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닉슨(이극송)수행 노트(8)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서 호엔 동원군중도 미국산 삼나무 감상>
중공수상 주은래와 함께 항 주에 도착한 닉슨 미대통령은 26일 항 주의 명소 서 호에서 2시간 반 동안 보트 놀이를 즐기며 휴식을 취했다.
서 호 주변 후아콩 공원에는 벤치 위에 앉아있는 노인들과 배드민턴, 줄넘기 등을 즐기는 아이들로 붐볐는데 이들의 대부분은 닉슨 대통령의 방문을 맞아 특별히 동원된 것처럼 어색하게 보였으며 휴일을 즐기는 평범한 노동자들도 섞여있었다.
주은래의 안내를 받은 닉슨 대통령은 서 호 입구 다리 위에 머물러 물고기 밥을 던져주기도 했으며 백악관 선발대가 호반에 이미 심어놓은 캘리포니아 산 미국 삼나무를 감상했다.
후아콩 공원과 몽고 산 삼림 속을 거닌 뒤 패트 여사 월리엄 로저즈 국무장관을 포함한 대통령 일행은 석강성 혁명위원회 위원장의 안내로 길이 60m의 초록색 보트에 타고 2시간 반 동안 유선을 즐겼으며 도중 삼담 인월 도라는 섬에 올라 새의 노래 소리를 즐기려고 세워 논 정자에서 주은래가 새들과 나누는 대화를 즐기기도 했다.

<상해선 아동관 방문 춤 시범에 칭찬연발>
중공에서의 마지막날이 될 27일 닉슨 미국대통령부인 패트 여사는 상해 시 아동관을 방문, 소년 홍 위 대들이 혁명가를 부르며 발레와 체조, 그리고 탁구의 솜씨를 자랑하는 것을 구경하는데 이날의 일정의 일부를 보냈다.
패트 여사는 이날 상해 시 아동관을 방문, 방마다 두루 살피고 중국 어린이들을 칭찬하는 한편 그들로부터 박수갈채의 답례를 받았다.
패트 여사는 관내의 아동극장에 들러 어린이들이 무대에서 모택동 어록을 낭독하며 발레·체조·음악·탁구·권투 등을 시범하는 것을 관람하기도 했는데『참 귀엽다』는 칭찬을 연발했다.
아동관 방문에 앞서 페트 여사는 이날 일찍 중공수상 주은래의 안내를 받아 남편 닉슨 대통령과 함께 상해산업 전시장을 참관했는데 밍크 코트에 폭이 넓은 가죽띠를 두른 차림이었다. 전시장을 두루 참관하는 동안 닉슨 대통령은 패트 여사가 더 이상 물건을 사지 못하도록 관광에 나서지 못하게 하겠다고 농담하기도 했다.

<닉슨의 항 주행 때 월맹기자 1명 동행>
극히 최근까지도 거의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닉슨 미국대통령의 북경방문은 여러 가지 진기한 풍경과 야릇한 상극적인 일화를 낳게 했다.
닉슨 대통령의 항 주행이 그 중의 하나다. 미국대통령이 중공정권이 소유하고 있는 소련 제 여객기를 타고 가는 보기 드문 풍경이다.
닉슨 대통령의 항 주에 동행한 기자단에는 월맹기자 l명이 포함되어 있었고 닉슨 대통령이 타고 북경까지 온 전용기는 이날 닉슨 대통령이 2시간 30분 동안 항 주로 가는 여정에서 탄 소련 제 일류 신 18호 여객기를 미행하는 꼴이 됐다.
서구사람들의 눈에 거슬렸던 진 경의 하나는 닉슨 대통령이 모택동과 회담하는 장면을 찍은 사진에서 두 사람의 발 근처에 2개의 커다란 흰색타구가 놓였던 사실이다. 서구에서 이미 오래 전에 자취를 감춘 타구는 중국인사이에는 아직도 애용되고 있다. 중국사람들은 이따금 힘차게 가래침을 뱉는 것이 건강에 좋다고 믿고 있다.
한편 미국 TV시청자들은 중공수상 주은래가 닉슨 대통령 부처를 위해 베푼 초연에서 닉슨 대통령 부처가 젓가락을 제법 솜씨 있게 사용하는 것을 보았고, 또 중공군 군악대가 『아름다운 미국』이라는 미국곡조를 유창하게 연주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무용『낭자 군』관람 장 총통이 사격표적>
중공군 군악대는 또한 닉슨 대통령이 북경공항에 도착했을 때 미국국가를 연주했고 성조기가 1949년이래 처음으로 북경하늘에 펄럭거렸다.
지난 22일 닉슨 대통령 부처는『낭자 군』이라는 중공현대무용을 관람했는데 닉슨 대통령은 이것을 미국이나 소련에서 본 다른 어느 현대무용에 비해서 손색이 없다고 찬양했는데 실은 이『낭자 군』의 줄거리는 공산 게릴라들이 국부 군과 싸우는 것을 주제로 하고 그 중에는 닉슨 대통령이 얼마 전까지 만해도 오랜 친구라고 말하던 자유중국의 장개석 총통을 사격훈련용 표적으로 사용한 장면도 포함되어 있었다.

<중공군의 부축 받고 얼어붙은 계단 내려>
25일에 있었던 자금성 관람 시 닉슨 대통령이 중공군 병사의 부축을 받으며 얼어붙은 계단을 내려왔는데 이 중공군병사는 바로 1950년대 초 한국 동난 시 미군병사들과 싸운 중공군이 입고있었던 것과 똑같은 모자에 붉은 별을 달고 있었다.
북경시내 한복판에 있는 박물관 안에 설치된 최고시설의 기자 센터에는 초현대식 전자장비까지 동원됐을 뿐만 아니라 농구코트에 탁구대, 그리고 오락장까지 겸비해 있었으나 바삐 뛰어다니는 기자들에게는 그림의 떡이었다. 이처럼 여러 가지 진 경과 진담 속에서도 닉슨 대통령 일행가운데 가장 인기 있는 일화는 양말 속에 장치한 전기보온기의 전지가 가동하지 않는다고 투덜댄 TV조명 사 월터 크론카니트씨의 이야기였다. <외신종합>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