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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의 자율성과 금융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대한금융단은 20일 금융정상화조치에 호응, 금융인 대회를 열고 8개항의 실천요강을 채택했다.
금융인들은 ①은행경영의 자율성 ②은행자세의 대중화 ③경제적 척도에 따른 여신심사 ④책임경영 ⑤예금 「커미션」일소 ⑥연체정리 ⑦경영상담·기업지도강화 ⑧경비가감 등 금융정상화를 위한 실천요강을 채택하고 이를 강력히 실천할 것을 다짐했다.
이 나라 금융이 질서를 잃고 부실화함으로써 경제전체의 이율이 크게 위협받고 있는 실정 하에서 뒤늦게나마 금융정상화를 다짐하고 나선 금융인들의 각성은 크게 환영하는 바이나 금융정상화작업 자체가 자율적인 것보다는 타율적으로 추진되었다는 점에서 이 작업도 여전히 한계성을 내포하고있다 할 것이다. 그동안 금융이 부실화했었던 원인의 대부분이 금융외적인 여건에 있었던 것은 가릴 수 없는 사실이며, 따라서 그 같은 부실화경향을 금융인 자신들이 자율적으로 시정하려는 노력을 할 여지가 거의 없었다는 것도 또한 주지하는 바와 같다.
따라서 최근에 이르러 금융의 모순이 심화하면서 당국에 의해 강제적으로 정상화작업이 추진되고 있는 실정이므로 금융은 처음부터 끝까지 타율적으로 움직이는 기계적 장치로 전락되었다 해도 결코 지나친 말은 아니라 할 것이다. 금융이 이처럼 생명력 없는 장치에 불과하게된 과거사를 철저히 반성하고 금융에 생명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형식적인 금융인 대회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제도적·정치적인 개혁작업이 서둘러져야 하겠으나 이점에 관한 한 이러한 개혁작업에 별다른 진전이 없었음을 우리는 유감으로 생각한다.
김 총리는 금융인 대회에서 『금융인에게 제1차 적인 책임이 있음』을 강조하고 냉철한 반성과 자각 위에서 불명예를 씻고 새로운 각오로 새 사람이 될 것을 당부했으나 금융인들이 오늘의 여건에서 김 총리의 요구를 실천할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솔직히 말하여 금융에 진실한 자율성이 주어질 수만 있었다면 금융이 부실화해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었던 것도 사실이라 하겠으나 자율성을 누가 주느냐하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한 자율성은 공전돼 구호에 그칠 수밖에 없다.
물론 금융기관의 임·직원이 비록 내일 감투를 벗는 한이 있더라도 자율성을 지켜야 하겠다는 굳은 신념에 따라서 행동한다면 금융이 정상화될 계기를 잡을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그러한 신념을 지키려한다면 필연적으로 비협조적이라는 낙인이 찍혀 도태될 것은 명약관화한 것이며 그러한 역사를 지양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금융에 직접 간접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원천측에서 이를 실천으로 증명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오늘의 금융실정이 무하내하로 그 정상화를 요구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 금융을 부실화시킨 양면의 요인을 철저히 제거하는 작업이 서둘러져야 한다.
한편으로 금융내부의 부패분자들과 과감히 제거하는 동시에 금융을 한낱 기계적 장치의 위치에서 창조적이고 생명력 있는 유기적 조직체로 부활시키기 위한 원천적인 공해요인을 제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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