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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간호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1908년 단 두 명으로 시작된 우리 나라의 간호원 수는 1971년 말 현재 1만7천여 명에 이르고 있다. 금년 봄에 대학·간호학교·기술고둥학교 등 백 개의 간호원 양성교육기관에서 배출된 졸업생들을 합치면 그 숫자는 1만9천5백여명 정도가 된다. 이것은 우리 나라 인구에 비추어 절대적으로 부족한 숫자이다. 이렇게 절대적인 부족상태 속에서도 정부는 계속 이들의 해외진출을 권장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남아있는 간호원들은 품귀현상에도 불구하고 제대로의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 이 두 가지 면에서 간호원이란 직업은 최근 왈가왈부의 대상이 되어왔다.
「백의의 천사」라고 불리는 간호원에 대한 「이미지」가 최근에는 많이 현실화되었지만 그래도 이들을 특수한 직업인으로 보는 견해에는 변함이 없다. 봉사와 희생 그리고 사명감 없이는 도저히 수행할 수 없는 직업이 간호원이며 그들의 역할은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소중한 것이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과정이나 대학과정에서 간호학교를 선택한 학생이라면 적어도 다른 소녀들과는 다른 꿈과 취향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나이팅게일」정신이 요구하는 일이 현실적으로 어떤 일들인가를 확실히 알고 간호학교에 지망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 병든 사람을 돌본다는 소녀적 감상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일이다. 하나의 직업으로 볼 때는 낙제이다. 격무에 시달리며 어두운 일들이고 봉급도 적다. 그러나 보람을 소중하게 아는 사람, 선천적으로 남을 위해 일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해볼만한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8년 동안 「메디컬·센터」 등에서 일해온 김영자양은 이렇게 말한다.
1955년 이대가 4년제 대학으로는 처음 간호학과를 신설한 후 서울대·연세대 등 9개 대학이 간호학과를 갖게 되었고, 3년제 초급대학과정의 간호학교가 28, 그리고 고등학교과정의 간호기술고등학교가 11개가 된다. 이들 세 가지 종류의 졸업생들이 똑같은 자격증을 받도록 되어있는 제도 때문에 불평을 사기도 한다.
공립병원의 경우에는 4년제 대학이나 3년제 간호학교 졸업생을 모두 5급으로 발령, 수당까지 합쳐 2만원 미만의 봉급을 지불하고 있다. 사립병원인 고려병원의 경우에는 4년제 졸업자가 3만2백원, 3년제 졸업자가 2만9천 원으로 1호봉 차이가 난다. 이들은 「인턴」 3만2천원과 초봉이 비슷하지만 5년이 지나면 간호원은 3만7천원, 「레지던트」 5만2천 원으로 차이가 벌어진다.
70년9월 서울대 부속병원과 국립의료원 간호원들은 처우개선을 요구하는 「스트라이크」를 벌여 간호직을 5급에서 4급으로 올려줄 것, 3급의 「티오」를 늘려 승진의 기회를 넓혀줄 것 등을 요구했었다.
보사부는 이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개선방안을 연구하겠다고 발표했으나 1년 반이 지난 현재까지 간호직은 5급 을에 머물러있다.
이런 실정에서 간호원들의 해외진출은 불가피한 출구가 되고 있다. 월5백불∼1천불까지의 높은 보수를 찾아 3천명 이상의 간호원이 서독과 미국·「캐나다」등지로 빠져나갔으며 의료보조원까지 합치면 서독에만 5천명이 가있는 형편이다.
6개월 내지 1년의 교육으로 의료보조원 자격을 주고있는 학교는 전국에 35개소가 있는데 이들은 간호원이 부족한 국내에는 물론 서독 등지에의 인력수출에 큰 공헌을 하고 있다. 정규간호교육을 받지 못한 30, 40대의 가정주부들까지도 간호보조원 교육을 받음으로써 국내·외에 직업을 구하고 있다.
간호원의 외국진출이 이 직업에 대한 전망을 밝게 하고 오래도록 각광을 받게 한 것은 사실이지만 국내·외의 너무도 심한 임금격차가 국내에서 일하는 간호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있는 것은 심각한 일이다.
서울대보건대학원 허정 교수의 조사에 의하면 조사대상이 된 1천3백명 중 평생을 종사하겠다는 사람은 10%뿐이고 나머지는 1∼2년, 혹은 3∼4년 안에 전직을 원하고 있다. 전직을 원하는 이유로는 가정과 병행하기에는 너무도 심한 격무에 낮은 임금 등이 지적되고 있다. 실제로 이들 중 32%는 6개월 안에 직장을 떠나기도 한다. 간호원은 절대적인 부족과 수급의 악순환을 겪으면서 계속 논란을 일으킬 여성전문직 중의 하나이다. <장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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