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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관광 안내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국내외를 막론하고 관광 여행이란 누구에게나 즐겁고 꿈꾸어지는 일종의 하나이다. 이렇게 기쁜 일을 「가이드」하는 직업이 관광 안내원이다. 관광객 유치를 위한 수많은 「아이디어」와 예산, 빈틈없는 「프로그램」이 짜여 있더라도 결국 이것의 최종적인 성공 여부는 관광 안내원의 손에 달리게 된다. 일단 끌어들인 관광객이 여행을 끝낼 때까지의 전과정에 참여하는 안내원은 「스케줄」의 원만한 진행, 여행자의 좋은 기분, 계획의 「미스」까지도 덮어나갈 수 있는 기지를 줄곧 유지해야만 한다.
65년 한·일 국교 정상화가 이루어지고 나서 많은 일본인 관광객이 몰려오게 되자 관광 안내원이란 직업은 활기를 띠게 되었다. 일반의 인식이 희미하게나마 싹트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부터였다.
대학들은 관광학과를 신설하기 시작했는데 현재 4년제로는 수도여사대와 부산의 동아대학이 있고 초급 대학으로는 경희대와 경기대가 있다. 금년 봄 1회 졸업생을 낸 수도사대의 경우 졸업생들은 대부분이 「호텔」·여행사 등에 일자리를 구했다.
교통부는 관광 진흥과 안내원의 질적 향상이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고 판단, 오는 4월부터는 면허증 없는 안내원의 취업을 일체 금하기로 방침을 세웠다.
면허증은 교통부가 매년 1, 2회 실시하는 자격 시험을 통해 교부하고 있는데 응시 자격은 18세 이상의 고졸 이상 남녀, 시험 과목은 해당 외국어·국사·지리·일반상식·관광 법규 등이다. 지금까지 면허증을 받은 사람은 3백명 정도이고 여자가 반을 조금 넘는다.
「18세 이상 40세 이내」로 제한하던 응시 자격에서 「40세 이내」라는 조항을 떼버린 것이 70년부터인데 이것은 『젊고 아름다운 여성』만으로 그려지던 인기 안내원에 대한 인식이 많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40대 이상의 유능한 안내원들이 일선에서 많이 일하고 있으며 이들은 풍부한 경험과 이해, 원만한 대인 관계 등으로 인기 있는 여행의 동반자가 되고 있다. 그러나 나이에 따른 이점을 인정하면서도 결혼한 여직원의 퇴임을 고집하는 풍토 때문에 여성의 영구직으로는 많은 애로가 뒤따른다.
국영업체인 국제 관광 공사의 경우에도 여성 안내원은 「결혼 후 석달 이내 퇴사」의 서약서를 쓰고 입사한다. 이미 결혼한 여성은 임시직인 촉탁으로 일하고 있다.
경성 사범 학교를 마치고 47년에 결혼, 세 자녀를 모두 길러놓은 후 66년 교통부 자격 고시를 거쳐 국제 관광 공사에서 일하기 시작한 김성호 여사는 일본어 안내원 중 「베테랑」으로 꼽히고 있지만 현재 촉탁에 머물러 있다. 40여명의 안내원 중 반 이상이 여자인데 영·불·독·중국어 「가이드」에 비해 나이가 높은 일본어 안내원은 대부분 결혼했고 따라서 촉탁으로 일한다.
『그러나 직업 자체로는 여성에게 아주 좋은 직업이예요. 깊이는 없더라도 다방면으로 상식을 넓히기 위해 공부해야 하고 사회 움직임을 애써 따라가야 하기 때문에 자기 발전을 위해선 이상적이죠. 늘 다른 대상을 접하기 때문에 싫증도 없구요. 몸과 마음이 건강하고 여행을 좋아하고 남의 일에 섬세한 배려를 할 줄 아는 성격이라면 누구나 한 번 해볼만한 일이예요.』
김 여사는 외국 관광객의 경우 한국에 오기전의 인상과 와서 보고 난 후의 인상이 아주 달라져 한국 「팬」이 되어 떠나는 것을 볼 때 가장 즐겁다면서 관광 안내원을 하다보면 저절로 애국자가 된다고 웃는다.
국제 관광 공사의 경우 대부분 대학 졸업자인 안내원이 5급 대우를 받으므로 초봉은 본봉 1만4천6백원, 특근 수당 5천6백원, 기술 수당 2천원, 모두 2만2천4백원을 받고 있다. 일반 여행사의 초봉은 3만원선, 5년 일한 사람이 4∼5만원 정도이다.
한창 관광객이 밀려올 때는 안내원이 부족해 「파트·타임」으로 임시 안내원을 쓰게 되는데 대부분 가정 주부인 이들은 하루에 3천원 정도 보수를 받는다. <장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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