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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를 통해본 한국인의 의식구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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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크리스천·아카데미」는 24일·25일 「아카데미·하우스」에서 『종교를 통해본 한국인의 의식구조』를 주제로 한 「세미나」를 가졌다. 「한국인의 재평가」라는 72년 주제의 두 번째 모임인 이번「세미나」는 불교·천주교·기독교 등 외래종교의 수용문제와 한국의 토착종교형성문제가 한국인의 의식구조와 어떻게 연관을 갖는가하는 것이 중심과제로서 제기되었다.
한국인의 의식구조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설명될 수 있는 것이지만 유동식씨(기독교 서회·신학)는 「민족의 존재근거를 형성하는 의식구조의 바탕」을 신화라고 할 때 한국인의 집단적 무의식의 세계를 형성하고 있는 뿌리를 「단군신화」에서 찾고 있다.
단군신화는 신과 인간, 남과 여, 천과 지가 둘이면서 하나이며 하나이면서 둘인 상태로 결합되는 특수한 방법을 표현한 것으로, 곰의 인간화는 곧「엘리아드」의 성유 변증법, 부정을 매개로 한 고차원의 성취라고 설명했다.
이런 방법은 또 태극이 표현하는 2분 법에서 나타나는 것이며, 역사에선 『눌려죽는 듯 하면서도 다시 살아나 끈질기게 지속되는』한국인의 생명력 같은 것이라는 얘기다.
이런 특성이 한국인의 지혜로서 높이 평가되지만 1950년대 초반에 나타나 아직도 맹위를 떨치는 신흥종교들의 신비주의·반공·국가주의에 편승하는 자기중심적 교리에 역기능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
그러나 2천년 전에 불교를 수용하였던 삼국인의 의식을 살핀 이기영 박사(국민대학장·불교학)는 ①신라가 전불 시의 고지라는 설 ②화엄존중 ③충·효·신·용·의 등의 존중 등 10가지 특성들이 원융회통적인 달관의 세계를 존중하는 민족의 정신적 저력과 결합되고 있다고 봤다.
그러나 민족의 의식구조는 기독교의 수용에서 좋지 않은 영향을 노출했다고 해석된다.
비록 천주교의 수용이 이원순 교수(서울대사대·국사)에 의해 입체적으로 받아들여진 것, 전통문화에 대한 이질문화의 도전이란 역사의 전개, 유교적 바탕이 기독교를 받아들일 수 있는 소지를 가능케 했다는 것, 일찍부터 천주교리가 한국적으로 소화됐다는 것 등으로 긍정적으로 철저히 해석되지만 박봉배 교수(감신대·신학)에겐 기독교수용이 그릇된 형태로 이뤄졌다고 해석된다.
박 교수는 기독교가 한국의 토착문화와 토착종교에 부정적으로 흡수된 이유로서 ①외형적으로 사대주의적이면서 극히 배타적인 민족성 ②지나친 시대적·사회적 압박을 들고 있다. 그래서 기독교는 그 교리를 중심으로 개인과 사회를 적극적으로 변혁해 나가지 못하고 개인적으로나 시대적인 요청에 소극적으로 이용당해 왔다는 것.
이조의 관료적 종교가 유교였고 일반에 「어필」한 대중종교가 「샤머니즘」이었기 때문에 이 양면에서 기독교는 수용됐다.
정치에 참여해서 경세제민을 일삼던 유교적 바탕에서 기독교를 받아들인 사람들은 기독교가 그런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목적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가를 추구했고, 반면 정치참여에 연관이나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던 대중들은 어떻게 자기 개인의 삶의 고난의 문제를 해결할까를 생각해 기독교를 순전히 개인적 종교로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오늘날도 소수 기독교 「엘리트」는 사회참여와 정치참여를 강조하는 유교적 전통을 계승했고 대중적 기독교인은 순전히 개인적인 구원의 문제에 열중하는 부흥집회에 몰두했다.
결국 기독교는 한국전통문화나 종교에 그리고 시대적 상황에 소극적으로 흡수돼 버렸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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