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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들 동양의 정취에 흠뻑|막내려도 자리 떠날줄몰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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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그러나 이 사람들이 지난 13일밤 모인곳은「포토믹」강가에 자리잡은「케네디·센터」였고, 그들의 자연발생적인 감탄이 화산의 용암처럼 마침내 폭발해버린 대상은 어느 사교계의 여왕이 아니라 8세에서 10세를 갓넘은 한국의 소녀들이었다. 이름하여「어린천사들」(리특·에인절즈).
이날밤 「리를·에인절즈」는 71년의 마지막 공연에서 장구춤으로 막을열어 열 다섯번째의 순서인 농악으로 막을 내릴때까지 이름높은「케네디·센터」의 「오페라·하우스」무대위에 「조용한 아침의 나라」의 전통적인 선율에 맞추어 가냘픈 선과 맑은 색조와 한국적인 완만한 움직임의 조형부를 만개시켰다.
「레퍼터리」는 모두 15곡으로 하나가 끝날때마다 다음것의 설명을 앞세워 미국인 관객들의 이해를 도왔는데 이것은 2시간동안에 신라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의 한국의 민속예술을 눈과 귀로 섭렵하는 효과를 거두었다.
장구춤으로 막이 오를 때, 밝아으는 동녘하늘을 배경으로 끊길듯 하면서 이어지고 이어질듯 하면서 끊기는 통소가락이 단잠에서 깨어나 다시 대지를 호홉하는 평화로운 한국농촌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묘사하자 관객들은 호흡을 조절하면서 서서히 통소가락속으로 흡수되어 들어가는것 같았다. 객석을 흐르는 짙은 향기는 둥양의 흙냄새이던 서양의 고급향수의 그것이었지만 그 순간 관객들이 방황하는 세계는 동방의 어느 고장이었다. 「크리스친·사이언스·모니터」지는 이 장구춤을『소리와 움직임이 화합하는 우리에게는 전혀 새로운 뇌살적인 경지』라고 표현했다.
15곡의「례퍼터리」가 모두 이와같이 조용한 꿈의 세계와 흥겨운 현실 세계를 번갈아 체험하게 꾸며졌다. 두번째의 『처녀총각』, 네번째의『시집가는 날』, 열번째의『꼭두각시』, 열네번째재의『발견』에서는 아직 어린티를 못 벗은 처녀·총각들의 천진난만한 세계를 그려 다른 순서에서 마냥 숨을 죽이고 까닭모를 한숨이 섞인 탄성만 발하고있던 관객들로 하여금 뱃살을 쥐고 웃게만들기도 했다.
이렇게 폭발한 감탄은 수습될 여유도없이 아홉번째의 『길쌈늘이』 , 열한번째의 『강강수월래』, 열세번째의 『가야금병창』 , 마지막인 『농악』으로 이어졌다. 특히 최병삼·김상현·김덕수등의 어린소년들이 키보다 긴 꼬리를 모자에 달고나와 농악에 맞춰 상수잡이의 묘기를 보인것은 그래도 미진했던 관객들을 최후로 매료시켜버린 완벽한「그탠드·피날레」였다.
이날밤 「닉슨」대통령은 미·불정상회담때문에 외유중이라 참석하지 못하고「레어드」국방장관부처가 대통령지침서를 차지했다. 휴식시간에 「로비」에서 만난 「풀브라이트」상원외교위원장은 감탄을연발하면서『안무는 윈래의 전통적인 춤에 현대감각을 얼마나 가미한 거냐?』『어린이들이 자라면「멤버」교체는 얼마나 빨리하나?』등 구체적인 부분까지 관심을 나타냈다.
한국을 가본 적이 없다는「풀브라이트」의원은「레퍼터리」전부가 자기에게는 이국적이고 특히 어린이들이 입고 나온 의상은 정말 아름답다고 말했다.
막이 내린뒤에도 계속박수톨 치면서 자리를 뗘나지않는 관객들에게 한국문화자유재단의 박보희 이사장이 세련된 말솜씨로 무대인사를하 고「리틀·에인절즈」는 도라지·「딕시」·「요들·송」·「크리스머스·캐럴」을 불러 다시 한번 갈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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