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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양국의 경제적 속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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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미국과 중공이 오랫동안의 냉전과 실전의 구조를 지양하고 협상을 하게 된 것은 공통된 이해관계와 기대하는 무엇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미 핵무기 및 그 운반수단의 독점과 세계시장의 독점이 불가능하게 됐다.
이 두개의 독점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자본주의 최대의 경제국인 미국이 세계최대 인구국인 중공에 무관심할 수는 없다. 중공이 국제사회에 참여하고 미국과 교역을 하게 된다는 것은 큰 구매력의 가능성을 지닌 8억 인구의 대 시장을 개방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71년에 2백96억불의 국제수지적자를 보였다. 이는 70년보다 l백98억불이 늘어난 것이다. 더우기 71년에는 무역수지마저 29억불의 적자를 냈다. 이러한 적자는 금세기 들어 처음 보는 일이었다. 71년 말의 미국의 불화평가절하, 세계주요국 통화의 평가절상에도 불구하고 미국경제는 무가·고용·수출 면에서 정체성을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6%의 물가상승율과 6%의 실업율은 미국경제의 우울한 측면이 아닐 수 없다.
미국과의 협상을 시도하는 중공 측에도 충분한 이유가 있다. 중공은 69년4월의 구전대회에서 경제면의 방향설정을 다음과 같이 했다. 『혁명에 역점을 두고 생산을 촉진시킨다는 방침은 전적으로 옳다. 이것은 혁명과 생산, 정신과 물질, 상부구조와 경제적 토대, 생산관계와 생산력관계에 대해 옳은 회답을 주었다.』 이러한 방향설정은 혁명에 의해 생산을 통수·촉진·유도한다는 생각이다.
그것은 모택동이 말하는 『고정간근, 역쟁상유, 다결호생』이라는 생각과 상통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항상 큰 의욕을 갖고 높은 목표를 향해 많이, 빨리, 그리고 낭비 없이 사회주의를 건설하자는 것이다. 다시 바꾸어 말하면 밑으로부터 올라오는 대중운동에 의해 생산을 높인다는 것이며, 대중의 주관적 능동성의 발양이 강조되는 것이다.
이러한 총 노선에 입각해서 중공은 국민경제의 중심으로서 농업에 중점을 두고 식량의 증산 및 자급, 경공업용 원자재의 생산확보에 주력했다.
또한 69년10월 「홍기」에서 지적한 것처럼 과학기술의 자력개발, 기술혁신, 노동자와 기술관리사의 공동작업, 노동자의 경영참여를 강조해왔다. 제도면에서는 생산력을 분산해서 그 기능화를 얻으려한 반면 생산력의 집중으로 그 관리화를 높이려는 노력도 해왔다. 지방자급권의 확립과 분권주의적인 계획관리방법채택은 전자에 속하고 도시중심의 근대적인 중·화학공업건설은 후자에 속한다.
그러나 중공은 이제 이러한 『사회주의공업화』와 발전의 길을 걷는데 있어서 하나의 전환을 하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다. 중공은 GNP가 8백억불에 달한다고 하는가 하면 영국의 어느 통계는 1천억불을 넘을 것이라고도 말한다. 또 무역규모는 71년에 약45억불 선으로 알려져 있다. 8억을 넘는 인구를 생각하면 모두 다 적은 숫자들이다.
그러나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중공은 『소비자선서의 자유』가 허용되어있는 경제체제가 아니라는 점과 『자력갱생』이 경제건설의 하나의 지표였다는 점이다. 거기서는 사치·낭비 또는 지나친 의존이 허용되지 않는 것이다. 그러한 점에서 생각한다면 적은 수자라는 것만을 가지고 중공경제의 문제를 평가할 수는 없을 것이다.
문제는 다음과 같은 점에 있는 것이다. 이미 위에서 지적한 주관적 능동성의 발양이 있어도 발전에 있어서는 객관적 법칙성의 제약이 있다는 점이다. 중공은 지금 이 객관적 법칙성의 제약을 타파하려는 데서 미국과 협상을 하고 또 국제사회에 참여하려 드는 것이다.
생산의 비약적 발전은 혁신된 생산수단의 매개가 없이는 이루어지지 않는 법이다. 중공이 4차 5개년 계획(71년1월부터 시작)에서 비약적 발전을 하기 위해서는 주관적 능동성의 발양만이 아니라 객관적 법칙성인 『혁신된 생산수단』을 매개로 하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다. 작금에 있어서 중공이 선진국의 「플랜트」와 기술을 도입하려고 노력한다는 것은 결코 우연한 일은 아니다.
영국정부가 발표한 중공시장조사보고서를 보면 가장 유망한 상품이 ⓛ대형 고성능의 공작기계 ②선박·조선기계 ③전기기관차·철도용 설비 ④상업용자동차 ⑤섬유기계 ⑥농업용 기계 ⑦광업기계 등으로 되어있다. 이 같은 영국정부의 조사보고서는 중공에 앞으로 『혁신된 생산수단』인 자본재가 필요하다는 것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끝> [조동필<고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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