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길 양비론 "정부 조급했고, 통진당 정체성 밝혀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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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정부와 새누리당, 통합진보당 사이에서 ‘양비론’으로 접근하고 있다.

 정부의 일사천리식 정당 해산 시도에 유감을 나타내면서도 통진당과는 차별화를 시도해 ‘종북 프레임’에 휘말리지 않겠다는 뜻이다.

 김한길 대표는 6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전날 정부가 헌법재판소에 통진당 해산심판을 청구한 것을 가리켜 “불행한 일이고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우리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기도 하지만 국제적으로도 사례가 극히 드문 만큼 매우 신중해야 할 사안인데 정부가 조급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정당의 해산은 헌법가치와 정당의 실제적인 역사에 기초해서 엄정하게 다뤄져야 한다. 보편적 가치인 사상의 자유가 침해된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동시에 통진당을 향해 “이번 기회에 당의 목적과 활동에 대해서 국민 앞에 분명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 정부가 주장하는 대로 북한식 사회주의 정권 수립을 추구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분명하게 말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전병헌 원내대표 역시 “민주당은 종북세력을 단호히 배격한다. 마찬가지로 종북척결을 정치적 수단으로 삼으려는 것도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당 중진인 박지원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본격적으로 공안정국으로 가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사건을 접수한 날부터 180일 이내에 종국결정의 선고를 해야 한다’는 헌재법 38조에 따라 헌재 심리가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끝날 가능성이 크다는 걸 염두에 둔 말이다.

 그래서 더욱 통진당과 한 묶음으로 엮여선 안 된다는 게 민주당의 판단이다. 통진당 이정희 대표가 “다른 야당과도 함께하겠다”고 말하고 있으나 민주당은 ‘공동투쟁’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당 핵심관계자는 “통진당이 제도권 정당으로서 자기 정체성을 확실하게 하지 않는 한 통진당과의 차별화는 필수적이고 필연적”이라고 말했다.

 통진당 대신 민주당은 현 국면에서의 연대 파트너로 무소속 안철수 의원 쪽을 택했다. 안 의원의 국정원 댓글 수사를 위한 특검 제안에 즉답을 하지 않았던 김 대표는 이날 “안 의원의 제안을 환영한다. 안 의원의 문제의식은 민주당이 이제껏 주장해 온 내용과 일치한다”고 화답했다. 안 의원의 특검제안엔 정의당도 동의를 표한 상태다. 통진당과는 거리를 두면서 나머지 야권과는 국정원 개혁을 고리로 연대에 나선 양상이다.

이소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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