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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국적기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전경련은 12일부터 2일간 한국과 다국적기업이라는 주제를 가지고「세미나」를 갖고 그 결과로서 대 정부·대 다국적기업, 그리고 대 국내기업 등에 대한 종합건의안을 채택, 공 표했다.
이 종합건의는 여러 면에 걸쳐 다각적인 건의를 하고 있는데 그 기조는 정부는 다국적기업의 상 륙에 따른 국가이익을 최대한 확대시키고, 그 병폐를 극소화시키려는 일반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것 같다.
또 이「세미나」는 이른바 다국적기업에 대해서 ①모든 규정의 준수 ②외국시장 개척을 통한 국내외환사정 개선에의 협조 ③한국자원의 개발 ④기술협조 등을 요청하는 한편, 국내기업에 대해서는 ⓛ경영기술의 습득 ②기술적「갭」의 극소화 ③기업의 소유와 경영의 분리 등을 권고하고 있다.
전경련이 어떤 이유로 다국적기업과 한국에 관한「세미나」를 열었는지 우리로서는 자세한 내용을 알 수 없는 것이지만, 재계가 현존기업을 합작투자 형식으로 전환시키려는 의도를 가지고「세미나」를 열었던 것이 아닌가 짐작된다.
확실히 우리의 재계는 지금 자체 안에 중대한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어 이를 타개하는 방법을 검토하지 않을 수 없게 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차관도입으로 세운 이른바 대기업들이 한편으로는 원리금상환 압박을 견뎌내야 하게된 반면, 국내불황으로 판매 면에서 커다란 애로에 봉착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국제수지역조 폭의 확대 때문에 수입제한조치가 불가피한 실정에서 원자재수입의존 율이 높은 이들 기업들이 가동 율을 떨어뜨려야 할 처지에 있다.
이러한 일연의 요소들을 대내적으로 타개할 방법을 찾지 못하는 재계로서는 외자 계와 합작형식으로 난국을 타개하려고 시도할만한 것이다.
그러나 애로타개의 방법으로서 많은 다국적기업을 유치하려는 생각은 너무나 안이한 것이 아닌지 다시 한 번 깊은 검토를 가해야 할 것이다.
솔직히 말하여 외국인의 직접투자나 합작투자에 대해서 노조활동 등을 제한하면서까지 권장하고 있지만 그 유치실적은 보잘것없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미 들어온 이들 외자기업들도 이재 면에 만 혈안이 되어있어 자금 등에 대해서 지나치게 인색한 경향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또 일 적으로 이들 외자 계 기업들은 투자원본을 4∼5년 안에 회수할 수 없다면, 상륙하지 않으려는 것이 국제적인 경향이라는 것도 우리가 간과해서는 아니 될 것이다.
이처럼 고이윤이 보장되는 분야에만 들어오는 외국계 기업들이므로 재계가 생각하는 부실기업대책으로 다국적기업을 생각하는 것은 적확한 판단이라고 보기 힘들 것이다.
물론 「세미나」가 권고한 내용 그 자체를 나무라는 것은 아니지만 그러한 권고에 따를 외자기업이 있을 수 있겠느냐 를 생각할 때 너무나 비현실적이라는 것이다.
이미 들어온 몇몇 외자 계 기업들이 계약당초부터 우리의 약점을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 부당한 고 가격 정책을 구사하고 있는 실정을 미루어 생각한다면, 외자 계 기업에 지나친 기대를 거는 것은 현명한 일이 못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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