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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왕의 몸보다 치장이 아깝다" 호화선「퀸·엘리자베드」화재에「노스탤지어」산업계 군침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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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런던=박동희 특파원】『선체가 타 없어진 것보다도 요강이 타 없어진게 더 안타깝다.』-이것은 사상최대의 호화여객선 「퀸·엘리자베드」호가 불타서 수장되던 날 「홍콩」선박왕 동호운씨가 한말이다.
다시 말해 이것은 선체의 시가 못지 않게 「요강」 등 부장품의 가격도 비싸다는 말로 해석된다.
이곳 금융시장의 한 권위 있는 소식통은 화마가 삼킨 「퀸·엘리자베드」호의 부속장식물의 피해액이 3백만 「달러」내지5백만 「달러」는 족히 되리라고 추정했다.
이런 고가의 부장품은 보험에 들어있는 선체의 경우와는 달리 전혀 그 피해보상을 받을 수없을 뿐더러 근래 활기를 띠고있는 영국의 소위 「노스탤지어」 산업계 (골동품산업) 에 심한 충격을 주었다.
만일 이번에 소실된 선내 부장품들이 골동품시장에 쏟아져 나왔더라면 그야말로 금값으로 팔렸을 것이라는 것이 이곳 「노스댈지어」산업계의 일반적인 논평이다.
최근 영국사람들은 일반적으로 회고 내지는 탐미 주의적 생활에 심취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물론 복고적이고 전통을 숭상하는 영국인의 국민성 탓도 있겠지만 그만큼 경제적 여유가 많아진 것도 사실이다.
이런 전반적인 흐름 때문에 조금이라도 역사적 연유를 가졌거나 흥미로운 물건이면 영국을 비롯한 서양에서는 경이적인 가격으로 팔리고있다.
예를 들면 미국 「캘리포니아」주「롱비치」에 유람선으로 팔려간 왕년의 영국 또 하나의 호화여객선 「퀸·메리」호의 각종·장식품들은 이방면 전문의미국회사에 적어도 5백만 「달러」어치 장사거리를 제공했다는 뒷 얘기가 있다. 미국에서 『「노스텔지어」산업의 와』으로 통하는 「롱비치」시의 실내 장식가「진·다시」씨는 「퀸·메리」 호의 장식을 전부와「퀸·엘리자베드」호의 그것 일부를 사는데 3백만 「달러」를 투자, 단2년만에 거기에서 4백만 「달러」의 순이익을 올렸다고 「파이낸셜·타임스」지가 보도했다.
「다시」씨가 취급한 물건들은 선실에 비치해둔 서양요강으로부터 선체기관부속품에 이르기까지 각양각색이다. 요강 하나가1백 「달러」를 홋가하는가 하면 그것도 없어서 못 팔 지경이라고「다시」씨는 「노스탤지어」산업의 번영 도를 설명하고 있다. 요컨대 「퀸· 메리」호의 부대 품이면 「노스탤지어」상품시장에선 그대로 통한다는 것.
「다시」 씨는 「퀸·메리」 호의 목욕탕수도꼭지 6개를 한개에 15「달러」 50「센트」씩 이라는 특별염가 (?)로 「닉슨」대통령에게 팔았다면서 산업의 장래성에 대한 기염이 대단하다.
그는 또「퀸·메리」호「불·룸」의「피아노」를 대당 4만「달러」를 받고 판 것은 약과라고 말하면서 모 미국인 억만장자는 자기가 신혼시절 밀월 여행에 타고 갔던 「퀸·메리」호의 선실을 몽땅「뉴요크」의「월도포·애스토리어」「호텔」에 사다 옮겨놓는데 기십만 「달러」를 지출하더라는 실화 한 토막을 공개했다.
그렇다면 어느 여객선보다도 그 이름이 잘 알려져 왔고 「세계최대의 호화여객선」이란 「글래머」적 가치에서「퀸·메리」호를 능가하는「퀸·엘리자베드」호의 경우엔 그 장물의「노스탤지어」 산업품목으로서의 가치의정도가 상상될 것 같다.
「퀸·엘리자베드」호의 화재는 근5백만 「달러」어치는 될 「노스탤지어」산업의 노다지를 그대로 삼켜버린 셈이니, 선주 동씨의 탄식에는 공감이 갈만하다. 따라서 전속 점장이(화재 후 파면되었다는 설도 있음) 의 제언에 따라 이 배를 샀다는 동 사장이 요즘 잠못 이루는 일이 있다면, 그것은 「바다의 여왕」의 몸뚱어리를 잃었기보다는「요강」이 깨졌기 때문이라고 말해도 전혀 실 없은 얘기는 아닐 성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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