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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보존 그 과학적 방법 모색|일본의 권위 관야극 박사「세미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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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문화재를 손상 없이 보존하는 문제가 근래 상당히 관심거리가 되고 있다. 고래의 민족유산을 가꾸고 보존하는 과학적 방법의 연구도 차차 본격화하는 감이 있다.
문화재관리국은 문화재의 과학적 보존방법 개발활동의 일환으로 일본의 문화재보존 과학분야의 권위인 「세끼노·마사루」(관야극·63·국립동경문화재연구소장) 박사를 초청, 우리 나라 문화재전문가들과 「세미나」를 가졌다. 그는 일제 때 경성대 교수며 한국 고건축 분야 학자인 고관야 정씨의 아들이다.
동경대 공학부장을 거친 건축사 전공의 「세끼노」박사는 지난 20일∼26일 경주·해인사·부여·공주 등지를 시찰, 한국의 국보급 문화재를 조사하고 이날 조사보고를 겸해 우리 나라 문화재보존문제 전반에 관해 자신의 견해를 밝히는 한편 한국문화위 전문가들과 의견을 교환했다.
경주 등지의 문화재를 둘러 본데 관한 약식보고에서「세끼노」 박사는 현재의 문화재보존상태를 대체로 훌륭한 것이라고 보았다.
『해인사 팔만대장경 판의 보존이나 경주 석굴암의 보존상태는 훌륭한 것이며, 석굴암의 보존시설이나 대장경 판고의 보존효과는 상당히 우수한 것이다. 이런 보존기술은 일본에서도 흔히 보지 못한 것이다』라는 것.
특히 정부가 최근 해인사 팔만대장경의 새로운 철근 「콘크리트」조 판고를 새로 지우려는 계획을 어떻게 생각하는 가고 물은 이태령 박사 (서울대 문리대)의 질문에 대해 그는 현
재의 판고 이상 과학적인 건물이 없다고 주장했다.
『현재의 판고는 이조의 건물이지만 경판 보존을 위해서는 훌륭한 시설이다. 바람이 잘 통하도록 벽면아래에 큰 창을, 위에 작은 창을 둔 것은 건축학적으로 특별히 배려한 배치이다. 판목을 2장씩 포개 놓은 방식이 조금 이상하지만 판고 자체의 보존효과는 좋은 상태이다. 정교 섬세한 예술품인 경우엔 특별한 보존문제가 제기되지만 현재의 판목상태로는 큰 염려가 없다. 단지 판목의 내부상태가 어느 정도로 유지돼 있는가는 외관만으로 추정할 수 없어서 무어라 말할 수 없다.
그러나 방재를 위해서 경판고를 철근 「콘크리트」 집으로 새로 짓는 방안도 연구됨 직하다. 도난이나 엉뚱한 사람의 방화 행위 등 특수한 재난에 대비해 경판을 분리 보관할 필요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콘크리트」 건물이 판목을 해롭게 할 수도 있다. 공기조절장치나 방화시설 등 기계의 관리도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충분한 연구를 거쳐야 한다.
「콘크리트」건물은 장점도 많지만 문화재 보존시설로는 바람직한 것이 못되며 신축 후 적어도 2년 동안 비워 두어야 한다. 「콘크리트」건물 안에 목조 수장 고를 짓는 경우도 문제는 많다고 그는 지적했다.
「세미나」의 중심 과제가 팔만대장경 등 목질문화재와 불국사 석가탑 출토 다라니경 등
섬유질문화재의 과학적 보존방법의 제 문제였으나 그는 한국의 문화재 보존문제를 9개의 항목에 나눠 전반적으로 검토하고 견해를 밝혔다.
①팔만대장경판 보존 ②목질 문화재 보존 ③다라니경과 연기본 등 지류문화재 보존 ④섬유질문화재 보존 ⑤경복궁 뜰의 석탑 보존 ⑥기타 옥외석조물 보존 ⑦석굴·석실 보존 ⑧발굴 출토된 철기 보존 ⑨건조물 채색과 지본 채색의 보존 등이다.
▲팔만대장경판=①판목보존상태는 좋으나 몇 개는 부패부분이 있다. 부식을 없애기 위해 「이소시아네이트」액을 쓰고 병충해도 없지만 있을 때는 「기시다」액을 칠한다. ②경판 전체 보존을 위해선 방화시설과 자동경보장치가 필요하다.
▲목질문화재=①방부제가 든 물 속에 넣어 ②명반을 끓여 바르고 ③ 「알콜」「에테르」 속에 넣었다 건조 ④ 「파라핀」흡수 건조 ⑤동결건조 ⑥섭씨 20도 이하서 「프타놀」 침투를 한다.
▲다라니경과 연기본 보존 및 섬유질=현재 보존상태 좋으나 몇 가지 방법이 있다. 표구 술이 중요하다. ①굵은 나무에 말아서 ②틀에 끼우던가 ③오동 나무함 ④합성·유기그릇 속의 밀폐 ⑤두 장의 유리 사이 등 방법이 있으나 각기 문젯점이 있다.
▲경복궁 옥외 석탑=검은 반점이 나타나고 있어 시급한 보수가 요청된다. 합성수지로 원상회복이 가능하며 떨어진 부분은 인조석·「시멘트」의 암으로 처리할 수 있다.
▲옥외석조물=덮개를 씌우던가 옥내에 옮겨 보전해야 좋다. 빗물과 미생물의 번식을 막는데 힘써야 한다.
▲석굴·석불=화강암은 대체로 강하나 유연한 돌은 침투 성이 많아 붕괴가 빠르다. 돌 표면에 직접 그린 그림은 보존하기 쉬우나 석회 등에 그린 그림은 보존이 어렵다. 평균 온도에 95% 이상의 습도를 유지해야 한다. 합성수지를 입혀 보존하기도 한다.
▲출토철기=①휘발성약품으로 닦고 ②종이에 말아서 녹을 뺀다. ③투명한 합성수지를 발라 보존하고 충분히 건조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건조물 채색과 지질채색=①풍화로 나무와 단청 사이에 변화가 생기는 것은 합성수지로 안료자체의 풍화를 막고 ②칠과 나무사이가 떨어진 것은「순간접착제」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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