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조조가 하후돈과 사촌? … 유전자 검사해보니 사실과 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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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의 영웅 조조(曹操·그림)가 하후(夏侯)씨 가문의 핏줄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또 조조는 한의 개국공신으로 승상(우리의 정승급)을 지냈던 조삼(曹參)의 후예라는 사서의 기록도 사실과 다르며, 조조 후손들의 성이 훗날 조(操)씨로 바뀌었다는 주장도 근거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삼국지에는 조조가 원래 하후 가문 출신으로 맹장 하후돈(夏侯惇)·하후연(夏侯淵)과 혈연 관계이며, 이 때문에 두 장군이 조조를 도와 유비(劉備)·손권(孫權) 등과 천하를 얻기 위해 경쟁한 것으로 묘사돼 있다. 그동안 하후돈은 조조의 사촌 동생이자 하후연의 팔촌 형으로 알려져 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상하이(上海) 푸단(復旦)대 역사인류학 연구팀은 지난 4년 동안 조조와 조삼, 그리고 하후씨 후손들에 대한 유전자(DNA) 검사를 거쳐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으며 사서에 기록된 관련 내용의 수정이 필요하다고 11일 밝혔다. 연구팀은 79개 조(曹)씨 가문 남성 280여 명, 하후씨 446명과 조(操)씨 가문 수백 명 등 모두 1000명 이상의 정맥혈을 채취해 유전자 검사를 했다. 그 결과 조조의 후손으로 확인된 남성들의 Y염색체는 중국 전체 인구의 5%에 불과한 ‘O2*-M268’ 형으로 하후돈의 후손들과는 전혀 달랐다. 연구진은 1970년대 발굴된 조조의 숙조부 조정(曹鼎)의 유골에서 상태가 좋은 치아 2개를 추출해 유전자 조사를 했고 검사 대상 조씨 후손 중 8개 가문의 후손들과 유전자가 정확하게 일치한 사실을 확인했다.

 조조가 한나라 승상을 지낸 조삼의 후손이 아니라는 사실도 확인됐다. 삼국지는 조조의 아버지 조숭(曹嵩)이 하후씨로 후한 말 고위급 중상시(中常侍·환관)를 지낸 조등(曹騰)의 양자로 들어갔으며 조등은 조삼의 후손이라 적고 있다. 연구팀은 “우선 당시는 엄격한 족벌과 문벌사회여서 성씨가 다를 경우 양자로 들어가기가 어려웠다”며 “하후씨가 조씨 가문의 양자로 들어갔다는 기록에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조조의 아버지는 조씨 가문 다른 문중의 양자로 들어갔다고 볼 수밖에 없는데 유전자 검사 결과 두 가문 사이에 혈연 관계가 없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연구팀은 전했다. 연구팀은 이와 함께 조조의 후손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난징(南京) 부근 조(操)씨 가문의 주장도 유전자 검사 결과 조조 후손들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조(操)씨 가문은 위나라가 망한 뒤 조조 후손에 대한 핍박을 피하기 위해 성을 바꿨다고 주장했다.

베이징=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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