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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메릴랜드 대학에 이색강의 「사망학」수강 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화사한 불볕 속의 캠퍼스 잔디밭에서 1백50명의 수강생이 열심히 「사망학」 강의를 듣고 있었다. 봄이란 계절과는 어울리지 않게 벌어져 주위의 관심을 모은 이 강의는 미국 메릴랜드대에서 대니얼·레비턴 교수가 개설한 이색 교양과목이다.
예능계 및 교육한, 도서관학, 간호학 등을 전공하는 대학생들이 주로 수강하고 있는 이 강의의 공식명칭은 「보건학476」이나 지금은 「사망교육 및 자살행위학」으로 알려져 있다.
비정한 그 이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그것 때문인지도 모르지만 「보건학476」은 1주 3시간 강의에 3백여 명이 수강신청을 하는 성황을 이루고 있다. 이것은 메릴랜드대생(3만5천 명)에게 레비턴 교수의 또 하나의 강의 「성교육」 다음으로 인기 있는 과목이다.
「사망학」 강의는 산업사회의 죽음의 문제에서 자살의 본질 및 사망에 관련된 법률에 이르기까지 광범한 영역을 포함하고 있다. 강의 재료는 엘리자베드·커블러·로즈의 『사망론』, 잭스·코른의 『죽음과 서구사상』 등 6권의 필수교재가 있다.
수강생들은 몇 번의 리포간을 제출해야 하며, 1개소 이상의 사망에 관련된 기관을 견학해야 한다. 그들은 또 코스 기간 중 장의사 등 외래 강사의 강의도 몇 차례 듣는다.
사망과 성의 양 분야에 소양을 갖춘 레비턴은 『사망은 성을 오늘날의 금기 대상으로 만들었다』고 주장하고 『사망학 강의는 대학생들을 보다 행복한 생활로 이끌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숭고한 인생을 위해 죽음이란 필연적 사실을 정확히 볼 수 있는 안목을 길러준다는 것이다.
그는 또 『오늘날의 젊은 대학생들은 자살사상에 감염되어 있으면서 죽음에 관계된 일에 대처해 나가는데 있어서는 안타까울 정도로 연약하다』고 지적했다.
이 강의에는 물론 상당수의 대학생이 호기심이나 장난기로 끼어 들고 있다. 4학년 수강생 중의 한 학생은 『나는 죽음을 좋아하기 때문이 이 강의를 듣는다』고 거침없이 말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생은 죽음에 관한 어떤 문제의식에서 출발하고 있다. 얼마 전 조모를 여읜 21세의 배리·스타 군은 『적어도 내가 어떻게 죽음을 거부해야 하는가를 알게 되었다』고 자신 있는 태도를 보여줄 정도였다. <외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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