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새누리, 퇴출 법안 … 통진당, 삭발·단식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통합진보당 오병윤 원내대표 등이 6일 국회 앞에서 정부의 정당해산심판청구에 대해 항의하며 삭발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상규·김미희·오병윤·김재연·김선동 의원. [김경빈 기자]

입법 공세 나선 새누리

새누리당이 통합진보당 퇴출을 위해 파상적인 입법 공세에 나섰다. 정갑윤 의원은 6일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위헌정당 해산 시 소속 의원에게 지급된 세비 환수가 필요하다는 국민의 뜻에 따라 ‘국회의원수당법 개정안’에 대한 입법 검토를 마치고 서명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개정안은 헌법재판소의 해산 결정으로 국회의원직을 상실한 경우엔 그동안 받은 수당·입법활동비 등을 전액 환수하는 내용이다. 정 의원은 지난 9월엔 위헌정당 해산 시 정부가 지급했던 국고보조금을 전액 환수하는 내용의 ‘정치자금법 개정안’도 발의했다.

 또 정수성 의원은 공직선거법·국가공무원법·지방공무원법을 각각 고쳐 국가보안법 제3~8조(반국가단체 구성, 목적수행, 잠입·탈출, 찬양·고무 등) 위반으로 유죄가 확정된 사람은 영구적으로 피선거권과 공무원 임용을 제한하는 개정안을 발의할 계획이다.

 이미 제출된 법안도 여러 건이다. 김진태 의원이 낸 ‘공직선거법 개정안’은 헌재가 해산한 정당의 국회의원·지방의원·지자체장은 10년간 피선거권을 제한받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윤상현 의원은 국가보안법 위반이나 형법상 내란 혐의로 처벌받은 사람은 형 집행 종료 후 5년 경과 전까지 선거에 못 나가도록 규정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내놨다. 윤 의원의 개정안엔 이런 혐의로 비례대표 국회의원이나 비례대표 지방의원이 의원직을 상실한 경우 소속 정당의 의석 승계를 금지하는 조항도 들어 있다.

 구속된 통진당 이석기 의원이 재판을 받아 의원직을 상실해도 비례대표 후속 순번(강종헌)이 의원직을 이어받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법원에서 반국가단체 또는 범죄 목적 단체로 판명된 단체는 안전행정부 장관이 강제 해산을 시킬 수 있도록 한 심재철 의원의 ‘범죄단체해산법’도 통진당 주변 세력을 겨냥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물론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새누리당이 통진당 제재 법안을 내놔도 민주당이 동의를 안 하면 무용지물이다. 그럼에도 새누리당이 이런 법안들을 공개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민주당을 압박하는 효과가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당 관계자는 “민주당과 합의가 되면 제일 좋고, 민주당이 반대하면 ‘여전히 민주당은 통진당을 비호하고 있다’는 공격 포인트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는 통진당 해산심판청구안의 정당성 홍보에도 힘을 쏟았다. 황우여 대표는 회의에서 “‘자유는 스스로 자유를 부정하는 자유까지는 보장할 수 없다’는 대명제가 있다”며 “우리 헌법은 민주주의 기본질서를 무너뜨리는 세력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방어적 민주주의 체제를 채택하고 있고, 이번 청구안은 이런 원칙에 입각한 것”이라고 말했다.

무기 농성 돌입 통진당

존폐 위기에 몰린 통합진보당 의원 전원이 삭발과 함께 무기한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구속 수감 중인 이석기 의원을 제외한 김재연·김선동·김미희·오병윤·이상규 의원은 5일 오전 국회 본청 앞에서 ‘통합진보당 사수 결의대회’를 열고 당원 100여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삭발식을 했다. 삭발식을 시작하며 통진당 홍성규 대변인은 “민주주의 선배 열사들을 기억하겠다”며 이른바 ‘민중의례’를 진행했다. 이어 “4000만 민중의 애국가이자 민주주의의 노래를 같이 부르겠다”며 당원들과 함께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의원들이 삭발하는 동안 일부 당원은 눈물을 흘렸다.

 이어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를 맹비난했다. 오병윤 원내대표는 “박근혜정부의 등장 이후 김기춘·남재준 같은 올드보이들은 전 국민을 상대로 민주주의를 유린하는 폭거와 협박을 저질렀다”며 “한 줌도 안 되는 기득권 세력을 현실 정치에서 완전히 박멸하는 그날까지 싸우고자 하는 것이 저희의 꿈”이라고 말했다.

 이상규 의원은 “진보당 해산 청구는 (대선 TV토론에서) 다카키 마사오를 언급한 이정희 대표에 대한 보복”이라며 “‘민중’을 사회주의 용어라고 했는데 그럼 ‘민중의 지팡이’는 뭐냐”고 물었다.

 김선동 의원도 “박정희 유신 독재정권이 김영삼 신민당 총재의 의원직을 제명하고, 전두환 정권이 김대중 대통령에게 내란음모를 뒤집어 씌운 것과 같은 정치보복”이라고 비난했다. 김미희 의원은 “통진당은 북한을 추종한 적도 없고 북의 명령에 따라 움직인 적도 없다”며 “법무부가 말하듯이 북의 지령에 의해 움직이는 꼭두각시 당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통진당에 대한 해산 시도가 중단될 때까지’ 단식을 선언했다.

 이후 통진당은 서울광장에서 촛불집회를 열었다.

 통진당은 전날 서울시청 앞 광장에 설치하려던 천막을 경찰이 강제 저지한 것에 대해서도 문제를 삼았다. 홍 대변인은 “경찰이 천막 사이로 난입해 당원들이 실신하고 부상당했다”며 “민주당의 천막은 괜찮고 통진당의 천막은 용인할 수 없다는 것인가”라고도 비판했다.

 통진당 안에선 만약 헌재가 해산을 결정하더라도 재창당을 하면 된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통진당 인사는 “끝까지 해산을 하려 한다면 다시 당을 만들면 된다”며 “오히려 지지층을 결집시킬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현행 정당법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해산된 정당의 대체정당 창당을 금지하고 있지만 구성원들이 당 이름과 당헌당규를 바꿀 경우 사실상 재창당을 막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선관위 관계자도 “통진당 당원들이 정당 명칭과 강령 등을 바꿔 재창당을 하는 건 가능하다”고 밝혔다.

글=김정하 기자, 이윤석·하선영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관련기사
▶ 김한길, 정당 해산 비판하면서 '종북' 경계
▶ 통진당, 심상정·노회찬 탈당 때 무슨 일 있었나
▶ 통진당, 해산 위기에 삭발 단행…김재연 표정이
▶ 김재연 "안쓰러운 눈빛보다 싸우자는 말 해달라"

새누리당, 당 없어지면 의원수당 환수
비례대표 승계 금지도 추진
통진당, 박근혜정부 맹비난하며
"기득권 세력 박멸하겠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