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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에 얽매여 직장진출을 포기|가정부 난에 애태우는 이탈리아 주부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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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로마=정신규 통신원】최근의 한 통계는 1951년 이탈리아에는 3천4백만의 인구에 7백14만3천의 가정, 40만 명의 가정부가 있었으나 20년 후인 작년엔 5천5백만 국민, 1천5백70만 가정에 다만 30만 명의 가정부가 있을 뿐이라고 발표했다.
이러한 가정부의 부족은 여성의 직장진출에 브레이크를 걸어 18만7천명의 학사학위를 가진 여성 중 5만7천명이 가사와 어머니로서의 역할 외에 다른 어떤 직업도 가질 수 없었음을 고백했다고 이 여성해방운동의 한 간사인 오리에타·아베나티 여사는 사정을 이야기한다. 나머지 여학사들은 긴 유급방학 외에도 많은 자유시간을 누릴 수 있는 교직을 택하고 있다.
한편 산업부문에 종사하는 여성들에게는 직장과 가정 양자의 공존이란 거의 불가능하여 많은 직업여성들이 가정으로 복귀할 의사를 밝히고 있다. 1960년 전 여성 총수의 31.2%에 달하던 직업여성이 1966년에는 27%로 줄어들고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탁아소 등의 공공시설은 전혀 없다시피 하고 사설기관은 값이 비싸 소수의 가정에서만 혜택을 입을 수 있다. 이래서 이 여성은 직업이란 문제를 놓고 어려운 선택을 하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다. 즉 『가정과 모성을 포기하느냐』아니면 『직업활동을 포기하고 자신을 가정이라는 굴레 속에 한정시키느냐』하는 선택이다.
식모 구함의 어려움은 결국 비싼 월급을 주어야 한다는 결론이 된다. 침식제공 외에 월10만 리라로부터 20만 리라(12만원) 사이의 급료를 일반적으로 지불해야한다. 백화점점원의 월급이 11만 리라인데 비해 크게 비싼 현상을 나타낸다. 이렇게 비싼 급료는 마트·타임 가정부의 출현을 가져오게 되었다. 그러나 시간제 역시 해를 거듭할 수록 비싸져 1962년에 시간당 2백∼2백50 리라이던 것이 현재는 5백∼9백 리라에 달하고있다. 가정부 필요와 비싼 가정부의 관계는 곧 새로운 해결방법을 연구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로 등장한 것이 이탈리아에 유학 온 외국 여학생의 고용 경우다. 침식 외에 월 1만5천 내지 2만 리라로 사례하고는 매일저녁과 주 3일 오후시간에 가사를 돕는다는 조건이 보통 성행하는 방법이다. 이는 외국학생에게 이탈리아어를 익히고 잡비를 염 출 한다는 도움이 있고 또 고용하는 가정에선 우선 비용이 덜 들고 자녀들에게 외국어 습득기회가 된다는 이점이 있어 환영이다.
둘째의 경우는 비교적 부유한 가정에서 택하는 방법으로 가정부를 외국에서 수입해 오기도 한다.
대부분이 아프리카 흑인 소녀들이며 이들은 침식제공에 월 5만에서 6만 리라를 받는다.
여비를 포함한 기타비용을(보통 25만리라) 고용하는 가정에서 선불하고 사용한 경비를 월급에서 제한다. 지금 이탈리아에는 1천 여명의 외인가정부가 있으며 전 이령 소말리아를 비롯하여 포르투갈 영 모잠비크 카포·베르데 세네갈 출신이 많다. 이들 국가출신이 인기가 있는 것은 같은 라틴 어족의 언어사용 지역으로 쉽게 언어를 이해한다는데 있다.
그러나 『아프리카로부터 가정부를 수입한다는 것이 맞벌이하는 가정이 필요로 하는 문제의 결정적인 해답이 될 수 없다』고 언론인이며 사회문제 연구가인 보·보피노 여사는 말한다. 그는 이 문제가 근본적으로 다루어져야 되며 무엇보다도 정치 및 사회면에서 중시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가사와 직장을 가진 여성들에게 사회복지를 부여하는 전반적인 사회개혁을 요구한다.
사회보장제가 발달된 스웨덴이나 영국 같은 곳에서는 문제해결의 이상적인 방법으로 공공탁아소를 든다. 통계는 이탈리아 어린이 가운데 80%가 탁아소나 유치원 생활을 통한 성장기를 거치지 앉는다고 한다.
현재 이탈리아에는 5백50개의 공공탁아소가 있고 사설까지 합쳐 1천40개밖에 안돼 5만 인구에 한 개꼴로 심한 부족을 야기 시키고 있다.
이탈리아의 3대 노조는 1975년 내 3천8백 개의 공설탁아소 신설계획법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가정용 전기용품의 보급 또한 가정부 대리의 일익을 담당하나 문제는 남는다. 냉장고·세탁기·식기 닦는 기계·청소기 등은 물론 가사에 매인 시간을 절약하는데 도움은 되지만 식도락을 즐기는 이탈리아인 습성은 곧 장시간을 요하는 식사준비를 강요한다. 몇 년 전 당시 상공장관이었던 메디치씨가 각 부처에 구내식당을 설치하여 점심시간을 줄이자는 계획을 발표하자 요란한 반대에 부딪쳐 실패한 적이 있었다. 『수치다, 개들처럼 죽 늘어앉아서 빵 조각을 집어서야!』라고 한 고급관리는 불평을 털어 놨다고 한다.
이래서 로마서 직장을 가진 여성은 정오가 되기 바쁘게 귀가하여 신선한 토마토 케첩이 들어간 스파게티에다 따뜻한 고기를 구워 내놓아야 한다.
아클리(이탈리아 기독교 노동연맹)에서는 전문적인 골프(가사협력자) 양성소를 가지고 파트타임이라도 가정에 도움을 줄 가정부를 양성하여 전국에 퍼져있는 센터를 통해 서비스하고 있다.
이 현대의 식모학교는 수십 종의 가정용 제품사용법은 물론 육아법 등을 가르친다.
그러나 멀지 않은 장래에 가정부란 존재는 몇몇 상류층을 제외하고는 사라질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결국은 정부가 탁아소, 어린이 정원, 기숙사 학교(5시까지 맡아두는) ,대량 멘사의 설치, 도로와 지하철 등의 교통망의 건설로 공공사회 서비스가 개개 가정의 가정부 역할을 해야될 것이다.
사회학자 젠틸리씨는 이렇게 주장한다. 『외계의 협조 없이 여성들은 사회와 정치, 문화생활과 격리되어 신경쇠약에 빠진 고독한 삶 속에 자신의 개성을 무시하면서 가정 안에 계속 묻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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