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사정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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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난 1·4분기중의 국내여신이 5·6%인 6백51억 원이나 늘어난 데 비해 통화량은 28억 원(0·8%)증가에 머무르는 한편, 화폐발행고는 오히려 1백67억 원(10·3%)이 줄어드는 이례적 현장이 나타나고 있다.
이렇듯 특이한 통화수급「패턴」은 외환부문의 급격한 통화환수에 기인하는 것으로서 누증하는 외채상환이 그 배경을 이루는 것이며 이미 작년부터 그러한 경향이 두드러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특별히 주목해야할 것은 지난 1·4분기중의 외환부문 원 화 환수가 3백억 원에 달하여 작년동기의 1백70억 원을 월등히 상회함으로써 포화수급 「패턴」의 기형화현상이 심화하고있다는 사실이며 그런 점에서 통화당국은 어려운 정책적「딜레마」에 직면해있다고 하겠다.
첫째, 1·4분기의 급격한 여신증가가 대부분 외상상환에 충당됨으로써 시중 유동성사정의 개선에는 별반 기여하지 못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1·4분기에 한도의 60%가 집행되어 2·4분기에는 불과 40%인 3백억 원의 한도여유를 남겨놓고 있을 뿐이다. 자금성수기의 이렇듯「타이트」한 한도여유는 계속되는 외채상환과 함께 기업의 자금난을 더욱 가중시킬 것이 명백하다는 점에서 주목해야만할 현상이다.
둘째, 금리인하에 이어 6월로 예정된 고액권 발행 등이 예금증가추세의 둔화요인으로 작용할 것임을 고려할 때 통화공급사정은 원천적으로도 핍박해질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셋째, 해외부문의 막대한 원 화 환수가 밝혀주는 외환수출과는 달리 3월말의 외환보유고가 오히려 전월보다 증가한 것은 외채상환이 해외부문의 새로운 부상증가에 의해 「커버」됐음을 나타내주는 것이라 하겠다.
결국 이러한 문제점들은 당국이 지금 국제수지와 경기회복대책의 두 가지 측면에서 큰 난관에 봉착해 있음을 명백히 해주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수출증가와 수입억제대책을 강화함으로써 외환 및 원 화 수급「패턴」을 다같이 정상화할 필요성이 다시 한번 절실하게 제기된다 하겠다.
그러나 올해의 수출정세는 여러 면에서 낙관하기가 어려우며, 동시에 엄격한 수입통제 역시 물가와 물자수급 면에서 많은 부작용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한편으로 경기회복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고 있음을 직시해야겠다.
특히 올해 외채상환부담은 3억1천5백만「달러」로서 지난해의 2억3천만「달러」에 비해 37%나 확대된 수준이다.
뿐만 아니라 통화당국은 IMF에 수출 금융 증가 분 1백50억 원 범위의 한도확대를 교섭할 계획이라고 보도됐으나 이는 제도개혁에 따른 자연 증가 분임에 비추어 실질적인 한도 완화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것이라 하겠다.
그렇다고 여신한도를 과감히 확대하는 것은 최근의 급격한 물가상승추세로 볼 때 많은 위험성을 내포하는 것이며 따라서 현재의 구조적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통화당국은 현행 재정안정계획을 계속 견실하게 집행해 가지 않을 수 없는 상황임을 알 수 있다. 때문에 최근 당국이 주력하고 있는 경기회복대책은 이러한 측면에서 기본적인「딜레마」에 봉착했다고 할 것이다.
또한 이것은 작금의 심화하고 있는 불황이 그 동안의 고도성장정책에서 원천적으로 도태된 것이기 때문에 지엽적 대책만으로써는 경기회복을 기대하기가 어렵다는 점을 거듭 명확히 해주는 것이라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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