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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4)-혼식장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한가지의 변화를 일으키려면 강제로 하는 방법과 자진하여 하는 방법이 있을 줄 안다. 전자보다는 후자가 든든하게 전체가 올바른 방향으로 변화되는 것이 아닐까? 별안간 쌀에 대한 통제로서 요식업계에 20%의 잡곡을 사용하라는 것이다. 이러한 일로 쌀의 절약이 되는 것일까. 확실히 쌀을 낭비하고 있는 점은 많으나 음식점에서 20%의 잡곡을 혼용한다는 것으로 쌀의 절약은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수 년 전에도 20% 혼식을 외친 일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어느새 다시금 흰쌀밥을 즐겨 먹게된 것이다. 더우기 우리들의 식생활습관은 옷을 갈아입듯이 하루아침에 변화시킬 수 있을는지 의문이다. 인구증가로 식량부족이 온 것만은 사실이나 별안간 다가온 사실은 아닐 것이다. 다만 곡류의 수입이 많아졌다고 하여 쌀의 통제를 하는 것은 농림담당자로서는 급하게 생각하고 마련한 처사이나 국민들은 마음속에서 우러나 꼭 변화시켜야 한다는 것을 모르고 있다. 더욱이 음식은 우리들의 건강을 담당하고 있으므로 별안간 변화하는 방향이 먹을 사람들이 원하고 있었던 것인지 또는 즐겨먹을 수 있는 것인지를 연구해 본 것인가를 알고 싶다. 꼭 변화시켜야 할 이유보다는 변화될 것인가 를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20%의 혼식으로 병이 생기는 것은 아니나 식사를 즐겨 먹을 수는 없을 것이다. 더욱이 위장이 약해지고 식욕이 줄어가는 노년기에는 어려울 것이다.
음식은 우리들의 건강유지를 위한 유일의 자원인데 이 자원은 우리들의 입맛과 소화작용 등을 고려하여야 할 것이다. 건강과 무병하다는 것은 다르며 우리들은 건강한 편보다는 무병 한편에 가까운 듯하다. 20%혼식을 해야만 쌀의 절약이 된다는 이 사실과 우리의 처지가 쌀의 절약 없이는 경제성장이나 국가발전에 지장이 많으므로 우리들의 식생활습관을 고쳐야한다는 것을 좀 더 강력하게 국민에게 호소하고 계몽하고 국민의 마음속으로부터 우러나서 쌀의 절약을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는지? 조용한 변화로 국민의 마음을 변화시키는 것이 급선무가 아닐까 생각한다. <현기순(서울대 가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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