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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PGA ADT 캡스 챔피언십 첫날 … 50등 생존게임 "살 떨리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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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이현주(왼쪽에서 둘째)와 최혜용(오른쪽)이 8일 ADT캡스 챔피언십 1라운드에서 다음 샷을 고민하고 있다. 내년도 프로 투어 출전권을 빼앗길 위기에 처한 두 선수는 라운드 내내 대화도 나누지 않았다. [사진 KLPGA]

상금 랭킹 하위권 프로 골퍼들에게 가을은 ‘수확의 계절’이 아니라 선수 생명을 걱정해야 하는 ‘잔인한 계절’이다.

8일 부산 아시아드골프장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ADT 캡스 챔피언십 1라운드. 상금 랭킹 50위 안팎의 선수들은 수능을 치르는 마음으로 필드에 섰다. 올 시즌 남은 대회는 두 대회뿐. 남은 대회에서 잘 쳐 상금랭킹 50위 이내에 들어야 내년에도 정규 투어에서 활약할 수 있다. 만일 밖으로 밀려나면 시즌을 마치고 시드전에 가야 한다. 350여 명이 출전해 많아야 40명만 투어 카드를 손에 쥘 수 있는 시드전은 선수들에게 지옥 같은 대회다. 출전권을 못 따면 이름만 프로일 뿐 직업을 잃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재기한다는 보장도 없다.

2008년 나란히 KLPGA 투어에 데뷔해 2승씩을 기록한 최혜용(23·LIG)과 이현주(25·넵스)가 이날 동반 라운드를 했다. 한때는 한국 골프의 기대주였지만 올 시즌에는 두 선수 모두 벼랑 끝에 몰렸다. 최혜용은 2006년 유소연(23·하나금융그룹)과 함께 도하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합작했다. 2008년 유소연을 제치고 신인왕을 차지했고, 상금 랭킹 4위까지 올랐다.

그러나 2009년 시즌을 끝으로 우승이 끊겼다. 올 시즌에는 상금 랭킹 66위(4251만원)까지 밀렸다. 이현주도 장타를 앞세워 2009년과 2010년에 1승씩을 기록했지만 올해는 상금 랭킹 96위(1333만원)에 그쳤다. 둘 다 퇴출 위기다.

둘은 라운드 내내 대화도 거의 없이 굳은 표정으로 경기에 몰두했다. 간혹 버디가 나와도 표정은 밝아지지 않았다. 결과는 나란히 6오버파 공동 53위. 잇단 퍼팅 실수로 경기를 그르친 최혜용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최혜용은 “지나간 과거는 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 타, 한 타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나 시즌 내내 부진했던 두 선수가 막판에 갑자기 3위 이내에 들어 상금랭킹 50위 내로 순위를 끌어올리는 건 결코 쉽지 않다.

이 대회에는 두 선수처럼 절박한 심경의 선수들이 다수 출전했다. 상금랭킹 74위인 선수협 회장 이정연(34·요진건설), 최혜용과 함께 2006년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획득한 정재은(24·KB금융그룹·상금 랭킹 57위)도 한 타, 한 타가 절박하다. 이정연은 첫날 4오버파 공동 43위, 정재은은 6오버파 공동 53위에 올랐다. 상금 랭킹 48위로 시드 확보가 아슬아슬한 배경은(28·넵스)도 6오버파 공동 53위로 피 말리는 라운드를 치르고 있다. 오는 12월 7일 결혼을 앞둔 배경은은 이번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야 맘 편하게 결혼을 준비할 여유가 생긴다.

결혼과 출산, 이혼의 공백을 딛고 2년2개월 만에 코스로 복귀한 안시현(29)은 첫날 2오버파를 기록했다. 장하나(21·KT) 등 2언더파 공동 선두 그룹에 4타 뒤진 공동 21위다. 이달 중순부터 열리는 시드전에서 내년도 시드 획득을 노리는 안시현은 “복귀 첫날치고는 나쁘지 않은 성적이다. 시드전까지 감각을 더 많이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J골프에서 대회 2, 3라운드를 9~10일 오후 2시~4시30분 생중계한다.

부산=이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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