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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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이날 워싱턴에서 발표된 백악관 성명을 보면 미·중공 양 정부가 닉슨 미국 대통령의 중공방문 일자를 72년2월21일로 확정짓기로 합의했다고 밝히고 이번 닉슨 대통령의 중공 방문을 통해 양국은 오랫동안 계속돼온 상대방에 대한 쇄국주의 정책에 종지부를 찍는 동시에 장차 약국간의 관계에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작년 7월15일 닉슨 대통령이 내년 5월 전에 중공을 방문할 것이라는 극적 발표를 한 이래 미·중공 접근 기운은 국제 정치의 전 국면에 걸쳐 심대한 파문을 일으키면서 그 구체적인 타이밍 문제가 국제 정치의 비상한 관심사가 되어왔다. 지난 10월 하순 키신저 안보담당 특별 보좌관의 두 번째 중공 방문과 더불어 닉슨 대통령의 중공 방문 일자는 앞당겨지리라는 추측이 없지 않았지만, 이제 그는 예정보다도 빨리 중국을 방문하게 되는 셈이며, 아마도 내년 2월 이후의 미·중공 관계는 금세기를 통해 가장 주목할만한 대 전환을 역사에 기록하게 될지도 모른다.
물론 앞으로 미·중공외교가 어디까지 갈 것이며, 중공의 자세가 어떻게 변할 것이고, 그것이 세계 정세 또는 동부 아시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는 지금으로서 속단을 불허한다.
지난 4반세기에 걸쳐 극단적인 적대관계를 지속했던 미·중공 관계가 미국의 적극적인 평화시도로 완연한 해빙의 기류를 타게 되던 끝에 드디어 닉슨 대통령의 극적인 중공 방문으로까지 발전하게 된 것은 우선 세계 평화를 위해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으며 그에 대한 세계적 국민의 기대가 풍선처럼 부풀어 있음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미·중공정상회담의 성패여하 간에 그 귀추를 가장 날카롭게 주시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에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우리 한 국민이라는 데서 우리는 착찹한 감상을 금할 수 없는 것도 또한 사실이다. 지금까지 미국은 되풀이해서 우리측에 대하여 미·중공 정상회담에서 한국문제가 논의되지 않을 것임을 확약한바 있지만, 그 반면 중공은 지금까지 여러 기회를 포착, 한국문제 토의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음을 배제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중공수상 주은래는 지금까지 여러 차례에 걸쳐 한반도에서의 평화조약 체결을 운운한 바 있을 뿐 아니라 유엔에 참석한 중공 교관화 대표의 첫 연설이 바로 한국 문제에 대한 언급을 서슴지 않고 있는 것도 이러한 가능성을 유력히 시사하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닉슨 대통령은 중공을 방문하기 전에 우리측과 충분한 사전협의를 가져야 할 것이며, 우리 정부 또한 미·중공 회담에서 덮어놓고 한국문제 토의를 기피하는 태도를 보일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토의해야 할 것이라는 것을 미국 측에 대해 제시해야 할 것이다.
닉슨 대통령은 중공을 방문하기에 앞서 오는 12월15∼16일 양일간 퐁피두 불 대통령과 대서양 「아조레스」섬에서 만나기로 했을 뿐 아니라 히드 영국 수상과는 12월20일∼21일 「버뮤다」도에서, 28∼29일에는 브란트 서독 수상과 「플로리다」주 「키비스케인」에서, 그리고 내년 1월 6∼7일에는 일본 좌등 수상과 「샌클러맨티」에서 각각 일련의 연쇄정상회담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한국은 전기한 일련의 서방측 정상회담에서도 소외된 것이 분명하다. 미·중공 접근이 어느 나라보다도 한국에 미칠 영향이 크다고 직감하고 있는 한국민의 처지에서는 미·중공회담에 앞서서 한·미간에 격의 없는 의견 교환이 있기를 바라지 않을 수 없는 것이며 이는 전통적인 한미 유대와 상호신뢰에 입각해서 마땅히 그래야만 할 것이다.
우리는 닉슨 대통령의 중공방문 일자가 공식으로 발표됨에 따라 특히 앞으로 잇을 정세 전개에 대비해서 한·미간의 긴밀한 협의와 아울러 공동의 대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을 거듭 강력히 요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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