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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는 어떻게 생존해 나가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영국의 저명한 작가 「토머스·하인드」씨 (46·본명 「토머스·윌즈·치티」경)가 「브리티쉬·카운슬」의 후원으로 극동지역을 순회방문중 25일 한국에 왔다. 「윈치스터」「옥스퍼드」대학교를 졸업하고 52년부터 소설을 발표하기 시작한 「하인드」씨는 『「니컬라스」씨』『회사를 위해서』 『새창』등 「앵그리·영·맨」계열의 작품을 발표하여 문단의 주목을 끌었다. 다음에 소개하는 글은 28일하오7시 한국일보12층 강당에서 열린 그의 강연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제목은 『소설가는 어떻게 생존해 나가나』. <편집자주>
소설가는 수입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고 따라서 그의 작품은 각각 다른 환경에 의해 영향을 받게된다. 영국 「빅토리어」왕조시대의 「찰즈·디킨즈」「토머스·하디」의 경우도 그들은 잡지에 연재소설을 써서 생계를 유지하게 됐는데 그 잡지의 발행인과 편집자의 요구에 복종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예를 들어 「하디」의 『테스』에 나오는 장면은 연재됐던 내용보다 훨씬 매력적인 장면이 있었던 것이다.
현대 영국 작단에는 몇 가지 양상이 보이고 있다. 근본적인 상황은 소설은 많은데 독자는 적다는 것이다. 지난해 영국에서 발표된 단편소설은 4천4백49편이었는데 대부분의 소설들은 빛을 보지 못하여 사장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원고료도 적다. 최하 75「파운드」(7만6천원)의 고료도 있으며 처녀작품 및 제2, 3작품까지는 1백「파운드」(10만1천6백원)가 보통이다.
물론 소설가들의 수입이 고료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작품이 우연히 혹은 필연적으로 인기를 얻게되면 부수적인 권리가 따르는데 번역·TV영화화·영화화 등이 이 권리에 속한다. 영화화되는 경우 작가가 받는 권리금은 적어도 2천「파운드」(2백32만원)에 달한다.
그러나 어떤 작가가 작품을 아무리 공들여 써도 인기획득이나 돈벌이에 실패한다면 그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두 가지 관점에서, 즉 그 하나는 그 자신의 생계를 위해서, 다른 하나는 자기둘레를 싸고있는 문젯점과 상황들을 실제로 추적하기 위해서 작가는 직업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러한 여건 속에서 가장 바람직한 작가 상은 「주말작가」(5일간 일하고 2일간 글쓰는)가 돼야한다는 것이나 실제로 그것이 불가능한 것이고 보면 일과 소설을 병행시킬 수 있어야한다. 즉 1일간의 시간이 36, 혹은 48시간이어야 한다는 얘기다. 이보다 좀더 현실적인 해결방안은 1년간 일하고 1년간 소설을 쓰는 방법이라고도 생각할 수 있으나 이 방법 역시 실제로 있을 수는 없다.
소설가들이 가질 수 있는 직업은 목동·「칼럼니스트」·유전 탐사원·「나이트·클럽」가수·문서 정리원 등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것들보다는 황폐한 「런던」빈민굴을 방문하여 세금부과를 위한 조사를 하는 일이 소설가에게 알맞는 직업일 것이다.
무엇보다 소설가에게 가장 유력한 직업은 「저널리스트」로서의 「프리랜서」가 아닌가싶다. 이 직업은 소설가라면 이미 기초적인 기술을 가지고있는 직업이기 때문이다.
서평가라는 직업도 소설가들을 유혹하지만 소설가들의 서평은 금지돼야한다고 생각한다. 소설가라고 해서 좋은 비평가일수는 없으며 한사람의 능력에는 창작과 비평의 재능이 동시에 병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나는 「뉴요크」대학에서 특별연구원으로 1년간 근무했고 1년 후 미국의 한 대학에서 강사자리를 얻어 소설가로서의 생계문제를 해결했지만 가르치는 직업이 때때로 나의 소설작업에 관한 정신집중을 완전히 깨뜨려버리곤 했다. 이것은 「캠퍼스」에 근무하는 다른 소설가에게도 적용될 것이다.
문학이론에 거의 무식한 채로 있는 소설가란 한편으로 생각하면 엉터리 소설가라고 생각할 수 있겠으나 뒤집어 생각할 때 소설가에게는 이러한 이론이 금기일 수밖에 없다. 소설에는 모든 상징과 2차적 의미와 신화적인 구성이 깔려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결론으로 얘기하면 나는 소설가의 생계문제가 그의 작품활동과 결코 분리되어서 생각될 수 없다는 점을 확신한다. 소설가가 생계문제를 떠나 다량의 작품을 과도하게 발표하는 것, 이것은 소설가에게 무엇보다 큰 위기를 가져다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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