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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적 경제행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작년 초부터 시작된 안정 공황적 경기는 금년 중으로는 가셔질 것이라 기대된다. 그러나 그 후유증은 주부들에게 커다란 부담을 지워 줄 것은 분명하다. 더구나 미국이나 한국 같이 독점이 고도화하고 소득분배의 불균등이 혹심한 나라에서는 불경기는 고 물가를 수반하게 되므로 수입감소와 물가고를 동시에 겪는 주부들의 고민은 심각한 것으로 동정된다.
이럴 때일 수록 요구되는 것이 주부들의 합리적 경제행동인데 이 합리성의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가정경제는 중대한 변화를 겪게 된다.
대체로 생각할 때 주부 경제행위의 합리성은 주어진 수입 안에서의 지출극소화로 나타난다. 그러나 이것은 주부본연의 의무를 오해 또는 망각한 잘못이다. 주부인 어머니는 「위대한 영혼의 교육자」일뿐 아니라 온 가족의 유일한 건강관리자이다.
영양공급에 크게 좌우되는 이 건강은 어린이의 일생, 가장의 앞으로의 반생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이다. 그러므로 배추잎사귀·무우 뿌리·꽁치 대가리·멸치 꽁지 등 가위 초근 목피적 식생활관리로 1년에 몇십 또는 몇 만원의 저축을 한다는 젓은 남편과 자식 및 자기자신의 생명을 돈과 바꾸는 가장 어리석은 행위이다. 최저 생활도 유지 못 할 수입에서 몇십 만원의 저축을 하여 주부저축 상을 받는 주부의 행위는 이런 입장에서 절대 찬성할 수 없다. 저축 보단 생명이 더 중요한 것이 아니겠는가.
생명을 사기 위한 돈(수입)을 늘리기 위해 주부가 대뜸 생각하는 것은 맞벌이이다. 여성이 인간으로서의 재능을 살린다는 면에서는 그 사회 진출이 권장되어야 하지만 적자 보전책으로서의 그것은 절대 말리고 싶다. 일반적으로 인간은 워낙 편한 것을 천성으로 좋아하므로 자기가 의당 져야할 짐을 남이 맡아 주면 으레 게을러지기 마련이다. 가계적자를 메우기 위한 맞벌이는 남편을 더욱 안일, 무능케 하고 주부의 짐을 늘리는 악순환을 가져온다.
「차라리 내가 노상강도를 하면서라도 당신을 편안히 들어 앉혔어야 했다」고 「스칼레트」에게 말한 「애슐리」의 비통은 오히려 주부가 새겨들어야 한다.
결국 남는 것은 남편을 격려하여 그 노동생산성을 높이게 한 후. 심신의 정안을 되찾을 보금자리를 따뜻이 한다는 것과 소자행위를 합리화한다는 것뿐이다. 먼저 것은 바가지 긁는 것과는 다르다.
주머니를 움켜쥐고 아침마다 기백원씩 마치 아이들 용돈 주듯 돈을 주어 남편 기를 죽이지 않고서도 남편 스스로 절약하고 더 많이 벌게 할 능력이 주부에겐 있지 않은가. 그러나 맞벌이를 나서거나 소비절약 한답시고 주부만 상거지 꼴이 되는 것보다는 바가지긁는 것이 훨씬 합리적이다.
한국주부는 합리적 소비에 관한 훈련이 부족한 듯한 느낌이 있다. 긁어가면서 저축하지 않으면 낭비하기 일쑤이다. 소비자 행동의 합리성이란 전후미국흑인사회에서 보듯 그렇게 쉽게 몸에 배는 것이 아니다. 인간으로서의 또 개성 있는 가정으로서의 기준을 세운 다음 이 기준을 위해 지출효과를 극대화하도록 계획하고 계산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십원을 깎느라고 몇십 분씩 시장바닥을 헤매고 상인과 흥정하는 시간과 「에너지」가 몇 오라기 더 얻은 콩나물로 보충되겠는가. 차라리 그 시간을 단체 행동을 통한 시장 경제질서 확립에 투입하는 것이 현명하다.
주부는 소득의 발생(획득) 못지 않게 그 지출도 중요함을 명심하고 소득지출 자로서의 책임완수에 노력해야 한다. 모든 주부가 외제와 사치품에 지출을 억제할 때 수인억제·저축증대·국산장려·생산증대는 자동적으로 얻어 질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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