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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운영과 경기대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정부는 경기대책으로 발표한 기본정책을 실천에 옮기기 위한 구체적인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그 일환으로 3백억 원 선의 내국세감축계획을 협의중인 정부관계부처는 그 조정의 주안점을 법인기업부담의 경감에 두되, 간접세는 가능한 한 예산에 책정된 대로 놓아두는 한편, 이를 보전하기 위해 전매익금 1백억 원을 증가 책정할 뿐만 아니라 관세 감면 폭의 축소로 1백억원 등을 새로 염출하여 예산규모자체는 건드리지 않을 방침이라 한다.
그러므로 예산 및 조세규모조정문제에 관하여 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대책의 윤곽은 이제 대체로 드러났다 하겠는데, 이는 결국 균형재정을 견지하겠다는 의미를 갖는 동시에 이론적으로는 조세규모 자체도 변경하지 않는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다. 즉 전매익금도 이론적으로는 간접세로 규정되고 있는 것이므로 보도된 내용에 틀림이 없다면 결국 조세구조의 조정으로 경기를 진작시켜 보겠다는 뜻이 된다.
당국이 조세감축계획에서 구조조정으로 전환한 이유를 소상하게 알 수는 없으나, 그러한 변화가 내포하는 뜻은 매우 크다.
우선 내국세조정에서 기업부담을 경감시키기로 한 것은 업계의 요구를 반영한 것이므로 경제계는 어느 정도 실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관세 감면 폭을 축소시켜 1백억 원을 증수한다하므로 업계의 이득은 크게 양분될 것이다. 왜냐하면 관세감면기업은 대체로 차관기업, 합작투자기업, 그리고 정책기업이라 하겠는데 이들은 이번 조정으로 1백억 원의 추가부담을 지게되어 실질적으로는 오히려 조세부담이 더 커질 수도 있겠기 때문이다.
그러나 각도를 달리하여 볼 때 불경기의 여파를 가장 많이 받는 기업이 또한 이들 특수기업임을 고려할 필요가 없을 것인지 당국은 깊이 검토해 보아야할 것이다. 오늘의 불경기가 차관원리상환압박 지나치게 높은 부채비율에 기인하는바 크다면 이들 기업에 추가조세부담을 주어 경기를 진작시킬 수 있겠는지는 생각해 볼 문제이다.
물론 조세부담의 형평이라는 각도에서는 감면 폭의 축소가 바람직한 것이지만, 경기대책으로서는 그러한 조치가 우리의 경제실정에 대한 인식부족에서 생긴 것이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다음으로 일반 기업부담의 경감에 대신해서 전매익금을 1백억 원 증가시킨다는 방침도 문제가 없는 것이 아니다. 기업부담을 덜어 경기를 진작시키는 것은 좋지만, 그 비용을 끽연자가 모두 부담해야 한다거나 아니면 엽연초 생산농가가 뒤집어 써야한다면 부담전가의 방향이 거꾸로 된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볼 문제이다. 오늘의 실정에서 부담을 더 져야하는 계층이 끽연자나 일부 농민일 수는 없다.
끝으로 예산규모를 조종하지 않겠다는 방침은 결국 고도성장을 전제하는 것이거나, 아니면 민간부문의 상대적 위축과 재정부문의 상대적 팽창을 뜻한다.
즉 업계의 주장대로 불경기가 심화하고 있다면 GNP규모는 계획에 미달될 것인 반면, 재정부문은 계획대로 고정되어있어 민간부문의 상대적 위축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반대로 고도성장을 전제로 한다면 불경기문제를 논하는 것 자체가 논리적 일관성을 잃는 결과가 된다. 이상의 두 판단 중 당국이 그 어느 쪽에 서서 구체적인 시책을 마련하고 있는지 현재로서는 썩 분명치 않으나 어느 경우 건 그것은 논리성을 결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생각으로는 실질적인 감세 계획을 추진하는 것이 가장 현실에 맞는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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