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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서비스 개선 명목으로 '사생활 침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구글은 지난달 말 블로그(blog)라고도 불리는 웹 로그 분야의 선도 업체 파이라 랩스를 인수한 바 있다. 인수 직후 이 회사는 검색 관련 광고 링크 판매를 협력업체 사이트로 확장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구글은 이 계획을 통해 새로운 사업분야를 개척할 것으로 보이지만 일부 업계 관계자들은 구글의 새 지향점에 우려를 보이고 있다.

검색업계 관련 뉴스레터를 발행하는 서치엔진와치닷컴의 대니 설리반은 “검색부문에만 전념할 것이라고 구글은 항상 주장했다. 이번 인수가 검색부문과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는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구글이 신제품과 서비스 관련 연구 테스트를 계속 추진함에 따라 구글의 향후 계획에 대해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는 구글이 야후 등 포탈과 본격적으로 경쟁하기 위해 새로운 컨텐트와 서비스를 방문자에게 제공한다는 것이다. 야후는 현재 검색 툴 상단에 뉴스 클립과 웹기반 전자우편, 온라인 데이트와 같은 서비스를 모아놓고 있다.

한편 이번 인수로 구글은 야후의 지오시티스(Geocities)와 같은 웹 저작 도구를 확보했다. 이것은 구글이 포탈로 발전하는데 한걸음 가까워진 것이다. 지오시티스는 가입자가 개인 홈페이지를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거나 호스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파이라의 블로거닷컴은 손쉽게 업데이트할 수 있는 개인 홈페이지인 블로그를 만들어 주는 홈페이지 저작 도구다. 블로그 저작 도구 중 현재 블로거닷컴이 가장 인기를 끌고 있으며 파이라는 지난 1월 가입자 수 100만 명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번 인수로 구글은 홈페이지 저작도구를 얻었을 뿐 아니라 데이터 수집, 분석 기술을 유연하게 하고 적용범위도 확대시켰다. 예로 구글은 인터넷에 전파된 정보를 신속히 입수하는데 블로거닷컴 가입자의 링크를 사용할 수 있다. 이 점은 구글의 뉴스 서비스를 강화하는데 도움이 된다.

구글은 수 천 개 뉴스 사이트를 검색해 가장 중요한 소식을 전달해주는 뉴스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 서비스는 정보간 관련성을 판단하는데 구글의 독자적인 방식을 적용했다. 검색 엔진과 마찬가지로 이런 선별작업은 자동화 공정을 통해 이뤄지며 별도의 에디터가 필요 없다.

많은 블로그 관계자들은 파이라 인수 소식을 환영하고 있지만 일부는 그 여파에 대해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블로그 대부분은 다른 홈페이지, 블로그와 링크돼 있다. 구글은 블로거닷컴를 인수함으로써 방대한 링크라는 데이터를 확보했다. 구글은 현재 자체 검색 엔진을 통해 방문자의 온라인 시작점을 알 수 있지만 블로그의 링크를 이용하면 모든 이동 경로를 알 수 있다. 즉 A에서 시작해 B, C, D를 거쳐 E 사이트에 이르게 된 경위를 모두 파악하는 것이다.

또 구글이 자체 순위에 따른 컨텐츠 구성을 처음 도입함에 따라 이제는 당사자간 이권다툼도 발생할 수 있다.

"쌍방향으로 연결된 블로그의 개발자 매트 웹은 전자우편 인터뷰에서 “단일 기업이 블로그 생성 서비스와 인프라를 모두 소유하는 것은 위험하다. 둘 중 하나를 희생해 나머지 하나의 이익을 창출하는 것은 매우 매력적이지만 경제체제에 악영향을 초래할 것”이라고 밝혔다.

"협력을 방해하는 소수(Small Pieces Loosely Joined)"의 저자 겸 "웹강령 95(The Cluetrain Manifesto)”의 공동저자 대이비드 웨인버거는 블로거닷컴 인수로 구글이 정보의 독점이라는 함정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두 저서를 통해 집합적 정보에 관한 블로그의 동향과 이론에 대해 기술하고 있다.

웨인버거는 “구글이 독점 판정을 받을 이유는 없다. 그러나 이번 인수는 구글의 위치를 이용해 블러그 기반 사이트에게 특혜를 부여하려는 의도가 내포돼 있으며 사전에 심각하게 재고해야 했다”고 전했다.

강력한 서비스의 뒷면, 사생활 침해

인터넷 검색자와 협력업체,구글의 기업공개(IPO)를 기다리는 투자자들은 적절한 결과를 신속히 제공하는 구글의 검색 능력에 주목하고 있다. 구글의 영향력에 대한 단적인 예로, 컨설팅업체 인트라브랜드가 최근 실시한 연례 설문조사에서 구글은 애플 컴퓨터나 코카콜라와 같은 유명 브랜드를 제치고 올해의 브랜드로 선정된 바 있다. 구글이 서비스 광고를 한번도 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구글에게 쏟아지는 관심이 어느정도인지 충분히 알 수 있다.

그러나 일부는 이런 명성의 어두운 뒷면을 지적하고 있다.

비영리 리서치 기관인 프라이버시 파운데이션의 스테판 키팅 과장은 회사 내부적인 문제를 차지하더라도 구글은 지식 획득 방법의 본질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가장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인터넷으로 법정 관련 문서를 검색할 수 있게 되면서 구글과 같은 검색 데이터베이스들은 사생활 관련 정보까지 찾아낼 수 있게 됐다.

키팅은 “구글의 검색 기능은 너무 강력해 이젠 인터넷에서 사생활 관련 정보가 어떤것인지 규정하기조차 힘들 정도다”라 지적하며 “이것은 스웨터에서 실올 한 오라기를 잡아당기는 것과 같다. 즉 개인 정보가 조금씩 풀려나가 모든 것이 공개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라고 말했다.

다른 사람들은 구글이 앞으로 좀더 계획적으로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구글의 높은 인기는 이미 많은 인터넷 감시자에게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이들은 인터넷 이용시간 대부분을 구글의 편집 검색 결과를 자세히 훑어보는 것으로 보내고 있다. 현재 진행중인 구글의 검색 알고리즘 관련 소송을 위해 인터넷 감시자들은 기꺼이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

또 구글의 데이터 수집 관행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으며 일부 비판론자들은 사생활 침해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구글은 최근 검색 데이터 수집에 도움되지 않는 블로그 사용자, 협력업체 홈페이지 링크를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이 점에 비춰볼 때 구글은 24/7 미디어나 단발성 광고 판매업체 더블클릭과 같은 광고 네트워크와 유사하게 변하고 있다. 이 업체들은 인터넷 이용자를 추적, 광고를 발송하기 위해 방문자 추적기술을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관행은 현재 세심하게 감시되고 있다.

닷컴 전성기 시절 최대의 광고 네트워크를 자랑했던 더블클릭은 인터넷 이용자의 위치 추적 기술을 사용한 바 있다. 맞춤형 광고를 제공한다는 명목으로 더블클릭은 이 기술을 사용했지만 이로 인해 결국 강도높은 정밀조사를 받게 됐다.

더블클릭은 오프라인 마케팅 업체 아바커스(Abacus)를 인수해 인터넷 사용자들의 검색성향 파악에 불과했던 익명 정보를 개인 고객 정보와 통합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이 사실이 발표된 이후, 더블클릭에게 엄청난 불만이 담긴 문의가 쏟아졌다. 미연방 감시기관과 사생활 보호론자들의 강력한 항의로 더블클릭은 이 계획을 폐기했으며 인터넷 거품이 꺼진 이후 광고 수익 감소를 이유로 다시 매각처분했다.

방문자 정보, 악용 가능성 높아

구글의 데이터 수집 능력에 대해 위험 경고를 하는 집단도 있다. Google-watch.org는 구글을 사생활 침해 웹사이트를 선정하는 빅 브라더 상의 수상후보로 지명했으며 구글의 방문자 정보 수집에 대해 불법 행위라고 주장하고 있다.

구글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구글이 쿠키를 이용해 정보를 수집한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많은 사이트들이 방문자 하드디스크에 쿠키를 저장하고 다음 방문시 그간 접속했던 사이트의 정보를 입수하고 있다. 비록 쿠키 대부분이 금방 없어지지만 구글이 사용하는 쿠키는 방문자 하드디스크에 고유 ID를 설정하며 검색 질문과 링크될 수 있다. 구글은 쿠키의 유효기간을 2038년까지 늘릴 방침이다.

또 구글은 브라우저의 형식과 IP 주소를 기록하고 있다. 비록 구글의 사생활 보장 정책은 개인 정보를 익명의 그룹에 통합시킨다고 명시돼 있지만 이런 정보는 특정 컴퓨터의 인터넷 검색 정보를 추적하는데 사용될 수 있다.

구글을 감시하기 위해 개설된 Google-watch.org의 설립자 대니얼 브랜트는 “구글의 규모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연방정부가 가장 쉽게 테러를 없앨 수 있는 방법은 구글의 은밀한 추적 시스템을 활용해 검색자의 위치와 사용된 검색어를 파악하는 것이다. 연방정부는 전세계적인 반테러 움직임을 감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글은 전자우편으로 전달된 정보 수집 관행 관련 질문에 대해 답변을 회피했다. 구글이 보낸 답신을 보면 구글의 사생활 보장 관행은 사용자의 믿음을 저버리지 않고 있다는 일반적인 내용만이 기록돼 있다.

구글의 기업 개발 담당 대이비드 드럼몬드 부사장은 “사용자들의 사이트 접속 정보를 분석하는 이유는 검색 결과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정보 분석으로 충분한 효과를 얻었으며 수백만 명의 사용자들이 우수한 품질의 검색 결과를 이용하고 있다. 구글은 특정 개인정보를 제3자와 공유하지 않으며 사용자 정보의 보전과 보안을 철저히 유지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드럼몬드는 구글 검색 툴에 지장을 주지 않으면서 쿠키를 차단할 수 있도록 브라우저를 설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파이라 인수와 관련해 그는 “공정하고 객관적인 검색 결과를 제공할 것이며 구글과 블로그 사용자 모두에게 최고수준의 개인정보 보전과 보안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했다.

비록 구글이 지금까지 평판을 손상시킬 행동은 하지 않았지만 그 영향력이 증가함에 따라 더욱 철저한 조사를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협력을 방해하는 소수(Small Pieces Loosely Joined)"의 저자 웨인버거는 구글이 인터넷 업계에서 확보한 현 위치가 역설적으로 구글을 둘러싼 우려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웨인버거는 “인터넷은 말 그대로 일종의 협약이며 규약이고 일정한 사회적 합의가 수반된다. 즉 상대방을 대하는 방식을 말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껏 봐왔듯이 구글은 그 어떤 기업보다 이런 합의사항을 성실히 준수했다. 그러나 우리가 의존하는 방대한 규모의 데이터 때문에 구글의 성공은 인터넷 사용자들에게 불신을 조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출처 Zdnet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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