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런 "미국 경제 갈 길 멀어" 양적완화 지속 시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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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닛 옐런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지명자는 역시 비둘기였다. 옐런은 미 상원 인사청문회 하루 전인 13일(현지시간) 제출한 서면 답변서에서 ““(지난달 7.3%를 기록한) 실업률은 여전히 너무 높다”며 “노동시장과 경제 상황이 장기 평균치에 아직 이르지 못했다”고 말했다. 의장이 되면 양적완화(QE) 규모를 축소하는 일보다 경제를 살리는 쪽에 집중할 것임을 내비친 말이다.

 월가 한편에선 옐런이 공화당 쪽을 의식해 QE 축소 가능성을 언급하는 등 다소 매파적인 발언을 할 수도 있다는 예측이 있었다. 하지만 그는 서면답변부터 자기 색깔을 분명히 했다. 한술 더 떠 “물가상승률이 Fed의 목표치인 2%를 밑돌고 있다”고 했다. 성장과 일자리 말고도 낮은 물가 상승률 때문에 QE를 빠르게 축소할 수 없음을 시사한 것이다. 낮은 물가 상승률은 미국뿐 아니라 유럽·일본 중앙은행의 요즘 근심거리이기도 하다.

 옐런은 “경제가 탄탄하게 되살아나면 Fed가 통화 완화 조치를 축소하고 자산 매입과 같은 비전통적인 정책 수단에 대한 의존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지금으로선 회복세를 떠받치는 게 통화정책을 정상적으로 전환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또 “Fed는 경제 회복이 더욱 강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QE 등의) 통화정책 수단을 계속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옐런은 엄격한 금융 감독을 주장하는 인물이다. 그는 “금융위기 이후 미국 금융 시스템이 훨씬 건강해졌지만 여전히 할 일이 많이 남아 있다”고 답변했다. “금융회사의 높은 자본과 유동성 수준뿐 아니라 강력한 금융감독이 금융위기 재발을 막는 중요한 장치”라고 말했다.

 옐런 인준안은 14일 상원 금융위원회 청문회를 거친 뒤 본회의에 회부된다. 민주당이 상원 100석 가운데 55석을 차지해 인준 자체는 큰 문제는 없을 전망이다. 다만 일부 공화당 의원이 의사지연발언(필리버스터)으로 인준 과정을 막겠다고 나선 게 변수다.

 한편 옐런 지명자가 QE 축소에 유연한 태도를 취하자 뉴욕증시가 13일 또다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날 다우산업지수는 70.96포인트(0.46%) 상승한 1만5821.63을 기록했다.

강남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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