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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런 화장품 비결은 눈 앞 트렌드 잊는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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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4일(현지시간) 미 뉴저지주 클락에 있는 키엘연구소에서 만난 제프리 제네스키 소장. 그는 “화장품을 개발할 때 트렌드를 좇기보다 롱런할 수 있는 안전한 제품을 만드는 걸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진 키엘]

약국 화장품으로 출발한 키엘이 2006년 국내 백화점에 입점했을 때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화려한 럭셔리 브랜드로 채워진 백화점 1층 화장품 매장에서 광고도 용기도 소박한 키엘이 과연 살아남을 수 있겠느냐는 시각이었다. 하지만 키엘은 얼마 지나지 않아 주요 백화점에서 매출 상위에 올랐다. 합리적인 가격이 큰 역할을 했지만 그에 못지않게 제품에 대한 신뢰를 얻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지난달 미국 뉴저지주 클락에 있는 키엘연구소에서 제프리 제네스키 연구소장을 만나 제품 개발에 관한 얘기를 들어봤다.

-화장품을 개발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뭔가.

 “롱런할 제품을 만드는 거다. 절대 눈 앞의 트렌드를 좇지 않는다. 소비자가 어떤 화장품을 찾는다고 해서 단시간에 개발해 시장에 내놓지 않는다는 얘기다.”

-어떤 과정으로 개발하는지 궁금하다.

 “크게 나누면 원료 연구와 포뮬라(제형) 개발, 그리고 안전성·내성 테스트의 3단계를 거친다. 효과적인 성분을 찾는 게 첫 단계다. 키엘 울트라 페이셜 크림을 예로 들면 보습 성분을 찾기 위해 남극 빙하와 사막 식물까지 조사했다. 주요 성분을 결정하면 제품 텍스처를 어떻게 만들지 결정해 포뮬라를 만든다. 그 다음 전문 리서치팀이 안전성·안정성·내성·트러블 유발·만족도 등을 테스트한다. 이를 통과해야 제품으로 만들 수 있다.”

-다른 회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제품 개발은 비슷할 수 있다. 하지만 출시 전 엄격하게 안전성 테스트를 한다는 점, 그리고 출시 후에도 테스트와 연구를 지속한다는 게 차이다.”

-출시 전 안전성 테스트는 당연한 것 아닌가.

 “좀 더 정교하다. 200명 이상의 패널을 대상으로 피부과 의사 감독을 받아 제품 테스트를 한다. 패널의 절반 이상은 민감성 피부를 가진 사람으로 채운다. 200명 중 딱 4명에게서 부작용이 나타나 출시를 취소한 제품도 있다.”

-안전성 때문이라면 유기농이나 천연 재료 같은 안전한 원료만 사용하는 게 더 확실하지 않나.

 “물론 안전한 원료를 찾는 건 중요하다. 하지만 유기농 원료를 사용한 제품이 모든 사람에게 꼭 안전한 건지는 생각해 볼 문제다.”

-출시 후에도 계속 테스트하는 이유는 뭔가.

 “개발 당시 몰랐던 효과 등을 점검하는 차원이다. 시장 반응을 보고 제품을 리뉴얼할 때도 한다. 개발할 때 몰랐는데 고객들이 ‘이런 효과를 봤다’고 하면 사실확인을 위해 실험을 한다. 울트라 페이셜 크림은 출시 전엔 혹한에서의 보습 효과를 실험하려고 그린란드 원정대와, 그리고 출시 7년 후인 2012년엔 북극 탐험대와 보습 지속성을 실험했다. 미드나이트 리커버리 컨센트레이트는 보습용으로 내놓았는데 고객이 안티에이징 효과가 있다기에 안티에이징 효능 실험을 했다. 실제로 안티에이징 효과가 있더라.”

-인종별로 피부 특성이 다르다. 아시아인을 위한 제품 개발이나 안전성 테스트를 따로 하나.

 “화이트닝 제품을 제외하고는 개발 단계에서는 모든 인종을 대상으로 한다. 하지만 안전성 테스트는 인종별로 다르게 진행한다. 아시아인을 연구하는 별도의 조사팀이 있다.”

미국 뉴저지 =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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