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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근대미술 60년전」, 6월 개최|문공부 주최로 3백 점을 선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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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국의 근대미술을 수집, 총 정리하는 「한국근대미술 60년전」이 오는 6월24일∼7월23일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다. 문공부 주최 국립현대 미술관 주관의 이 미술전은 1900년 이후부터 1960년에 이르는 기간의 우리 미술을 처음으로 총 정리하는 작업이 된다는 점에서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현재 전국적으로 흩어져 있는 회화·조각·서예 등 우수한 근대미술작품을 수집해 한 자리에 전시함으로써 한국 근대미술의 좌표를 세우고 한국미술사의 새로운 기원을 이룩한다는 의미가 강조되고 있는 것이다.
여러 차례의 사회변동을 통해 우리의 근대미술 작품들이 많이 일실 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 미술품들의 소재를 파악, 그 보존 방안을 찾고 국민의 이해도 높이면서 또 한국미술의 우수성을 해외에 소개하는 계기도 마련한다는 뜻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문공부가 3일 밝힌 「한국근대미술 60년전」 자료에 의하면 전 국민의 이해와 호응을 얻기 위해 2개월간의 수집기간이 설정되고 예술원과 한국미술협회의 후원으로 시도문화 공보실과 미술협회 지부를 통한 출품협조를 받을 계획이다.
6월 10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접수될 출품작들은 「한국 근대미술 60년전」 추진위원회가 약 3백 점을 선정, 전시하며 이들은 천연색 슬라이드와 국영문 사진도록에 수록해서 국내외에 소개하게 되고 희망에 따라 우수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이 년차 적으로 구입해서 영구 보존할 계획이다.
동양화와 서예 부문에 있어서도 1900년부터 60년간의 미술사를 정리한다는 의미를 갖는 것이지만 서양화와 조각 분야에 있어서는 특히 서양신문화 유입과 관련해서 커다란 의미를 이번 전시회에서 찾아볼 수 있다.
서양문화의 도입기, 특히 1908년 춘곡 고의동이 동경미대에서 서양화를 공부하기 시작했던 때로부터 근대미술이 태동했으며 3·1운동이 일어난 1919년까지 지속되었다.
이 시대에 서양화는 김관호·나혜석·김찬영·이종우가 활약했고 동양화 분야에선 조석진·안중식, 서예 분야에선 정대유·김돈희씨 등이 활약했다.
이 시대의 작품들은 거의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산실됐으며 지금 보존된 것들은 거의 문화재적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1910년 이전의 작품을 문화재로 보는 정부의 해석에 따라서도 그 문화재적 가치는 인정되는 감이 있다.
3·1운동 이후 민족적 자각이 싹트던 시기에 예술지상주의 유파가 들어왔을 때의 작품들도 기대되는 작품들이다.
이종우·나혜석·백남순·장발 등 서양화가가 구미에 유학했으며 이종우씨가 1927년 작품 『인형 있는 정물』(국립현대미술관 소장)을 가지고 파리의 도·톤느 전에 입선, 처음으로 해외진출의 길을 열었다.
한편 프랑스에서 1905년쯤에 비롯되었던 야수파·추상파의 영향이 이 시대에 구본웅·이중섭·김환기·유영국 등의 작품에 나타났으며 20년대엔 조각가 김복진이 새로운 조각기법을 도입하고 있다. 이 시대 작품 가운데는 일제에 항거하는 정신을 담고 있는 것들도 있었다.
그러나 그 같은 저항정신이나 반일에의 정열도 예술활동에 대한 전반적인 억압이 있게된 2차대전 기간 동안에 사라져갔다.
19회까지 계속되었던 민전인 「서예협회전」이 37년에 강제 해산되었으며 미술활동은 일제의 전시미술체제로 들어갔다. 단지 관전인 「선전」은 22년부터 44년까지 계속되었다.
45년 해방과 함께 온 정치적 혼란기에 미술계는 「조선미술협회」와 좌경 「미술동맹」 사이의 대립공백기를 거쳐야 했으며 49년 국전이 시작되면서 새로운 방향이 제시되었다.
6·25전란을 거쳐 53년 환도 이후 차차 사회질서가 회복되면서 미술에 관한 국제적인 시야가 넓혀졌으며 개인전과 단체전 등이 성행되기 시작했다.
각 대학의 미술학과가 새로운 창작 활동에 노력하는 활동을 보였으며 53년엔 손재형씨가 서예 분야에서 한글서예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이렇게 파란을 겪으면서도 꾸준히 다양한 발전을 거듭한 한국근대미술의 발자취를 한 자리에 모아 처음으로 총 정리하게 될 「한국근대미술 60년전」은 벌써부터 미술계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마련한 이 같은 뜻 있는 행사가 단순히 거창한 외양만의 전시회에 그쳐서는 안될 것이다. 이 획기적인 근대미술의 이정표가 새로운 한국미술의 도약 단계로서 이용돼야 한다는 것이 특히 강조되는 것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이 년 8백만원의 예산으로 미술작품을 구입하는 단계에선 한국미술의 도약은 한갓 꿈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정부의 획기적인 문화정책을 기대한다고 미술계는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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