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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0)부모의 책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오늘은 제50회째 「어린이날」로 이 나라 어린이 운동도 올해로 반세기를 맞는다.
올해도 예년과 같이 전국 곳곳에서는 저마다 어린이를 위한 잔치가 벌어진다.
이 「어린이날」 잔치는 매우 뜻깊은 일임에는 틀림없겠으나, 평소 우리 어른들이 취하는 마음가짐과 행동이 얼마나 어린이들의 마음과 행동에 직접 미치는가 돌아볼 필요를 느끼게 한다.
인간은 환경 속에 생활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그 행동이나 발달도 역시 환경에 따라 전개된다. 그러므로 어린이를 규정하는 중요 환경은 무엇보다 부모에게서 물려받는 마음과 행동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린이들의 생활요구는 자주적·자율적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부모의 조력에 의해서 달성할 때가 많다.
이것은 부모의 힘은, 어린이 자신의 힘과 같이 느끼게 되고, 부모가 가까이 있나 없나에 따라 어린이의 안정감·자신 같은 것에 근본적인 규정력을 가져오게 한다. 또한 부모의 기쁨·웃음·행복감 등은 어린이 자신의 것과 다름없이 공감된다.
그러므로 부모의 슬픔·울음·불행감 역시 어린이 자신의 것으로 된다.
어린이의 눈을 통해 본 부모는 전지전능 적인 존재이다. 어린이의 의문이나 어린이의 욕구의 대부분은, 부모의 동의나 협력만 있으면 해결 내지 실현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말을 바꾸자면 어린이의 눈에 부모는 자기보다 상위의 가치 높은 존재로 보이기 때문에 부모의 언동·감점·사고방식·태도 등은 어린이에게 있어서는 자기의 행동의 기준이 된다. 이렇게 볼 때 우리 어른들의 행동이나 마음가짐이 얼마나 어린이들의 장래를 좌우하는가 뜻깊은 「어린이날」을 계기로 하여 다시 한번 돌아보고, 어린이를 부모의 「과보호」 상태에서 해방시키고, 어린이를 어른의 「축소판」으로 생각하는데서 탈피하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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