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닉슨」의 방 소 일자결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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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닉슨」미대통령의 방 소 일자가 오는 5월22일로 확정되어 공식으로 발표되었다. 이제 「닉슨」의 방 소 일자가 결정됨에 따라 세계의 이목은 다시 미·소 회담에 집중될 것으로 보여진다. 「닉슨」의 방 소와 더불어 당면해서 주목을 끄는 것은 소련이「닉슨」의 방 소를 어떻게 대우할 것이냐에 있을 것이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닉슨」대통령은 지난 2월21일 중공을 방문하여 1주일 체류하는 동안 주은래와 전후 4회 정식회담하고 모택동과도 회담했다.
중·소 분쟁과 연관해서 소련이「닉슨」의 방 소를 『방 중 이상』으로 전 세계에 「클로스업」시켜 「닉슨」이 중공에서 받은 환영을 상회하는 대우를 할 것인지가 특히 주목된다 하겠다.
또 한가지 그의 방 소에서 세계의 흥미를 모으고 있는 것은 이들 양국간의 정상회담에서 토의될 의제들이다. 보도에 의하면, 이 회담에서 소련은 그들이 주장한 구주안보회의 개최문제를 비롯해서 동서상호 균형 감군 문제, SALT문제, 중동문제, 월남문제 등을 토의하자고 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미 미·중공 회담에서 토의된 의제들을 생각해 볼 때 한국문제를 비롯해서 일본문제 등 극동문제 또한 중요한 의제로서 다루어질 것도 추측하기에 어렵지 않다.
따라서 한국의 처지에서는 미·중공회담 못지 않게 오는 5월의 미·소 회담 역시 날카로운 관심의 대상이 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여기서 이미 분명한 것은 지난번에 있었던 미·중공회담이 한국문제에 적지 않게 영향을 미친 것처럼 미·소 회담 또한 적지 않게 한국에 영향을 미치리라는 점이다.
우선 미·중공회담을 볼 때 미·중공은 그 공동성명서에서 한국에 대한 제각기 판이한 입장을 분명히 밝히면서 나열하고 있었지만, 그 결과로 나타난 현상은 우리에게 적지 않은 충격을 주었음을 상기해야할 것이다. 즉 미·중공 회담을 전후한 중공·북괴간의 동향을 볼 때 철저한 사전전략협의가 진행됐었음을 반증하는 징조가 뚜렷할 뿐만 아니라 북괴는 그것을 배경으로 즉각 위장된 평화공세를 추진하게 되었다는 사실, 그리고 미·중공회담과 더불어 중공이 노골적으로 북괴의 국제적 지위를 부각시키려고 눈에 띌 만큼 활발한 공작을 벌이고 있는 사실 등이 우리의 비상한 주목거리였다는 것이다.
북괴외상 허담은 이미 지난 2월23일 「모스크바」를 방문하여 소련과 사전 협의한 바 있다. 미·중공회담에서처럼 미·소 회담에서 미국이 평화공존을 운위할 때 그것을 배경으로 한 북괴의 위장된 평화공세는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여진다.
그러나 문제의 초점은 이와 같은 북괴의 평화공세에 있다기보다 자못 그것에 반응을 보이고 있는 미국의 태도라고 할 것이다. 미·중공회담 이후 지난 3월7일 「로저즈」미 국무장관은 북괴로부터 신호가 오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공식발언을 한 바도 있다.
미·중공회담에 뒤이은 미·소 회담이라는 연속적인 움직임에서 파생할 파문이 한국의 장래에 적지 않게 영향을 미칠 것은 불문가지의 일이다. 때문에 우리는 미·소 회담의 귀추를 직시하지 않을 수 없는 동시에 미국이 미·소 회담에 임함에 있어 한국은 물론 제 우방과 긴밀히 협조해야 할 것을 강조한다.
미·중공회담 또는 미·소 회담을 계기로 미국의 동맹국들은 적지 않게 동요하고 있는 반면, 공산 국가들은 오히려 그들 세력권을 굳히고 있는 사실을 알고, 미국은 그의 동맹국의 신뢰를 저버리는 일을 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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