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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개성공단 3통부터 신뢰 보여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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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박근혜 대통령을 접견하러 온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오른쪽)이 18일 청와대에서 김장수 국가안보실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최승식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18일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 문제, 3통(개성공단의 통행·통신·통관) 문제 등에서 신뢰를 보여야 더 큰 문제에서 신뢰를 갖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양제츠 중국 국무위원(부총리급)을 접견하면서다. 중국 정부의 외교안보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양 국무위원은 2박3일 일정으로 지난 17일 방한했다. 그는 지난 5월 방중한 최용해 특사, 9월 방중한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을 만나는 등 북핵 문제와 관련한 중국 최고위급 채널로 활동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최근 중국 공산당 18기 중앙위 제3차 전체회의가 성공적으로 개최된 것을 축하한다”며 “양국 신정부가 거의 동시에 출범한 이후 한·중 관계가 제반 분야에서 꾸준히 발전하고 있고, 지난 6월 방중 시 한·중 정상 간 합의사항 후속조치들도 충실히 이행되고 있어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양 국무위원도 “이번 방한 목적은 양 정상 간 합의사항의 이행”이라며 “박 대통령의 6월 국빈 방중이 양국 관계에 커다란 전기가 돼 양국 관계가 새로운 발전 단계에 들어가고 있다”고 화답했다.

 양 국무위원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메시지도 전달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시 주석은 가까운 장래에 한국 방문에 대한 기대와 내년 베이징에서 개최될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박 대통령의 참석에 대한 기대를 표명했다”며 “(시 주석은 또) 박 대통령이 제안한 신뢰외교의 이념을 적극적으로 평가했다”고 전했다. 양 국무위원은 한·중 관계를 공자의 ‘덕불고 필유린(德不孤 必有隣, 덕이 있는 사람은 고립되지 않고 반드시 따르는 이웃이 있다)’에 빗대 “양국 관계가 앞으로 끝없이 발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 주석이 추구하는 중국의 꿈과 박 대통령이 추구하는 행복시대라는 서로의 꿈이 이뤄지기를 희망한다”고도 했다.

 양 국무위원은 박 대통령과 접견한 뒤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청와대에서 한·중 첫 고위급 외교·안보 전략대화를 가졌다. 김 실장은 회담에서 양 국무위원에게 우리 정부의 주요 외교·안보정책 기조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동북아평화협력 구상 그리고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고 이에 대해 양 국무위원은 계속적인 지지 입장을 재확인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이날 회담에선 6자회담 참가국 간 협의에 대한 평가도 있었다고 한다. 특히 회담에서 우리 측은 6자회담을 위한 주변 여건이 아직 조성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고, 중국은 조속한 회담 재개라는 종전 입장을 내세워 양측이 의견차는 크게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6자회담의 연내 성사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미국의 의중을 읽고 북한과 대화하는 인사”=양 국무위원은 최연소·최장기 주미대사를 지낸 미국통으로 알려졌지만 북한과의 인연도 깊다. 외교가에서는 “미국의 의중을 제대로 읽고 북한과 대화하기 때문에 북한 측에서도 그를 신뢰한다”고 평가한다.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과도 인연이 많다. 2007년 외교부장으로 임명된 뒤 그해 7월 북한을 방문해 김정일 위원장과 면담, 선 중유 지원을 약속하며 영변원자로 폐쇄를 이끌어 냈다. 당시 열렸던 6자회담을 마지막으로 6년째 6자회담은 중단된 상태다.

허진·정원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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