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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괴밀수「최고의 시장」…한국|국제조직이 노리는 원인과 문제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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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국제금괴밀수단들은 서울·부산을 무대로 우리 나라시장에 눈독을 들였다. 부산의 외항선을 통한 대규모 금괴 등 밀수사건에 이어 서울에서 홍콩을 거점으로 한 새로운 동남아 항공 루트 금괴밀수단이 적발된 것은 좋은 본보기인 셈이다. 갖가지 위험과 장벽을 뚫고 밀수를 꾀하는 것은 한차례 성공에 승부를 걸만큼 높은 이익이 있기 때문. 우리 나라 금시장은 바로 그 점을 보장했다.
말하자면 세계적으로 금값이 가장 비싼 편이기 때문에 국제금괴밀수단에 매력 있는 시장이 되고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이 생기기 시작한 것은 65년 말.
그때까지만 해도 국내 금값이 일본보다 싸서 밀수출이 말썽을 빚었으나 국내생산량의 감소와 금의 수요증대로 금값이 오르기 시작, 제동공사의 공매가격은 65년 1월에 1g당 2백85원하던 것이 66년 4백4원, 67년 4백65원, 68년 7백22원, 69년 말의 8백원 돌파로 지금은 정부와 전국 금은상연합회의 협의로 소매가격 8백88원을 최고가격으로 묶어둔 실정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의 평가에 따르면 1g당 1달러 20센트(원 화 환산 4백56원)이니까 우리 나라에 금 1kg을 밀수한다면 42만원을 벌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에 비해 구 봉 광산 등 큰 업체가 채산이 맞지 않아 폐광하는 등 국내 금 생산량은 해마다 줄어들어 62년 3천3백14kg, 63년 2천8백2kg, 65년 1천9백54kg, 70년 1천5백97kg, 71년 8백96kg인데 비해 우리 나라 사람들의 사치성 금 수요는 줄지 않고 10t 안팎을 헤아린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금의 공급은 대명광업 등 대소 80여 개소의 신규공급 외에 90% 가량이 민간소유의 퇴장 금이 재 유출된다고 믿어야겠지만 상당량이 밀수 금으로 충당된다는 현상을 부인할 수는 없는 것이다.
금 때문에 우리 나라 금값은 세계 적으르 비싼 수준을 유지해 금 밀수 꾼 들의 도마에 올라있는 것이다.
국내에서 금괴밀수사건이 대규모로 표면화된 것은 68년3월 부산국제시장을 무대로 한 브로커 한운(36)이 스웨덴이 제 금괴 32kg(당시 시가 3천2백만 원)을 서울로 운반하다 천안에서 검거된 후 ▲68년 6월 중국인 양홍망시(38), 조벽금(44) 두 여인의 CAL편 금괴 4kg 밀수 ▲68년 12월 레바논인 라빈·시노(24), 하리마오·장(39)의 금괴 34kg(3천여 만원 어치) 밀수 ▲69년 1월 중국인 주양추년 여인(32)의 CAL편 금괴 10개 밀수입 ▲70년 5월 스위스에 거점을 둔 독일인 후너·바흐(46) 등의 금괴 55kg(8천여 만원 어치) 밀수입 등이 잇달아 적발되면서부터였다.
그들의 수법은 지난 4∼5년 전부터 만들어진 금괴 신디케이트의 밀수조직이 본격적으로 대형화·국제화한 양상에 따라 레바논, 스위스에 본거지를 두고 홍콩에 지구본부, 동경에 주재원을 파견하여 레바논∼홍콩∼동경∼서울을 잇는 점 조직으로 금괴운반은 조직원이 아닌 제3국 인으로 고용, 관광객으로 가장시켜 침투토록 해왔다.
이번의 조프리·N·레(29·영국인·운반책) 에드워드·드레셔(41·영국인·한국담당 연락총책)의 검거로 전모가 드러난 동남아항공 루트 국제금괴밀수단은 조직규모의 대형화, 범행수법의 과학화·기동화로 지난 70년 말부터 우리 나라 시장에서 암약해왔음이 밝혀졌다.
홍콩에 거점을 마련, 싱가포르 계 중국인 리씨가 총책을 맡은 동남아항공 루트 밀수단은 총책∼부 책∼운영 책∼연락 책∼운반책∼판매알선책으로 계보가 짜여져 있고 70년 12월부터 지난 1월말까지에는 노르웨이인 우드와 중국인 백이 운영 책을 맡은 2개조가 한국시장을 상대하다 최근 해체되고 그 뒤를 노르웨이인 헨리·모센이 운영 책이 된 세 번째 조가 맡아 지난 21일과 23일 두 차례에 걸쳐 1백8kg(1억l천여 만원 어치)을 국내에 들여와 이미 처분했다는 것이다.
단 두 차례에 걸쳐 처분한 금괴 1백8kg은 국내 추정 소요량의 10% 안팎을 차지하는 셈이다.
현재까지 경찰수사결과 이 밀수단의 특징은 ⓛ금괴 현 품의 출발 깃 점을 홍콩이 아닌 싱가포르로 옮긴 점 ②홍콩∼싱가포르∼서울의 1일 권 항공 루트를 이용하여 2주일 사이에 3회 반입한 기동 다발작전을 편 점 ③운반책을 종래의 중국인·미국인 대신에 영국인 등 유럽계로 바꾼 점 ④한국판매책을 일원 조직화한 대담성 등으로 드러나고 있다.
그들이 사용한 암호 표는 더욱 교묘해져 투숙 호텔이 반도호텔 일 때는 CBM, 조선호텔은 톤, 워커힐은 미터, 타워는 그램 등의 단위표시로 도착일자는 1일을 서울 교통상사, 6일은 한진 관광, 19일은 삼 룡 관광 등 회사이름으로 꾸며져 있었다.
경찰은 이들 조직도 국제금괴의 신디케이트 밀수조직의 하나로 보고있지만 문제는 이런 금괴밀수단이 지난 3년 동안 거의 들키지 않고 암약해온 데 있다.
금의 자유로운 수출입 금지, 금 생산량의 절대부족 및 감소현상, 금 수요의 증가 등은 금값을 뛰게 하고 따라서 밀수 배들이 노리는 대상이 되게 하겠지만 이에 대처하는 경찰·관세청 등의 작업은 백지상태다.
특히 공항의 통관과정에서 금속탐지기 등은 이미 조직화된 금괴밀수범들이 탐지기계에 걸리지 않도록 금괴를 플라스틱·케이스에 넣어 가지고 오는 등 수법이 교묘해졌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비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특히 금괴밀수단 적발의 큰 난점은 금에 관한 임시조치 법 등에서 보상금제도가 없어져 금괴밀수 등에는 열의를 올리지 않고 있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또 우리 나라 사람들의 사치성 금 소유욕과 재산보호를 위한 금수요, 생활관습에 연유된 금 선호문제 등 수 요 면에서의 근본대책이 없는 한 금괴밀수는 계속될 것으로 봐야겠다.

<백학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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