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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삼 파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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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난 2월22일 고재일 전매청장이 백삼의 전매제 구상을 밝히는 한편 며칠 전에는 방부제를 넣은 인삼 가공 제품이 적발됨으로써 인삼 경작자와 판매 업계에 큰 파문을 던지고 있다. 이제까지는 담배와 함께 홍삼만 전매 제고 백삼은 신고만으로 자유 경작 할 수 있으며 판매에도 아무 규제를 받지 않았던 것. 백삼 전매 구상이 발표되자 전국의 인삼 판매 업자들은 한달이 지난 19일 한국 고려 인삼 상인 연합회까지 결성, 활로를 찾기에 부심하고 있다.
백삼 전매제 구상은 ①해외 여행자들이 직접 사가는 백삼의 품질이 나빠 한국 인삼에 대한 인식을 흐리며 ②무절제한 경작으로 조잡품을 양산하고 이로 인해 국제 경쟁력이 약화되며 ③유해 가공 제품이 범람하는 것 등이 원인이다.
71년 말 현재 전국의 백삼 식부 면적은 총 3백20여평. 69년의 1백6만평이 2년 동안에 3배로 늘어났다고 이렇듯 엄청난 양의 백삼이 아무 규제를 받지 않고 생산되어 상인들의 손을 거쳐 수출·가공·판단되는 과정에서 한국 인삼의 성가를 떨어뜨리고 있는 것이다.
우리 나라 인삼의 경작지는 경기도 김포 강화 용인 안성, 충북 청안, 충남 부여 서산 금산, 경북 풍기 등 9개 지역.
삼포에서 캐낸 수삼 중 6연근 1등 품은 홍삼 원료로 전매청이 사들이고 등외품과 곡삼 (4연근) 반곡삼 (5연근)은 경작자가 백삼을 만든다.
김포·강화 산 6연근이 주로 홍삼 원료로 쓰이며 금산산은 곡삼으로, 풍기·청안산은 반곡삼으로 알려져 있다. 생산된 백삼은 지역 삼업 조합에서 수수료를 받고 등급을 매겨 검인을 찍은 후 포장을 해준다.
조합마다 전매청 지청 검사원이 있으나 품질 검사 기준이 통일되지 않고 검사가 강제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품질이나 가격 규제의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전국의 삼업 조합은 10개. 그러나 강제력이 없으므로 저질품은 조합 검사 없이 경작자에게서 바로 상인에게 넘어가 개인 회사 상표를 달고 고급품 행세를 하거나 한약 재료 인삼차 인삼주 인삼정 인삼 분말의 원료로 쓰인다.
그러나 개인 회사 상표가 붙은 비 검사품 중에는 겉에만 좋은 물건을 놓고 속에는 조악품을 넣어 포장한 것이 많기 때문에 몇백원 싸다고 비 검사품을 샀다가 골탕을 먹게 된다.
인삼은 가공하지 않은 인삼 그대로의 수요가 많으나 최근 백삼의 생산이 늘면서 삼을 원료로 한 제품도 많이 나오고 있다.
▲인삼차 인삼 「에끼스」 20% 유당 80% 비율로 섞어 만든 것이 규격품. 1포에 2g들이 30포를 포장한 것이 도매 2백20원, 소매 3백원.
▲인삼정=원료가 되는 인삼 「에끼스」는 그것 자체로 인삼정이란 이름으로 인기가 있는데 세미 (인삼의 가는 뿌리)를 솥에 넣고 3∼4일 끓여 만든다. 25g을 용기에 넣은 것이 도매 5백50원, 소매 7백원.
▲인삼주=보통 소수에 수삼을 넣은 것으로 1병에 7∼8백원.
▲인삼 분말=소편 (부스러기)이나 백중미 (굵은 뿌리)를 빻아서 가루로 만든 것으로 1백g들이 1갑에 도매 1천원, 소매 1천3백원.
이밖에 제약 회사에서 만드는 「토닉」등 「드링크」제와 강장제의 원료 등 광범위하게 쓰인다.
이러한 가공품의 제조 과정에도 문제는 있다.
백삼 전매를 주장하는 측의 의견을 들을 것도 없이 인삼차에 들어가는 인삼 「에끼스」의 용량을 줄이거나 유당 대신 다른 재료를 섞고 유기 색소를 쓰며 인삼정이나 인삼 분말에 이물질을 섞는 일이 있음을 업자들 자신도 부인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양심 있는 업자들은 당국의 품질 규제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백삼의 품질 규제를 찬성하는 업자들도 전매제에는 심한 반반을 보이고 있다.
이들이 전매제를 반대하는 이유는 ①전매제로하지 않더라도 품질과 가격을 규제할 방법이 있으며 ②저 수매 가격으로 인해 경작자에게 부당한 손해를 주고 생산 의욕을 감퇴시킨다.
뿐만 아니라 ③홍삼의 판매권을 특정 업자에게 넘겨준 것과 같이 백삼의 판매권을 특정인에 넘겨줄 가능성이 있으며 이렇게 되는 경우 기존 업자들은 모두 도산의 위기에 빠진다는 것이다. <신성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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