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여성 운전? 답변 얼버무린 케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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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존 케리(左), 힐러리(右)

“미국은 성 평등을 추구하는 나라다. 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는 나름의 사회구조가 있다. 논쟁은 사우디의 몫으로 남겨져야 한다.”(존 케리 미 국무장관)

 “사우디 여성들의 용기에 감동받았고 지지한다. 사우디 정부도 이 문제를 인식해야 한다. 모든 여성은 자기 삶을 결정할 권리가 있다.”(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

 미국의 전·현직 국무장관이 사뭇 다른 관점을 드러낸 ‘이 문제’는 사우디 여성운전 허용 여부다. 사우디는 아랍권에서도 이례적일 정도로 이슬람 율법(샤리아)에 따라 여성 운전을 금지하는 나라다. 이에 항의해 여성들도 매년 ‘운전 시위’를 벌여 왔다. 지난달 26일에도 수십 명이 수도 리야드 등에서 차를 몰고 나갔다가 16명이 경찰에 체포됐다.

 중동 순방 중 사우디를 방문한 케리 국무장관에게 4일(현지시간) 기자들이 관련 질문을 던졌다. 케리의 답변은 2011년 같은 질문을 받은 클린턴 당시 국무와 대조적일 정도로 신중했다. 클린턴은 올해도 런던 강연에서 사우디 여성 운전을 지지한다며 사우디 정부의 변화를 촉구했다.

 이와 관련해 타임 인터넷판은 5일 이것이 미국의 대사우디 외교나 두 장관의 견해 차이라고 볼 순 없다고 분석했다. 그보다는 케리의 이번 사우디 방문의 목적이 최근 관계가 약화된 걸프권 맹주와의 동맹 강화라는 점을 강조했다.

사우디는 최근 미국의 시리아 공습이 무산된 것이나 이란 핵협상 같은 오바마식 외교에 불만을 드러내 왔다. 지난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 이사국 자리를 거부한 것도 이런 불만의 표출이라는 것이다. 케리가 압둘라 빈 압둘 아지즈 알 사우드 국왕을 첫 예방하는 등 공들인 이번 방문에서 여성 운전이 이슈가 되길 원치 않았으리라는 얘기다. 케리의 외교 수사와 별개로 국무부 대변인은 “사우디 여성 운전을 지지한다”는 논평을 내놨다.

강혜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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