.
「월리스」의 측근에서는 「계속 출마」혹은 「대리 출마」의 뜻을 밝혔으나 그가 입은 상처가 중상이고 또 7월 지명대회 때까지의 시일을 감안할 때 그 가능성이 희박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군웅할거의 양상을 띠어온 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경쟁은 「머스키」,「잭슨」, 「린지」등의 탈락으로 「험프리」「맥거번」의 경쟁으로 좁혀졌다.
비록 저격 사건의 유무에 관계없이 그가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지명될 가능성은 처음부터 거의 없었지만 「월리스」는 이미 1백57명의 대의원을 확보, 「플로리다」「노드캐럴라이너」「테네시」에서 승리를 기록한데 이어 「메릴랜드」「미시건」에서 동부 보수 세력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음으로써 「맥거번」과 「험프리」에 압력을 가해왔다.
그의 돌연한 탈락이 아니더라도 반전 「리버럴리즘」을 표방한 「맥거번」이나 중립 온건 노선의 「험프리」는 다같이 어느 정도 「월리스」의 노선과 타협을 모색해야 했는데 「월리스」의 뜻밖의 도중 하차로 인해 보수 세력을 의식한 「험프리」「맥거번」 두 사람간의 정강상의 신축성이 보다 광범위해질 공산이 커졌다.
특히 대기업의 횡포를 겨냥해 저소득층에 「어필」했던 「월리스」의 세제 개혁안과 흑백분리 주의에 입각한 통학 「버스」 반대 주장은 양 후보에 재고의 대상이 될 것 같다.
「맥거번」은 월남전만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져 반전이라는 단일 「이슈」의 후보로 알려진 자기의 「이미지」를 국내 문제도 역점을 두는 후보 「이미지」로 바꾸려는 그의 최근 노력에 박차를 가 할 수도 있다.
한편 「월리스」가 도중 하차하면 가장 크게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사람은 「에드워드·케네디」인 것 같다.
지금까지 후보 지명 경쟁에 뛰어들지 않고 있는 「케네디」는 뚜렷한 다수의 지지 없이 난맥을 보이고 있는 현 경쟁자들이 모두 지명 획득에 실패할 경우 징발 또는 추대 후보로 등장 할 가능성이 있었는데 이제 「월리스」의 도중 하차로 그만큼 징발 후보의 전망이 흐려진 셈이다.
따라서 「케네디」의 모호한 태도는 더 이상 버티기 어렵게 됐으며 보다 빨리 거취에 대한 결단을 강요받게 되었다.
「닉슨」「월리스」 결탁설이 나돌 만큼 민주당 안에서의 「월리스」의 부상을 환영해온「닉슨」은 「월리스」가 탈락됨으로써 상대적으로 적수가 강해졌다.
「월리스」를 지지하던 보수파의 표가 「맥거번」「험프리」 보다는 「닉슨」에게 돌아갈 공산도 있지만 차후 「케네디」가 뛰어들거나 혹은 「맥거번」이나 「험프리」가 「월리스」 같은 방해물 없이 강세를 보일 경우 지금까지 예측돼온 『「닉슨」의 일방적인 승리』 전략에 차질을 빚게 될 지도 모른다.
「월리스」의 탈락은 또 「월리스」가 민주당 지명 대회에서 패배, 제3당 후보로 출마함으로써 야기 시킬 혼란을 제거함으로써 민주·공화 양당에 약간의 안도감을 안겨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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