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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교 한문교육 어떻게 가르쳐야 하나|학계에서 말하는 바람직한 방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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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문교부는 오는 2학기부터 중-고교에 한문교과를 신설키로 하고 그에 따라 새로 1천7백자정도의 기초한자를 선정한다고 22일 발표했다. 51년도에 제정된 1천3백자의 상용한자까지도 70년도부터 초-중-고교의 교과서에서 완전히 추방했던 문교부가 한자교육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한문교과를 신설한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시행과정에 있어서는 여러 가지 문제를 지니고 있다고 학계 및 교육계는 지적하고 있다.
문교부당국자는 한문교과의 신설이유를 『고전문화의 계승과 한자문화권과의 조화』를 위해서라고 말하고 있다. 한글전용은 그대로 실시하면서 모든 교과서에는 한자를 쓰지 않고 한문문장만 따로 공부하게 한다는 것이다. 70년도에 한글전용이 실시되기 전까지 중-고교와 국민교 에서는 국어시간에 「한자」교육을 시켜왔었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국어교육의 일환으로 다루어졌던 것이다.
그런데 한문교육을 위해서는 상용한자로 정해놓은 1천3백자보다 훨씬 많은 기초한자를 선정해야 하며 촉박한 준비기간에 교사와 교재를 구하는 것도 문제다.
이러한 여러 가지 문제점은 정부가 한글전용정책을 그대로 고수하면서 현실적으로 한자교육의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딜레마에 빠졌고, 이를 어설프게 양립시키고 있는데서 오는 것이라는 학계의 의견이다.
『우리말의 반 이상이 한자어이며 따라서 「한자」교육은 곧 국어교육의 지름길이며「한자」교육 없이는 사실상 국어교육을 할 수 없다는 점에서 국어교육의 일환으로서「한자」교육을 해야 한다』는 남광우 교수(중앙대)는「한문」교육만으로 전체 교과의 한자어이해에 얼마만큼 직접적 도움이 있을 것인가에 대해 의문을 나타냈다.
한문교과로 독립시킴으로써 당장 교수의 확보가 시급해졌다. 문교부는 오는 여름방학에 전국에서 2천명의 국어 과 교사를 훈련시켜 이에 충당하겠다고 한다. 장기대책으로는 또한 사대에 한문교육과를 신설하며 중국어문학과 계통 학생들에게 교직과를 이수시켜 자격을 줄 방침이라고 문교부 관계자는 말하고 있다.
교재의 편찬은 더욱 어려운 문제가 되고 있다. 국어교과 속에서 같이 취급되면 생활어휘를 중심으로 교사가 준비할 수 있으나 독립함으로써 몇 달 동안에 교과서를 편찬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문교부는 한문교과를 제2외국어로 취급하기 때문에 국정교과서로는 편찬할 수가 없고 검정으로 해야 하는데 아직 교육과정이 구성되지도 않았을 뿐더러 한문교과서에서 다를 한자의 분량을 어느 정도로 하느냐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문교부관계자는 지난달에 구성된 한문과 교육과정심의위원회에 1천7백자정도의 기초한자와 교육과정 안을 넘겨 4월까지는 결정하겠으며 교과서편찬은 불가능할 것으로 보고 교장의 재량에 따라 다양한 교재의 사용을 문교부가 승인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문교부의 한문교육실시계획에 대해 한국국어교육연구회회장 이응백 교수(서울대사대)는『진일보한 생각으로 환영할 일이나 기초한자의 합리적 선정과 생활에 많이 쓰는 숙어를 계속 습득시켜나가는 노력이 있어야만 할 것이며 이는 또 결국에는 순수한 한문학자의 양성이 아니라 국어교육의 영역으로 포함되어야 한다』면서 국어교육은 또한 한자교육으로까지 확대되어야만 그 본래의 목적을 다 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어쨌든 한문교육에 앞서 문교부는 ⓛ도구과목으로서의 「한자」교육을 부인하면서 일반교육을 표방하는 중학교에서부터 실용성 없는 허사까지 넣어야하는 것과 ②한자가 생활의 필요에 의해 교육되어야하는 것이라면 1천3백자의 상용한자와 앞으로 고치겠다는 1천7백∼2천자의 기초한자가 얼마만큼 합리적으로 선정되는가 ③한자를 국어교육과는 전혀 별개의 것으로 보아야 하는가? 등의 기본적인 원칙을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 교육계의 일치된 의견이다. <권순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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