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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네시·윌리엄즈」의 신작 희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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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04면

「윌리엄· 사로얀」 「유진·오닐」 「찰스·고든」 「테네시·윌리엄」 등의 미국 극작가들은 그들의 작품에서 술집을 미국 사회의 과도기의 「심벌」로 곧잘 쓴다. 이 달 초 미국에서 무대에 올려진 「데네시·윌리엄즈」의 신작 희곡 『스몰·크랩트·워닝스』도 술집을 무대로, 일단의 남녀가 살아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등장 인물들은 호감이 가진 않지만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준다. 어떤 의미에서 이들은 버려진 군상들이다. 그들은 남 「캘리포니아」 해변의 이 술집에서 맥주를 마시면서 취해 가는 것이다. 이들은 어떤 특징은 없지만 그런 대로 관객으로서는 흥미로운 인간들이다.
이 가운데는 묘령의 미용사 아가씨가 있는데 그는 성적인 능력을 식육점의 「티켓」 정도로 생각하는 지저분한 남자와 이동식 가옥에서 동거 생활을 하고 있다.
그 중에는 또 불법 낙태를 해서 살아가는 무면허 의사도 있는데 그는 「브랜디」를 마시고 고주망태가 되어 있다. 또한 동성연애를 하는 한 쌍은 애정 싸움을 벌이면서 술을 퍼먹고 있다.
이 술집은 수도승이 경영하는데 그는 애써 엄숙한 표정을 짓고 「트러불」이 생기지 않도록 애를 쓴다. 이들이 지나치게 술을 마시고 곤드레만드레 하는 데는 별다른 뚜렷한 이유가 없다. 다만 돌팔이 의사만은 낙태 수술을 하다가 한 모체를 죽였다는 사실이 이유가 될 수는 있다는 것뿐이다. 「테네시· 윌리엄즈」는 여기서 인간의 상실을 묘사하고 있다. 조그만 슬픔 때문에 그들은 지나친 고통을 스스로 만들어 가면서 사는 것이다.
「윌리엄즈」는 엄청난 정열의 작가다. 때로는 지나쳐서 감상적이 되고 공허감을 초래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작품은 빈틈없는 기교를 구사하여 전율할 정도의 경직성을 보여준 것으로 평론가들은 말하고 있다. 「윌리엄즈」는 사실적 작가는 아니다. 그는 근본적으로 시적 상징성의 작가다.
그의 작품은 바로 보는 사람의 심장을 울리는 특징이 있다. 때문에 이 작품도 희곡이라기 보다는 극적인 서사시로서 평가되고 있는 것이다. 이 작품은 그의 대표작은 아닐지라도 그의 작품 세계를 잘 나타낸 중요한 작품의 하나라는 점에는 모두 이의가 없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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