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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비 속의 준비…발행 뒤의 문제점|1만원 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처음 1만원 권 발행문제가 대두한 것은 70년 10월에 중소기업은행 및 상업은행발행의 위조수표가 잇달아 발견되어 자기앞수표의 변조 및 위조방지에서부터 출발, 이미 작년 선거전에 정부방침으로 거의 확정되었다.
그러나 공화당 국회의원이 한은 국정감사에서「고액권발행으로 선거를 망치려 하느냐」는 엄중한 항의에 따라 선거이후로 미루었던 것.
선거 후 발행계획은 본격화되어 작년6월에 일본에다 원판을 발주, 지난 4월초에 원판이 도착했으며 2개월 동안의 준비기간을 두어「D데이」를 6월1일로 택한 것이다.
권 종을 1만원 권으로 택한 것은 1천 원 권이나 5천 원 권으로 할 경우, 현재의 최고액 권인 5백원 권과 곧 대치되어 심리적으로 물가에 영향을 미치게 될 우려가 있고 또 경제규모의 확대와 소득의 증가로 볼 때 80년대 초에 가서 다시 고액권발행필요성이 제기될 것이기 때문에 차라리 단위가 높은1만원 권으로 결정했다는 얘기다.
도안은 충무공·퇴계·율곡·을지문덕 등 역사적 인물이 등장하기도 했으나 결국 국회로 국내외에 깊은 인상을 남길 수 있는 석굴암의 석가여래좌상과 불국사 전경이 채택됐다.
또한 색깔은 청·연·다갈색(초컬리트 색)등 세 가지가 물망에 올랐으나 가장 고상하다고 생각되는 다갈색이 선택됐다.
그리고 위 폐 방지를 위해 은화(신라 선덕여왕 상)외에 폭 1㎜정도의 홀 선을 조폐공사가 「스위스」「취리히」에서 직수입했고 용지도 4천∼4천5백 번을 접었다 폈다해도 손상이 가지 않도록(현 5백원 권은 2천5백 회,「달러」는 4천∼5천 회, 영「파운드」는 5천 회)면 80 %, 아마 20%가 섞인 특수한 것을 외국에서 수입했다.
1만원 짜리 고액권 발행에 대해 대한상의 등 경제계는『현재 자기앞 수표가 지폐대신 유통되고 있는 현실에 비추어 위조의 가능성을 막고 유통의 신속화를 기할 수 있다』고 환영의 뜻을 표시하면서 현 고액권인 5백원 권과의 사이에 새 단위의 신권을 발행하도록 건의했다.
또한 정부와 한 은은『일부에서 물가에 미치는 심리적 영향 등을 우려하자있으나 화폐의 추가공급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한 권 종 대체에 불과하여 안정계획에 의해 화폐발행이 견실히 지켜질 것이기 때문에 물개에 대한 영향은 있을 수 없다』는 견해와 함께 일본이 58년에 1만「엔」권(약 30불), 서독이 64년에 1천「마르크」(약 25불)의 고액권을 발행했으나 물가에 아무런 영향이 없었던 점을 예로 들고 있다.
그러나 일부 학계 등에선『원론적으로는 물가와 아무런 관계가 없으나 일반대중의 생각이 정부나 한 은의 설명과는 달리 화폐가치가 급격히 하락하는 심리적 효과를 일으켜 물가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그리고 발행시기에 있어서도 한 은은 물가압력이 적은 하반기를 택했다고 하나 현재 화폐발행고가 수축되는 상태에 있어 소액권유동이 줄어들면 자금난의 감각은 더 크게 나타날 것이며, 전체 통화량구성에서 현금통화의 비율이 늘어나고 예금통화의 비율이 낮아져 은행의 예금창조기능 악화로 인한 자금공급능력의 악화 등을 우려하는 의견도 많다. 2월말 현재 통화로 구성 중 화폐민간보유량이 43·7%, 통화성자금이 56·3%의 비율을 보이고 있는데 확실히 수표보다는 지폐의 퇴장 율이 높고 따라서 예금은 줄어들어 은행의 신용창조기능이 약화되면 자금난은 가중될 여지가 없지 않다는 점이 고액권발행이 해결해야할 가장 큰 과제라 할 수 있다. < 이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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