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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째 공사 중' … 이런 문화재 건축 한국은 불가능한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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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영국을 국빈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이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함께 백마가 끄는 왕실 마차를 타고 버킹엄 궁으로 향하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영국은 역시 전통의 나라라는 감탄을 자아낸다. 그러나 전통치고는 싱겁게도 역사가 짧다. 대부분의 왕실 의례는 빅토리아 여왕이 인도 여제(女帝)로 등극한 1877년부터 제1차 세계대전 발발(1914년) 사이에 집중적으로 만들어졌다. 핵심 소품인 마차만 해도 그렇다. 1903년 런던에는 3623대의 마차버스와 13대의 모터버스(합승자동차)가 있었는데 10년 뒤엔 마차버스 142대, 모터버스 3522대로 완전히 역전된다. 덕분에 과거엔 평범했던 왕실 마차가 이전에는 없던 ‘낭만적인 광채’를 얻게 되었다(에릭 홉스봄 외, 『만들어진 전통』).

 전통이 별거냐고 묻는다면 딱히 부인하기 뭐하다. 밥이나 떡이 나오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사람은 밥과 떡만으로 사는 게 아니다. 대대로 내려온 지혜의 축적, 문화적 긍지로서의 전통은 돈으로 계량할 수 없는 가치가 있다. 그래서 어느 나라든 일부러 만들어서라도 전통이라는 걸 누리고 싶어 한다.

 남은 고작 150년 남짓한 전통으로 온 세계에 으스대는 마당에 우리는 600년 넘은 문화재를 불태우고도 모자라 복구마저 부실투성이이니 말을 꺼내기조차 민망하다. 숭례문 얘기다. 기둥이 쫙 갈라지고 단청은 떨어져 나가고 마루는 들뜬 상태라고 한다. “1962년 보수 때에 비해 시간과 예산을 절반밖에 들이지 않았다”는 증언도 나왔다. 홍보에 24억원을 들이면서 목재 값은 달랑 2억3400만원. 결국 사람이 문제인데, 애초 좌우 성곽을 포함해 공사기간을 단 5년으로 잡은 것부터 잘못이었다. 이명박 당시 정부 임기 내에 서두르려 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13일 개관하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분관도 비슷한 곡절을 겪었다. 2009년 1월 건립계획이 발표되자마자 발굴·지표조사도 마치기 전에 설계공모에 들어갔다. 당시 문체부의 한 고위 간부는 ‘2012년 12월 12일까지 완공’이라며 날짜까지 못박아 다그쳤다고 한다. 나라님 임기를 의식한 무리수였다. 공사는 2011년 6월 시작됐는데, 지난해 8월 공사 현장 화재로 4명이 숨지고 25명이 다치는 참사가 일어났다. 적어도 4년은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말을 무시한 것과 참사에 인과관계가 없다 할 수 있을까.

 지난달 열린 2013 부산건축문화제에서는 부산의 자매도시인 바르셀로나(스페인)가 참여한 ‘가우디와 바르셀로나를 걷다’라는 특별전이 열렸다. 세계적인 건축가 안토니오 가우디가 설계해 130년째 공사 중인 성가족성당(사그라다 파밀리아) 사진도 전시됐다. 130년은 너무 길다 치더라도, ‘30년째 복원공사 중’인 문화재 건물이 우리에겐 불가능한 것일까.

노재현 논설위원·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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