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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비즈 칼럼

가볍게 창업 '린 스타트업'에 관심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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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안병익
씨온 대표

지난달 30일 정부는 ‘중소기업 재도전 종합대책’을 발표해 건강한 재도전 창업 생태계 구축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우수 인력의 창업 기피 현상을 막고 재도전 창업가들이 겪는 현실적 어려움을 덜어주겠다는 뜻이다. 창업을 꺼리는 가장 큰 이유가 실패 시 재도전의 어려움에 있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다.

 사실 창업은 본질상 성공률보다 실패율이 높은 만큼, 재도전 환경이 열악할수록 창업을 꺼리는 게 당연하다. ‘린 스타트업(lean start-up)’에 눈을 돌려보자. 린 스타트업이란 ‘군더더기 없는 간소한 창업’을 말한다. 미국 벤처창업가 에릭 리스가 일본 도요타자동차의 ‘린 제조방식’을 벤치마킹해 개발한 창업 방법론이다. 처음부터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 획기적 상품을 만들거나 대규모 점포를 개점하는 ‘그랜드 오픈’ 방식 대신, 소비자의 최소 요구만 만족시키는 시제품을 저비용으로 신속하게 만드는 게 핵심이다.

 실제로 많은 스타 창업가들이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린 스타트업 방식을 활용했다. 빌 게이츠는 13세에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취미를 가지기 시작해, 고등학생 때 선배 폴 앨런과 함께 회사 급여 관리시스템, 교통량 데이터분석 프로그램 등을 만들어 팔아 돈을 벌곤 했다. 이러한 경험을 토대로 하버드대 3학년 때 자본금 1500달러로 마이크로소프트를 창업했다. 마크 저커버그는 하버드대 입학 후 룸메이트와 함께 재미 삼아 교내 ‘얼짱’을 뽑는 인터넷 투표 프로그램 ‘페이스매시’를 만들었다가 학생들 반응이 높아지자 이를 개선해 페이스북을 창업했다.

 바야흐로 창의성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시대다. 중·고등학생 때부터 가볍게 창업할 수 있는 교육 환경, 이들이 창업하러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풍토가 조성돼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와 대학은 새로운 입학전형 제도를 마련해야 하며, 학생의 창업가적 자질을 판별하고 교육할 수 있는 전문가를 대학에 포진시켜야 한다. 린 스타트업을 위해 정부와 대학 등 교육계가 심도 깊은 논의를 시작해야 할 때다.

안병익 씨온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