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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존중」의 편집 경향|미 여성지들 서서히 구곡 탈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약 2년 전 1백명 가량의 열성적인 여성 해방 운동가들이 여성 잡지 「레이디즈·홈·저널」지의 편집 사무실에 몰려드는 소동을 벌인 일이 있었다. 이때 이들은 11시간 동안 편집실을 점거하면서 잡지사 측에 많은 요구를 내놓았는데 그 요구들이란 잡지 편집장을 여성으로 대치하라는 것에서부터 여성을 모독하는 내용의 광고를 게재하지 말라는데 이르기까지 다양한 것들이었다.
이러한 사건이 직접적인 계기가 된 것은 아니겠지만 그로부터 2년 동안 여성을 다루는 「매스·미디어」, 특히 잡지의 태도는 변화하는 양상을 띠어왔다.
물론 그 변화가 격심하지는 않아 아직도 많은 광고에서 여성의 저열한 모습을 볼 수 있으나 거의 모든 잡지가 여성을 존중하는 경향으로 변하고 있는 사실은 획기적인 일로 평가되고 있는 것이다.
더우기 최근에 이르러 변화의 폭은 훨씬 넓어지고 있다.
특히 「미즈」지를 비롯하여 지령이 일천한 잡지에서 이러한 현상이 더욱 두드러진다. 이러한 경향에 대해서 일부 여성들은 독자를 늘리기 위한 얄팍한 수단 이상으로는 평가하지 않고 있지만 대부분의 여성들은 비교적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들 여성 잡지의 최근호들을 일별하면 「레이디즈·홈·저널」은 「소피아·로레」이 요리사로 나오는 광고, 「헨리·키신저」의 여 비서에 관한 기사 따위를 싣고 있으나 『노동조합―여성들에게 불공평하다』는 기사로 「커버」하는 느낌을 주고 있으며 「매콜즈」지는 『지금 곧』이라는 여성을 위한 시사 해설 난을 신설하여 호평을 얻은 외에 여성 해방 운동의 기수인 「글로리어·스타이님」을 『이해의 여성』으로 뽑아 여성 해방 운동자들을 즐겁게 해주고 있다. 잡지의 여성 존중 경향이 온 잡지를 통틀어 가장 두드러진 잡지는 역시 「스타이님」이 주동인 「미즈」지를 꼽을 수 있다. 봄호로서 창간호를 낸 「미즈」는 낙태문제에서 「레즈비언」 (동성애) 문제까지 완전히 여성의 입장에서 편집한 듯한 느낌을 주고 있다.
「미즈」를 비롯한 「새 여성」「뉴요크 여성」등 지령이 짧은 잡지들은 대체로 「미즈」와 비슷한 편집 경향을 보이고 있는데 특히 「뉴요크 여성」지는 그 최근호에서 「여성 해방 운동」「성의 동등」 따위의 특집을 실어 주목을 끌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재미있는 사실은 역시 새 잡지 계열인 「내일의 여성」지가 다음 호에서 택한 가운데 양면 통「페이지」에다 남성의 「누드」를 게재할 계획을 발표한 것.
잡지계에서는 이러한 여성 존중의 편집 경향이 경쟁성을 띠게 될 것이라고 예견하고 있다. <뉴요크·타임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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